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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출처 : 산울림 팬사이트 '개구장이'
---------------------------- 산울림 13집에 대한 생각 ---------------
13집에서 산울림은 소위 '신세대'(당시의 10대 중반 - 20대 초반)에게 말을 걸려고 시도를 한다. 옛시대의 밴드가 아니라 언제나 "당대의 밴드"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음악스타일은 좀 더 펑크에 가까워지고, 모던하다. 이전의 노회한 블루스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에 따라서 가사, 즉 메시지에서도 당시의 10대들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보인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에 나오는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사이버..."같은 대목에서는, 당시 신문에서 찌껄여대는 N-세대(네트워크 세대)니 하는 것의 영향이 보여서 들을 때마다 좀 걸린다. 신세대들은 사이버 세대로서 컴퓨터 중독이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을 못한다.. 어쩌구 하는 말도 안 되는 신문기사 같은 냄새가 풍겨버린다.
이렇게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밴드가 되기 위한 노력은 절반은 실패이고 절반은 성공이겠지만, <<무지개> 같은 것은 '제대로 말을 거는 데' 성공한 느낌이다. 앞부분의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같은 가사는 약간 위험수위지만 (현대사회는 풍요롭지만 인간소외.. 어쩌구 같은, 식상하고 뻔한 문장들이 떠오른다)
그 뒤의 가사는 압권이다. 김창완 특유의 냉소와 허무.
그에 대한 자기방어로서의 천진함...
노래 자체도 매우 잘 빠져 있다.
이전의 산울림에는 이런 식의 경쾌한 스트로크로 이끌어가는 발라드는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아시스의 Wonderwall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역시 모던한 분위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고 성공한다. (내가 있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는 오아시스를 좋아하는데, 역시 이 노래를 좋아하는 걸 보면 역시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지개>에서 김창완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래 그의 노랫말은 항상 '돌려 말하기'이고 너무 많이 돌려 말해서 일종의 다다이즘적 징후까지 보인다. "길엔 사람도 많네, 빵빵 차들도 많네" 같은 식의 가사다. 무슨 뜻일까? 아주 깊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냥 맥락없는 중얼거림일 수도 있다. 그것이 그의 노랫말을 높은 수준으로 이끄는 힘이긴 했지만.. 절실한 자세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애써 다른 이에게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다. 뭔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지개>에서 그는 전례없이 선명하게 말한다. 자신이 왜 노래를 부르는지. 그는 산울림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기쁠 때는 굳이 듣어주지 않아도 좋다. 친구와 같이 있을 때에도. 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너에게 뭔가를 요구할 뿐, 사실은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온다고 말이다. 그는 이 앨범에서야 청자에게 말 걸기를 시작한다. 아마도 당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그리고 그것은 그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설에 의하면 13집의 타이틀곡을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로 할 것인가 아니면 <무지개>로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대중적으로는 멜로디컬한 노래가 좋겠거니. 하지만 김창완은 좀 더 공격적인 노래를 택했다. 안전한 방식으로 복귀할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사실 나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와 같은 노래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 다다이즘의 징후를 벗어난 <무지개>가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78년에 데뷔한 산울림은 처음부터 소소한 일상 속의 허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진하게, 그러니 비상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풍문에 의하면 '아니 벌써'의 가사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그린 노래라고 한다. 밤에 자살하려고 하는데, 망설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더라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이들의 노래는 본래부터 90년대의 신세대와 본래부터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본래부터 90년대의 세대를 두고 70년대의 청바지 세대와 닮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70년대 후반의 대학 그룹사운드 출신인 산울림과 나의 세대는 닮아 있는 것일까. 13집에서 산울림은 그것을 증명하려고 했고, 세대 차이 때문에 실패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공감대를 확인하는 데는 충분했다.
13집에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처럼 베이시스트 김창훈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거친 하드록이 있고, '팩스 잘 받았습니다' 같은 수작이 있다. 좀 더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앨범이었는데. 노장밴드의 복귀 앨범 따위로 치부받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구석이 많다. 당대의 밴드로서 산울림을 갱신하려 했던 김창완의 노력은, 정당히 평가받았어야 했지만 사실 그렇지는 못했다.
나는 이 앨범을 들을 때는 아직 산울림의 팬이 아니었다. 대학 1학년 때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듣고 나는 미쳐버렸고 그 다음에는.. 눈물을 흘리며 CD를 돌리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지금 TV에 나오는 김창완을 보면 애증이 샘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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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울고 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하던 수많은 말들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 속에서도 일어서야만 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네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 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플 땐 나를 찾아와 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 줄게
네가 친구와 같이 있을 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게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