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두고보는 릴레이 단평
124  2/9 0  관리자모드
무혼 수정하기 삭제하기
[트랄랄라14] 바다출판사의 어린이 만화들에 대한 단상
바다출판사의 어린이 만화들에 대한 단상

SICAF에서 바다출판사에서 나온 만화책들 몇 종류를 샀다.
바다출판사의 과거 명랑만화 복각본이 나온 것은 현재 꺼벙이(길창덕), 도깨비 감투(신문수), 5학년 5반 삼총사(박수동), 두심이 표류기(윤승운), 철인 캉타우(이정문), 로봇찌빠(신문수) 총 6종이다.
과거에 모두 보았던 만화지만 특히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두심이 표류기와 캉타우, 그리고 5학년 5반 삼총사를 먼저 샀다.

어린 시절 흠뻑 빠졌었지만, 그 내용이 몇 가지 컨셉 말고는 기억에서 간지럽게만 살아있던 것들을 20년만에 실물로 다시 접했을 때의 감동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이건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과 비슷할 거라고 혼자 생각해본다. 감동의 치수는 그 만화를 본 지 얼마나 오래되었냐와 그 당시의 나의 애호도에 비례할 것이다.(이에 비해 보지도 않았던 만화, 예를 들면 60년대의 명작이라는 '라이파이'는 내게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는데 보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아우라도 남아있지 않기때문이다.)

감동의 재회를 충분히 살릴만큼, 복각판은 나름대로 충실하다. 근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들은 원고의 훼손이 덜 되었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정성껏 책을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각 책마다 초반부에 2도 인쇄를 한 것은, 원본 자체에는 없었던 부분이지만, 아마 책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시도된 것 같다.(하지만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에서는  웹에서 주로 사용하는 흑백만화의 칼라화와 비슷한 이질감을 준다.)
지난 5월 디자인 하우스에서 다시 나온 모아레로 가득찬 '아기공룡 둘리'에 비하면, 일단 정성껏 책을 만들어낸 출판사에 경의를 표한다.

음, 하지만 책의 컨셉에 대해 몇가지 불만이 있다. 뭐냐하면, 책의 시리즈명이 바다 어린이만화라는 점이다. 분명 이 책들은 70년대에는 어린이 만화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2000년대인 지금 다시 어린이 만화라는 컨셉을 붙여 출판하는 건 무리 아닐까? 이 책들을 반기는 주 독자들은 아마 70년대 유,소년기를 보냈던 386세대(이 단어를 무지 혐오하는 필자지만, 별 달리 쓸 말이 없기에 그냥 쓴다.)들일 것이다. 고로 이 시리즈는 이미 이 책을 볼 어린이를 자녀로 두고 있을 만한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하면서 다시 보는 만화, 즉 어른을 위한 어린이 만화인 것이다.
이 만화들은 독자층이 일탈되면서 점점 위축되어가는 현재 만화계 안에서 과거 영화로웠던 시대의 독자들의 향수에 기대해서 나온 만화의 일종인 것이다. 더 이상 어린이를 위한 만화가 나오지 않는 현황에서 현재의 어린이 만화로서 맞지 않는 복고풍의 만화를 어린이 만화로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나로서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갑지만, 한편으로 진짜 어린이를 위한 만화가 없는 현실에서 아빠,엄마가 사용했던 구닥다리 장난감이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그리 반가울 리는 없을 것이다.(애들은 형이 쓰던 것 물려받는 것도 질색인데..)

결국 바다출판사의 이번시리즈는 추억의 만화라는 컨셉이 더 정확한 명칭이었을 것이다.(실제로 추억의 만화로 나온 만화들 자체에서 연령구분을 위해 어린이 만화를 썼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즉 성인을 위한 추억의 만화가 후속타로 나온다고 한다.)

바다출판사에서 나온 이번 만화들은 모두 명랑만화라는 쟝르에 속한다.(캉타우는 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하지만 이 명랑만화라는 쟝르는 이미 소멸된 쟝르라고나 할까? TV,게임에 붙잡혀 있는 현재의 어린이들에게 명랑만화는 낡은 컨셉이라고 폄하될 수 도 있고, 실제 이런 이유로 만화시장에서 명랑만화는 퇴출당했을 것이다. 명랑만화를 현재의 개그만화들이 대를 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명랑만화의 대가들이 성인만화의 언저리나(김삼,신문수 등), 아니면 학습만화로 전업하는 모습(윤승운)을 보며, 다시금 명랑만화의 실종에 대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명랑만화의 실종을 만화사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서점에서 상당히 큰 블럭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용 그림동화책들이 여전히 팔리고 잘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명랑만화 또한 충분히 그 자리에 들어설 자격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개그만화가 아닌 새롭게 만들어질 명랑만화들을 신인작가들에게 기대하고 싶다.
추억의 만화는 내가 즐기고자 있는 거지 우리 애(아직은 없지만..)에게 보여주자고 사는 건 아니거든..

Read : 818,  2001/09/14 Fri 17:57:47
목록보기 게시물 작성하기 답글쓰기


121  ^ ^ 이겼다. ^ ^   무혼   2001/09/15 1797 
120  [트랄라라18] 70년대 로봇만화는 왜 사라졌을까?   무혼   2001/09/14 1734 
119  [트랄랄라17] 박성우의 만화들에 대한 짧은 단평    깜악귀   2001/09/14 1922 
118  [트랄랄라16] 윤지운 - Hush [1]  턱시도가면   2001/09/14 965 
116  [트랄라라15] 이애림 [쇼트스토리].   꾸꾸   2001/09/14 862 
현재 게시물  [트랄랄라14] 바다출판사의 어린이 만화들에 대한 단..   무혼   2001/09/14 818 
114  [케세라세라16] 18금 만화를 위한 평론도 가능한가? -.. [4]  기린아   2001/09/13 2122 
112  [케세라세라15] 송지형과 류인의 단편 ...    halim   2001/09/12 806 
109  [케세라세라14] 다시 돌아보는 `누들누드`: 만화이어.. [1]  capcold   2001/09/10 1078 
107  프리스트에 대한 질문이에요^^   푸른날개   2001/09/05 987 
   Re: 프리스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   halim   2001/09/08 898 
   Re: 프리스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   꾸꾸   2001/09/11 830 
   Re: 프리스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   halim   2001/09/12 723 
   Re: 프리스트에 대한 적절한 평가   푸른날개   2001/09/14 695 
105  [케세라세라팀 13] 얼토당토 않은 동화(석동연의 얼토..   횰   2001/09/04 866 
목록보기  이전 목록보기 다음 목록보기
 [1  2   [3  [4  [5  [6  [7  [8  ... [Next]   [9] 
게시물 작성하기
EZBoard by EZNE.NET / kissofgod / skin Ez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