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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프리스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

: 꾸꾸
   

제 생각만 간단히...

하림님 말씀대로 한 만화작품의 그림체가 얼마나 창조적인가
혹은 개성적인가..라는 질문은 다소 난감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상업'만화라는 이유도 있지만,
저로서는 일단 '개성적'이라는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랄까..그런것 이 걸립니다.
다른 작가의 만화와 그림체부터 확연히  틀려야 한다. 새로워야 한다.
전혀 본적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기타 등등
사실 예술사에서 양식상의 새로움이란 가치는 그리 오랜 연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가치도 아닙니다.
단지 19-20세기의 모더니즘 예술이,  산업자본주의의  '속도'와 '변신'의 논리와 조응하고 변용된 결과  더 중요하게 떠올랐던 걸까..
아뭏든 새로움의 논리가 너무 일방적으로 적용되다보면  신선함이나 충격의 즐거움과 함께 부작용도  내기 마련입니다. 겉모습의 변신에 급급한 나머지 성실함과 진정성을 잃어버린 현대 미술이라든가...
만화에서 그런 비슷한 상황이 그림체의 새로움만 강조되는 경우겠죠.

프리스트의 그림체의 경우, 망가류에 비해 새로와보이기는 해도, 유럽이나 미국만화의 그림체의 연관성이 보이기 때문에 개성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 역시,  한편으로는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박관념이 깃든 '개성'개념이 전제되어있는거 아닌가하는 노파심이 (^^)...
왜냐하면  그림체가 망가적이다,아니다, 혹은 유럽,미국적이다,아니다, 같은 문제가 그 작품에 대한 판단은 될 수 없으니까요, 판단을 위해 수집되는 근거나 일부요소는 될 수 잇어도요.

만화에서 훌륭한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되돌아간다면, 만화라는 장르 자체의 완성도와 연관된 시각속에서 판단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가령, 예를 들어서..

초기의 만화체-명랑만화 양식의 작품들로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실사적인 극화체가 유행을 타면서 다들 그 그림체에 몰두하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림체 자체는 엄청 리얼해졌는데...스토리가 그렇게 리얼하고 성인적이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해서 결국 작품자체의 완성도는 전보다 더 떨어졌다....(라고 얼마전 사석에서 고선생님이..^^)

결국 그림체의 섬세함..이쁨..혹은 다양한 양식속에서 그것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아무리 극한까지 발전해도, 작품자체는 그림만으로 판단되지 않을 뿐더러, 그림은 그 자체로서 평가될  수 없고  작품전체의 완성도속에서 상대적이고 연관된 의미로 평가될 수 있다는. (물론 이야기 구조도 마찬가지죠..)
,
그런 의미에서..

프리스트는 작품전체와 관련되어 효과적인 그림체를 구사하고 잇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림...
흑백의 바리에이션이 작품의 주제와 어울림은 물론이고요..
세부 디테일보다는 인물의 전신스타일이 강조되는 면이라든가,
몇번을 겹쳐그어서 찾아내는 실루엣,
그대신 장식적인 선과 굴곡은 최대한 억제되는,
일단 서둘러 떠올려볼때 생각나는 이런 지점 들은
프리스트 전체 스토리와 아울러서만 멋있고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프리스트 전체 스토리텔링은 독자의 감정이입을 억제하고 ,사태에 계속 여러가지 방식으로 거리를 둬가면서,  호기심을 자극하여 하나 하나 따져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죠.
(이런 면모는 사실 처음 몇권을 읽어서는 잘 안들어옵니다. 저도 3권에가서야 점차 흥미를 느끼기 시작..그 전에는 스플래터 물인줄..)
그런 전개방식과 연출법에, 모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명확한 그 실루엣의 선들은 참으로 잘 아울린다고 느꼈고, 
반대로  이 작품이 만약 유행하는 호러 망가풍의 그림체를 사용했다면 굉장히 이상하지 않았을까라는 헛생각도 드니까요,
형민우의 변신은 그래서 의미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껍질을 이리저리 바꿔 써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작품에 최대한 성실하게 접근하려 한 와중에 이루어진 변신이죠.

덧붙여서..양영순의 그림을 확실히 개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좋아하고 또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작품과의 연관성확보에 성공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왜 있잖아요, 몇년전인가, 양영순이 무슨 SF였나,환타지였나
연재하려고 한적이...그때 첫회였나..?  그림체가...장르랑 함께 서로 상승효과를 주기는 커녕 서로를 죽이는 경우랄까,..
...그 반대경우가 누들누드였던 거라고 봐요. 완성도가 높았죠.
그의 그림 자체는 확실히 '개성'적인것은 여전하지만요..
...이제 '신선'함의 약발은 많이 쇠했죠.
그럼에도 좋은 활동을 하고 잇는 것은 자기그림체와 맞는 장르, 주제,소재, 다시 말해서 작품자체의 균형감각과 완성도에 주의하기 때문일겁니다.

---꾸..




halim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 프리스트가 비평적인 면에서 '극찬'받을만한 작품인가라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 입니다만, 그것이 프리스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 그림체가 많이 바뀌는 작가들이 있죠. 순정만화에 이빈이 있다면 소년만화엔 형민우가 있다 ... 고 (h가 말했다든가 뭐라든가) 단순하게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다음에야 그림체를 바꿔가면서 여러가지로 try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
: 형민우는 많은 노력을 하는 작가입니다.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최소화 하면서 자기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그림체를 개발하고자 여러가지로 시도한 결과가 현재 프리스트의 그림체이고 그점 만으로도 프리스트는 상당한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
: ... 그리고 대중지향의 상업만화에서 '그림체의 독창성'은 절대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
: ------------------------------------------< halim >---------
:
Read : 829,  2001/09/11 Tue 16: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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