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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수정하기 삭제하기
이정애 선생님 절필.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정말로 안녕하시길 바래요.....적어도 독자 여러분들 만이라도

안녕하셔야 제가 그나마 쉽게 얘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별로 안녕치 못한 제 얘길 해야만 하는..... 또 그것이 얼마나
독자여러분들을 실망시키게 되는 이야기 일지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말머리를 꺼내야 할지

참으로 곤혹스럽기 짝이 없습니다다만......그래도 하긴

해야 하겠지요. 그동안 많이 생각했고...... 어쩜 어리석은

결정이 될 수도 있겠으나 분명 현 시점에서는 최선의 선택

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시작하겠습니다.


뭐...... 헤헤.....조금 비장한 거 같지요?

물론 여러분과 저와의 관계는 거의 17년 째를 맞고 있으니까요.
17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는...... 찰나라고 하면 찰나일 수도 있고
무지 길다면 길다고 느낄 수도 있는 시간.....그래요, 절대로
가벼운 것이 아니지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여기 들러주시는 독자님들 중에  현재 코믹스투데이에서의

일련의 사태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 쪽에 행여라도 누가 될까 더 이상의 언급은 않겠습니다만......

어쨋든 그 사건이 제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조금

중요한 계기가 됬을 수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분명 결정적인 계기가 됬다고 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을 거 같네요.

15년 동안 만화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또 많은 걸 배우고, 또
많은 것을 사랑하게 되었죠.
거기에는 물론 독자 여러분도 포함이 됩니다만......^^;;;;;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그게 더이상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저를 배우게 하지 않으며 , 또  오히려 가지고 있는

사랑을 더 잃어버리게끔 한다는 것을 지난 두서너달 사이 정말
마음으로 부터 뼈저리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사수좌의 별자리는 많이 사색적이고, 자유로우며, 또 배움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어디선가 읽은 거 같습니다.

그게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나 적어도 저에게는 많이 해당되는

지적같아요.

어느 일이든지, 사람이든지,  호기심을 더이상 못느끼게 되거나 저에게

어떤 형태로든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저는 그 상태를 유난히 버거워하는

것 같거든요.

어찌보면 타고난 백수의 기질이라고 해야할까......

제게 있어 만화는 일이라기 보다는 거의 놀이에 가까왔지요.

아니, 사실 놀이였습니다.

정말 잘 놀아왔지요.

어느 순간부터 그게 더이상 놀이가 될 수 없게끔 하는 상황....

만화 사태니, 청보법이니, 줄줄이 폐간 되는 잡지니, 하던 작품들의 거의

타의에 의한 중단들......작금의 코투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말 무엇이

직접적인 원인이 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쨋든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저는 더 이상 놀고 있지 않더군요.

어.....이거 문제다....?

문젠데....?

계속적으로 보내져 오는 마음의 적색 경보를 애써 무시하려고 해왔던

단 하나의 이유란

절대적으로 독자님께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버텨보자.....

이 고비만 넘기면..... 넘기면......

아아, 그런데 이제 한계인 거 같습니다.

놀지 않곤 못베기는 어린 아이라.... 못 놀면 질식해서 죽을 거 같은

헐랭이 한량인지라...... 아마도 제 책임감의 한계는 여기까지인 모양입니다.

어디가서 또 새작품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나름대로 인기를 얻을 수도, 또 어쩌면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는 재능을 팔고 살 수 있을 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거기엔 예전과 같은 영혼은 담겨 있지 않겠지요.

모르겠습니다.....

만화에 영혼을 담는 것이 저는 지금도 가능하다 여기고 있고,

제가 사랑하는 몇몇 선배 작가분이나 동료분들 중에도  참

어려운 여건임에도 그런 작업을 계속하고 계시는 분들을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역시 계속 프로 만화계에서 이런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솔직히 지금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요즘의 열악한 만화계의 이런 저런 여건 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좀 더 어떤 근본적인 문제인 것도 같구요.....



정말 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

특히 열왕의 독자분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픔을 느낍니다.

일단 프로로서의 절필을 선언하는 이상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과연 그것을 언제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현실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그 어떤 약속도 드릴

수가 없음이 더 가슴이 아프군요.



눈치채셨겠지만...... 물론 전 아마츄어 작가로 돌아갑니다, 여러분.

어쩔 수 없이 타고 나길 그리 태어난지라 무얼 표현하는 놀이를 하지

않곤 못베기는 인간이기에 프로세계를 떠난다고 해도 아마

계속 미친듯이 무얼 만들긴 할 겁니다.

그 과정 속에서 여건만 허락한다면 열왕도 완결할 수 있을

런지도 모르지요. 정말 이번에야말로 그 무엇에도 구애됨이 없이요.

물론 희망 사항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아마 츄어 작가로서의 활동은 상상도 못할 자유를 제게 부여하기에 실제로

작품의 양이나 에너지에 있어선 더 제 맘에 드는 그런 것이 만들어지겠지요.

제 뜻대로 .....그것이 출판사의 맘에 들든 말든, 심의가 어떻든 말든 맘껏 영혼을

집어넣을 수도요.

(물론 그렇다고 독자님들 맘에도 들라는 보장은 없으나.....^^;;;;;)



해서....그래서......

여러분....... 이정애라는 이름은 이제 사라집니다.

아마작가로 뛸 때도 익명으로 뛸 것이므로 만약 지금의 제 배신(?)에도

불구하고 제 작품의 흔적을 찾아 주실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조금 어려우실 것이라는 말씀도 함께 전합니다.

적어도 몇 년간은 완벽하게 숨어버릴 계획을........^^;;;;;

독자 여러분께서 저 완전히 잊고 안 미워하시게 될 때 까지 숨어버릴

작정에 있지요.



사실 이렇게 어느정도 들뜨고 자유로운 심사로 담담히 말씀을

드리고는 있으나......

그러나....... 독자 여러분, 정말 저 역시 눈물이 흐르네요........

개토와, 쇼너와 ,키엘과, 이스라엘....군나르와, 요한과, 또 소델리니와 니콜로와

리토소..... 저 역시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그 녀석들과 이별을 해야 합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절대로 알 수 가 없는.....

만약 제가 몇년후 죽지 않고 살아서 독자 여러분들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그땐 이놈들을 데리고 나타날 겁니다.

그때도..... 어쩜 여러분들의 청춘의 한 때를 열광시켰을 지도 모를 이 놈들을 그래도

보고 싶어 하신다면 다시 돌아왔노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청춘의 한때를 훔친 놈들을 이제서야 돌려드리겠노라고요.



이놈들을 사랑했듯이 이놈들을 사랑해주신 여러분들을 사랑했습니다.

정말 정말 사랑했습니다.

여러분 ,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 행복하시고....... 마니마니 사랑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못난 작가도, 또 다른 많은 여러분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모두 사랑으로 용서하시기를......



2001년 12월 26일(아아....그러고 보니 오늘이 제 생일이네요..... 참 아이러니 하지요?)

만화가였던  이정애였습니다.
 
 
Comment : 2,  Read : 1201,  IP : 61.74.128.213
2002/01/01 Tue 01:57:39
jacket 

이 글의 출처가 이정애님 홈피라고 알고 있습니다. 글의 정확성을 위하여 출처 정도는 밝혀주시는 게 좋겠네요.

2002/01/07
玄武 

음..저는 코믹스투데이 게시판에서 가져왔습니다..원출처는 이정애님 홈페이지였군요

200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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