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최근들어서 가급적이면 '근본주의적' 사고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 그런 입장에서는 만화고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자연히 평가를 절하하게 됩니다.
연출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연출 개념이 존재하는 매체 ... 연극, 영화, TV, 광고, 애니메이션, 게임 ... 그리고 만화를 비교해보면 만화와 다른 매체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화 외의 다른 매체는 감상자에게 통제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게임의 경우 약간 얘기가 다릅니다만 여기서는 '연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일단 ...)
빨리 읽을 것인가 ... 느리게 읽을 것인가(속도의 문제) ... 뒤로 돌아가 다시 볼 것인가 ... 이렇게 읽을까 저렇게 읽을까(순서의 문제) ... 만화는 이 모든 부분에 대해 감상자에게 통제권을 부여합니다. 마찬가지로 만화가는 독자가 읽는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유연성과 선택권에 대해 고려하면서 콘티를 짜나갑니다.
또 한 가지는 씬의 사이즈와 배열의 문제입니다. 만화 외의 다른 매체들은 고정된 크기와 비율의 씬을 고정된 간격으로 내보내므로서 영상을 구성합니다. 자연히 작가의 상상력이 작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어집니다.
반면 만화에서는 씬의 크기(&가로세로비), 씬을 놓는 순서(&읽는 순서), 씬끼리의 참조(&재참조), 씬의 중첩 ... 등 모든 요소를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영화나 연극에 비하면 연출기법 면에서 훨씬 자유분방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요약하자면 잘된 만화적 연출이라는 것은 ... 저러한 연출기법상의 특징과 강점을 어느 정도로 활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토가시의 그림을 '잘된 영화적 연출'이라고 부른다면 영화적 상상력에 머물렀을 뿐 만화적 연출이 제공하는 자유도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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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얼토당토에 관해 ... 아직 이론적 토대가 확립되지 않아서, 혹은 영화적 연출이라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 보기에 그럴 거라는 의미 였습니다만, 적당한 표현이 ...
ps2> 날림 연출에 관해 ... 날림은 미학적으로 분석할 가치가 있는 개념입니다. 만화적 생략, 만화적 과장 ... 즉 낙호님이 말씀하시는 카툰화법과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구요. 작년에 N4에 기고했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관련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해 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
ps3> 또 한가지. 날림은 작화밀도, 작화의 수준에 관련된 개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사를 옮기는 영화 ... 문자로 구성되는 문학에는 날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잘못 찍은 사진은 있을 지언정 날림으로 찍은 사진 ... 이라는 건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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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 5, Read : 924, 2001/09/04 Tue 13:49:00 → 2002/10/24 Thu 11:43:14 |
| 깜악귀 |
?? 영화의 연출을 만화에 도입하려 해도, 역시 만화 고유의 것이 있습니다. 하림님이 하는 말을 밀고 나갈 경우, 근본주의적으로 만화체의 4컷 만화가 가장 만화적인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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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04 |
| halim |
그렇지요 ... 4컷은 아니지만 `만화체가 가장 만화적이다`라는 진술은 확실히 맞는 이야기 입니다. 극화체, 만화체라는 이름이 달리 붙은게 아니지요. 만화답기 때문에 만화체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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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06 |
| halim |
그리고, 만화적 표현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축소시키고 현실의 모사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 극화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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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06 |
| 깜악귀 |
아니, 그렇다면 4컷 만화를 기준으로 극만화를 비평할 이유가 있단 말입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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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6 |
| halim |
4컷 만화를 기준으로 극만화를 비평하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 (참고로 덧달기는 앞선 글이 아래에 달립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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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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