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쉬었다가, 오늘 다시 불을 지핍니다...다들 장전하시고...멋진 연장전을 들어갑시다...-_-;
- 다시 돌아보는 '누들누드': 만화이어야만 하는 당위성에 관한 작은 생각
현재 만화를 둘러싼 여러 주류적인 담론들 가운데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거슬리는 담론 중 하나는 바로 '만화근간론'이다(...필자가 올해 초에 만들어 붙인 표현으로서, 표준 용어는 아니다). 만화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의 기본 자료창고가 되고, 그래서 만화가 중요하고 육성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이다. 여기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이렇다: "도대체 이 무슨 쓸개빠진 불쌍한 구걸질이냐!"...
만화의 미덕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만화 자체에 있어야 한다. 만화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을 장사해먹고, 만화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을 미디어 이식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진다면, 뭐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만화가 그.것.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웃기는 소리다. 만화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어야 하며, 미디어 이식이니 파생사업이니 하는 것은 말 그대로 '파생되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그 파생산업만이 만화의 중요한 존재이유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만화는 아예 더 이상 이 세상에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게임이 있고, 애니가 있고, 팬시 마케팅이 있고... 만화라는 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엄청난 성공들을 거두고 있는 사례들이 이미 부지기수 아니던가. 오히려 이들에게는 만화가 수많은 '파생산업' 가운제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도대체 만화는 왜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혼자서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서'? 플래시 애니는 어떤가. 아니, 아예 소설은 또 어떤가. 약간만 기술이 발달해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논거로는 결코 만화의 영토를 지켜낼 수 없다.
만화가 만화 자체로서 존재이유와 의의를 지닐 수 있으려면, 만화라는 형식에서만 가능한, 미디어 이식이 불가능한 가치들과 표현방식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실로 많은 '썰'들을 풀어야겠지만, 여기서 거기까지 가기는 뭐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의미에서 잠시 다시 양영순의 '누들누드'를 펼쳐보게 된다.
애니메이션의 상업적 성공(물론, 작가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_-;) 따위의 기억들은 잠시 접어놓자. 그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원래 누들누드가 가지고 있던 유머와 미덕의 거의 대부분이 애니 버전에서 사라져버린 현상이다. 만화로서의 누들누드는 표현기법면에 있어서 상당히 '만화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방식들에 의존하고 있다. 컷의 병렬을 통한 반전의 표현은 기본이고, 정확한 구도의 데생과 카툰화법의 묘미를 최대한으로 살리는 중의적인 그림묘사(즉, 일견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과 '음란한 것'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기법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비록 '카툰화법'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더라도, 애니메이션 동영상인 경우는 그 연상작용이 전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 정지화상과 동영상은 우리 머리속에 전혀 다른 상징체계를 연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사와 효과음의 배제를 통한 '당혹스러운' 분위기의 창조 등은 미디어 이식, 특히 동영상화를 할 경우 90% 이상 소실되어 버릴 부분인 것이다. 결국 이러한 작품을 미디어 이식하고 싶다면, 단지 그 핵심이 되는 '이야기구조'만을 가지고 가면서 애니메이션은 애니 나름대로의 표현과 미덕을 통해서 나머지 부분을 완전히 재창조해낼 수 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실제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누들누드는 이런 측면들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미덕을 포기한 채 원작의 자극적 성적 상상력만 가져와서 거기에 에로 비디오의 효과음만 입히는 엉뚱한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이야기가 길고 재미없어지기 전에 줄여야겠다. 여하튼 우선 이번 글 한토막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만화에는 만화일 수 밖에 없는 고유한 방식들이 있고, 만화라는 것이 진정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이런 것들을 의식적으로 끌어내고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어쩌니, 게임이 어쩌니 하기 이전에 누들누드 만화 자체를 더 이슈화하고 흥행과 비평의 시장을 넓히는 것을 궁리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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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 1, Read : 1077, 2001/09/10 Mon 19:50:09 → 2001/09/11 Tue 08:48:50 |
| 들개이빨 |
가려운 데를 긁어주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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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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