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AS] 2000년 11월 25일 발행? 2호

옆에 잡지를 놓고 쓰는 것이 아니라서 기억이 안 나는 것도 많다.
나온 만화들의 방향으로 보아서는 GIGAS(거인족)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걸 별로 못 찾겠다. 상업잡지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지도 모르지.
시공사의 GIGAS소개를 보니, 이런 말이 있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신세대가 가진 꿈과 희망이 있다면 그것을 만화로 보여주는 거대한 대리 자아체가 되겠다"
하지만 자신들의 상업주의가 신세대의 대리자아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대중이 가져야 될 권위를 잡지사 편집실이 가져도 곤란하다. 편집기자들의 자의식이 참으로 강한 모양인데. 이번에도 연재하려고 매달리는 만화가를 편집기자들이 어떻게 개조해내는가를 적나라하고 솔직하고 떳떳하게 드러내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붕어빵 장사였습니다" 라는 것이다. 만화의 연출과 캐릭터에 표준은 없다. 단지 상업적 표준이라는 것이 있을 뿐이지. 그런데 상업적 표준이라는 것을 마치 질적 표준이라는 것처럼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이번 GIGAS에 만화가의 본래 원고와 편집부의 요청으로 수정된 원고를 나란히 대비해 놓고 수정된 원고가 낫지 않습니까? 하고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데, 수정된 원고는 상업적 표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뭐 일단 팔려야 하는 잡지이며 단행본이니 딴 말은 하기 어렵지만 그런 식으로 작가의 발목을 잡아대며 다양성을 거세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출판사에도 해악이 될 거다. ... * 또 하나. 만화가가 제시한 원고는 순정만화의 영향이 약간 보이는 것 같았는데 편집기자가 수정시킨 원고는 그냥 표준소년만화였다. 나는 소년만화에 순정만화의 양식이 어느 정도 도입될 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년만화와 순정만화의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소년만화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대중의 대리자아체라는 이름으로 편집부가 가로막지 말란 말이다..
* * *
<'블라인드 피쉬' - 이충호> 2호에 드디어 1화가 다 공개됨. (전호에는 예고편이었다고 할까) 주인공은 명랑체. 악당들은 개그체. 디자인 면에서만 보면 까궁이니 눈의 가시 팜팜이랑 다를 것이 없는데, 연필체로 해내는 연출과 필력은 만만치 않다. 미리 말해두지만, 프리스트와는 다르다. 그러니까 명랑만화 작가를 우습게 보지 말라! 랄까. 확실히 괜찮은 작품. 그나마 잡지를 읽고싶게 해주는 작품. 스토리에서 권가야의 영향이 보인다. 하기사 앞에 Thanks to 에 권가야, 서태지 등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서태지의 영향은 뭐지?
<해피 산타 - 이경석>
깔끔하고 멋지다. 그 동안 이경석의 작품을 보지 못했는데, 이전에 봤던 것은 이만큼이 안 되었던 것 같다. 역시 발전했다는. 이 대로 단행본이 나오면 사고 싶을 것이다.
<건비트 - 고병규>
볼 만 하다. 처음에 자극적이지 않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듯. 계속 해서 일정수준을 유지해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적어도 제목을 빼면 그리 어색한 부분은 없고, 착실하게 나가고 있다. 이것을 해내야 작가도 한 걸음 발전하겠지. 개그물을 하던, 액션물을 하든.
<구타닷컴 - 박산하>
그러니까, 통신에 연재되던 구타교실이라는 원작을 보고 싶어지는데, 그 스토리에서 통신연재소설이라는 냄새가 확확 풍겨대니까. 박산하는 일단 그림과 연출만으로 1류작가라고 생각함. 하지만 여기에서는 별로 뚜렷한 매력이 안 보인다.
<이터널 미라쥬 - MIRO>
임팩트한 부분은 없고 평작이다.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깔끔한 그림이지만 개성과 필력이 아직 부족. 뭔가 여러 갈래로 퍼지는 에네르기파를 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은데, 전혀 위기감이 조성되지 않았음. 연출과 각도라든가 하는 것도 보다 과감할 필요가 있다고나..
이제 일본만화. 솔직히 평가한 순서는 내 나름의 순위였음. 평가하지 않은 작품이 있는 것은 할 말이 없기 때문. 기존작가들은 그럭저럭하고 신인작가들은 두고봐야 되겠다라든가 볼 것 없다라든가.
<니아 언더 세븐>-ABe yoshitosh
애니메이션 LAIN의 인기는 그 일러스트 때문이기도 했었다. 내용 자체는 참을 수 없이 난해하지만 주인공의 일러스트는 로리콤에 묘한 감성적 분위기를 불어넣었던 것. 작가가 LAIN의 일러스트라서 하는 말이다. 별다른 서사의 진행은 앞으로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시트콤에 가깝겠지만, 깔끔하고 세련되었으며, 그 감성적인 면이 잘 발달되어 있는. 괜찮은 만화다. 필체가 약간 지저분한 듯한 스타일인 것도 오히려 좋다. 캐릭터가 이쁜 편이지만 소프트하고 이쁜 것만을 추구하는 작가도 아닌 듯.
외계인이 일상처럼 살고 있다는 설정을 정말 안정적으로 가져간다. 외계인들이 (인간하고 거의 똑같이 생겼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대학 경쟁률이 올라간다는 설정이라든가, 그래서 주인공도 한 때는 외계인을 원망했었다든가, 외계인 노동력 때문에 실직하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외계인에게는 아이스크림을 팔지 않으려 한다든가. 이런 디테일한 발상들은 참 좋다. <풀 어헤드 코코>-Hideyuki YONEHARA
원피스의 모태가 된 작품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나는 해적판을 보지 못 했기 때문에 할 말 없지만 연출의 스케일면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형식에서나 내용에서나 읽는 이를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작품일 듯. 시공사에서 1권부터 다시 발행한다니 중간부터 연재되는 것도 참아줄 수밖에.
- 어리고 미숙하며 권위적이고 상투적이기까지 한 깜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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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1788, IP : 211.47.100.174 2000/12/07 Thu 01:27:39 → 2000/12/15 Fri 17:1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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