이대에서 무슨 만화관련 전시회를 하고 그 앞에서 번모를 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사실 무슨 전시횐지도 모르고 '번모' 글자만 보고 나갔습니다. 이대 박물관 앞에서 '3시'와 '만화책 들고있는 수상한 사람들을 찾아라'만 머리속에 입력시키고... 공사만 안하면 2분이면 갈 거리를 돌고돌았지만 어찌어찌해서 15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혹시 일찍 도착한 분 없나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손과 옆구리를 주시했지만 '만화책' 끼고 있는 분은 한 사람도 없더군요.^^; 그래서 뻘쭘하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오홋! 드디어 3시에 만화책을 손에 든 분 발견!!! 당장 달려가서 "두고보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까딱 잘못하면 "뭘 두고 봐?" 란 답변이 돌아오기 십상이라 여전히 뻘쭘하게 그 분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ash님이셨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안있어 또 한 분이 오시더군요. 역시 손에는 만화책을 든 채... 이정도면 거의 빙고다 했지만 공교롭게도 두 분이 들고있는 책은 모두 '충사'! 저의 머릿 속에 한줄기 의혹이 감돌았습니다. '혹시 충사 동호회?!' 그래서 정체(?)를 여쭤보지는 못한 채 뻘쭘하게 두 분을 미행하기만 했죠(음침해라-_-;) 혹시라도 '두고보자'스러운 단어가 들리면 꼭 합류하리라 했지만 제가 귀가 좀 어두운 탓에 두 분의 대화가 잘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의 미행이 들통날까봐 나름대로 조심하기도 했죠(홋홋홋) 그러다가 두 분(초코칩님과 ash님)의 대화에서 드디어 단어 하나를 캐취했으니... 바로 "하림님"이라는 단어였습니다. '3시' '만화책' '하림님' 이정도면 빙고다! 해서(저 세 단어와 관련있는 데가 설마 '하림닭고기'는 아니겠지 해서...^^) 용기를 내서 두 분께 다가갔죠. "저...혹시 두고보자 번모로..." 다행히 제가 제대로 찾은 거였습니다.^^ 번모는 처음 나가보고 게다가 요즘 두고보자에 무지 뜸하게 글을 남겨서 절 기억이나 하실까 했는 데 다행히 두 분 모두 절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 게 아니겠습니까T^T(감격했사와요)
좀 더 기다리자 '의인' 캡콜드님 등장! 인형은 안들고 오셨더군요.^^ 근데 인형 대신 허거걱! 품 안에 그것은... 공포의 디.카! 디카의 추격을 피해 애쉬님, 초코칩님, 저는 이리뛰고 저리뛰었는 데 책으로 얼굴가리며 뛰댕기기 바빠서 과연 찍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버뜨! 면상은 들고간 만화책으로 확실히 커버했으니 혹시라도 공개될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음화화) 아무튼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돌아가며 인사 밑 소개를 하다보니 하림님이 부인 되시는 분과 함께 오시더군요. 하하하 이로써 확실히 하림님은 남성임이 밝혀졌습니다.
자~~ 드디어 전시실로 들어갔습니다. 전시는 확실히 '미술계 양반들은 만화를 어떻게 오해하고 있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전시...라고나 할까요.--; 나름대로 그 양반들 보기에는 만화같은 걸 모아놨는 데, 전시물 몇 개 빼놓고 전시의 전체적인 맥락은 참 오리무중인 전시였습니다.-_- 게다가 귀차니즘을 압박하는 설명 게시판에...대체 뭔소릴 써놓은 거였는 지... 그나마 캡콜드님의 '적나라하게 핵심을 찌르는' 가이드가 없었으면 더더욱 썰렁했을 전시였습죠. 별 표를 주면 두개!(캡콜드님 가이드가 별 한개 반) 게다가 촬영한다고 땍땍거리는 직원에... 그거 찍는다고 빛바랠 것도 없어보이던데...-3- 그나마 재밌었던 게 설명읽고 진짜인 줄 잠시 착각했던 그 뭐라고해야하나... 생선 비스무리 하게 생긴 커다란 장난감(꽤 사실스러웠던 설명이 더 재밌었음. 그리고 초코칩님은 줄기차게 수산시장이나 일식집에 갖다놓으면 딱이라고 주장하심^^)과 헛! 그리신 분 성함은 생각안나는 데 그 '을지로 순환선' 그림이었습니다. 캡콜드님이 "이대 박물관에 불나면 유일하게 유리깨고 들고 나오고 싶은 작품"이라고 하신 그림이었죠.^^ 저도 그동안 인쇄물로는 많이 봤지만 원화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알 수 없는' 전시에서 단연 눈에 띄는 보물이었죠. 차라리 여러 만화 작가 원화를 전시하는 게 훨씬 알찬 전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미술계도 만화를 이해하려한다는 어설픈 제스추어만 본 듯 하더군요. 그 압권이 윗층에 마련한 '만화방'이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휴게실'이라고 하지... 시험 끝난 학생이 작정하고 하루 빌려다 보는 만화책 권수만큼 가져다 놓고 '만화방'이라고 하더군요. 참...내...
결국 그 전시가 썰렁해진 탓은 바로 주최자들에 '개그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라는 결론이었습니다. '말칸의 구성미' '컷의 미학'(맞나?--;)랍시고 모아놔서 애써 미술인양 하는 것 보다 차라리 '대사가 들어 간 말 풍선'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만화의 본질을 적용시키는 자세가 아쉽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그림에 말풍선 하나만 띄워나도 만화는 되는 건데 말이죠.
헛! 그래서 이후의 대화가 그들의 개그없음에 대한 탄식때문에 만담스럽게 흘러갔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캡콜드님의 "세계"(팔짱과 함께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과 중후저음 옵션)는 정말 저와 췹님 애쉬님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명장면이었습니다.T0T(말로는 설명이 안되어요~~) 또 "제가 공입니다 " "아닙니다 제가 공입니다"도 인상적이었죠. 헐헐~~ 그리고 신촌역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지나 궁극적으로 안드로메다로 진출하는, '디엔드'가 와서 끝내버리기 딱좋은 궁극의 철도밴드 스토리도 하나 나왔었죠. 각 철도역을 순회하며 전 역에서 열차가 출발할 때 연주를 시작해 열차가 도착할 때 딱 연주를 끝내는 밴드, 그들에 맞서 철도 역무원으로 조직된 밴드가 라이벌로 등장하고 주인공 밴드를 돕는 '보라색 열차'의 사람이 궁지에 몰린 밴드를 후원하는 데 그 둘 사이에 로맨스도 싹트고... 그런 스토리도 하나 만들었습니다.-_- 최초의 철도음악SF패러디야오이물(주인공도 후원자도 남자니까)하나 나올뻔 했습니다.
자~~ 이대를 떠나 자리를 옮겨 신촌의 '알바'란 카페로 갔습니다. 참 카페 이름 탓에 여러 사람 혼란주기 딱 좋겠더군요. 옆 테이블에서는 편집회의를 하시고 그 옆 테이블에서는 가지고 온 만화 감상 및 수다~~('서양골동...'동인지는 재미나게들 보셨나이까^^) 새로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란 꽤 유명한 일본 소설이 개그물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헉! 그러고 보면 그날 한 수다에서 '만담'을 벗어난 게 하나도 없었나?-0-) 그 주인공은 분명히 '반크램' 후손일꺼에요.--; 유쓰 2호에대한 성토에서 투명드래곤까지 온갖 종류의 수다를 떨다가 오옷! pinksoju님이 대학로에서 깜악귀님께 연락을 하신 게 아니었겠습니까. 에구~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ㅠㅠ 대학로에서 신촌으로 다시 오신 pinksoju님을 맞으러 저와 ash님 초코칩님이 마중을 나갔는 데 약국앞이라는 말씀만 듣고 그 근처에 약국이 세 개나 되는 탓에 가서 이러저리 헤맸죠.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었어요.^^
pinksoju님도 오셨으니 밥먹으러 갔습니다. 테이블에 앉으니 그제서야 게시판에서 글로만 뵈었던 횰님, 난나님, 경신님, 깜악귀님을 제대로 뵐 수 있더군요.^^ 헛! 그런데 바로 이 때 서비스로 준 소주를 주로 해치우느라(양 테이블에서 남은 소주를 죄다 갖고와서 마셨습죠--;) 여기서 한 대화는 제대로 생각이 안납니다.-0-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역시 만담으로 대화를 불태우다가 차 끊길 것을 염려하여 그 날 모임을 마쳤습니다.^^
뭔가 매우 용두사미인 번모후기입니다만 이 글 쓰는 녀석이 이후 음주때문에 기억에 장해가 생겨 그러한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귀차니즘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chcochip님, ash님, capcold님, halim님, pinksoju님, 깜악귀님, 난나님, 경신님, 횰님 만나뵈서 정말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님들께 어떤 실례를 저질렀더라도 용서해주시길 바라며 다음 만남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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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Read : 828, IP : 61.73.54.118 2003/03/31 Mon 23:53:02 |
| phonta |
참! 캡콜드님! 만우절 특집 `사만권의 서재`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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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
| c |
우헉! 이리도 상세한 후기를! 짝짝짝.. 손목은 괜찮으신지요. ^^; (감추려한 온갖 비밀도 누설. 히히) 생선 비스므리한 건 `ultima mudfox` 였습니다. 생선 머리랑 가시만 남겨둔 형상. 지느러미가 유유히 움직이는 것이 참으로 수산시장용이더군요(정말 칭찬임!). 그나저나 폰타님의 기억력에 감탄. 철도밴드 이야기를 상세히 기억하고 계셨군요! 전 `세-계`에 압도되서 암것도 생각안납니다. 저녁은, 웨이러의 만행으로 인하야 한 판에 25000원짜리를 시켜서 굉장한 금액이 나왔지요. 아무리 복잡해도 메뉴판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소주를 마시면서는 capcold님의 세계정복 시나리오를 들었답니다. 히히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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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
| c |
동인지... 정말 재밌었죠. `서양골동`과 요시나가 후미에 대한 추측이 대략 들어맞았다고 자부합니다. -ㅅ- (어쩔 수 없는 결말이란 둥, 동인지는 역시 좋다는 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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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
| ash |
하하.. ^^ 정말 phonta님 대단하시네요. 전시회 참 썰렁했죠..--; `서양골동` 동인지 잘 봤습니다. `므흐흐 없이 후미도 없다`는 걸 증명해 준 동인지였습니다. 그리고, 다치바나수가 뭐 그리 마이너인가. `다치바나 꽃수론`도 은근히 설득력이 있지 않나요. -_- 그 때 먹은 밥은 제가 태어나서 먹은 밥 중 가장 비쌌던 것 같은데(있는 만큼만 내도 된다고 하셔서 감사^^;;;) 그래도 맛있었어요. 그리고, 충사 만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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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
| pinksoju |
을지로 순환선의 작가는 최호철님의 그림인 걸로 기억합니다. 이번 앙굴렘에도 초청되었던 그림으로 기억. `ultima mudfox`는 최우람씨 작품으로 원래 그런 이상한(?) 물건 만드는 걸 주 작업으로 하시는 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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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
| capcold |
크헉 오늘이 벌써 4월 1일이었군요...-_-; 날짜 착각... ㅠㅠ 오늘 저녁에야 만우절 특집을 올리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ㅠㅠ (사실, 만우절이 아니라도 항상 만담과 농담들이 난무하기는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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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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