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를 풍미했던 로봇SF만화는 왜 없어졌을까?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로보트 킹의 작가인 고유성의 경우 '로봇물'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주인공 로봇을 만드는 거야 멋진 놈 하나 그려내면 되는 일이지만, 매번 등장하는 상대역 로봇을 일일이 생각을 해내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라고.. 가뜩이나 과학적 설정 등으로 복잡한 SF만화에서 로봇의 디자인까지 만들어내면서, 만화를 그려내는 것은 중노동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 자체가 다른 여타 만화에 비해 그리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항상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로봇물 애니매이션에 비해, 출판만화의 경우는 나가이 고와 이시가와 켄 콤비의 열혈로봇물 말고는 별다른 프로토 타잎이 없다는 걸 보면, 출판만화에서 로봇물을 계속 그려내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그리 남는 장사도 아닌 것 같다고 본다.
하지만, 작가가 힘들어서 그만 둔 것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절대적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한국에서 로봇물이 사라진데에는 국가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때는 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권력을 접수한 후 일종의 조치를 취한 것 중, 언론통폐합이라는 것이 있다.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확실히 만들기 위해 허문도의 지휘 아래, 신문사와 방송사를 구조조정(?)한 것인데, 이때 TBS(동양방송)가 KBS에 병합되었다. TBS가 어떤 방송국이냐하면, 인기 절정의 일제 로봇물이었던 그레이트 마징가에 이어, 그랜다이져를 방영하고 있던 곳이다. 방송국 병합과 함께, 절찬 방영되고 있던 그랜다이져가 갑자기 종영해버렸다. 일반적으로 폭력적이고 파쇼적인 집권세력은 초기에 자신의 폭력성을 감추기 위해, 사회정화와 폭력성 철폐 등을 내거는데, 때리고 부수는 로봇만화야말로,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랜다이져 이후 TV에서 로봇물은 방영되지 않았고, 근 5년이 지난 후 '메칸더 V'가 방영되었을 때까지 TV는 마법소녀물이 로봇물의 인기를 대체했다.
한국 만화에 있어 로봇물은 분명히 마징가 Z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70년대 아동기를 보낸 소년들에게 로봇장난감은 재산목록 1호였고, 이 모든 영향은 마징가 Z로부터 기원하는 것이다.(한국 출판만화의 경우, 60년대 초부터 요코하마 마쓰테루의 철인 28호의 해적판 만화가 나오고 있었기야 하지만, 본격 로봇물의 시대는 역시 70년대라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시대를 풍미했던 로봇만화를 들자면, 고유성의 '로보트 킹','혹성로봇 델타', 김형배,차성진 투탑의 '로봇태권 V','황금날개' 이정문의 '캉타우','녹색별을 찾아라' 한재규의 '로봇 프린스'등이 있다. 이 많은 로봇만화가 사라진 시기가 그랜다이져 종영시기와 비슷하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분명 개인 작가차원에서 로봇물이 힘들어서 그리지 않았다라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왜 80년대 들어서 로봇물을 그렸던 많은 작가들이 그 이후 로봇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을까? 80년대는 출판만화, 애니 모두 국내 로봇물의 암흑기라 할 수 있으며, 어떤 독창적 로봇물도 나오지 못했고, 이것을 메웠던 것은 해적판 로봇 대사전과 과학교재사의 로봇 장난감, 그리고 사이드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건담물이었다.
70년대 출판만화에서의 로봇물은 상당한 비중의 주류 쟝르에 속했고, 이는 결국 당시의 소비자층과, 판매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되고, 주류 쟝르로 대접을 받을 수 있기에, 작가들은 상당한 노력이 듬에도 불구하고, 로봇물을 그려냈던 것이다. 하지만 80년대로 들어서서, 소비자층의 열렬한 지원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로봇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즉 어른들의 세계)이 좋지 않았기에 주류 쟝르로부터 계속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황금기는 지나버렸고, 지금까지 70년대의 걸작 로봇물의 뒤를 이을 수 있는 로봇만화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90년대 이후 정통 로봇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진짜 몇 안되는 데, '컴뱃메탈 해모수'정도밖에 없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일본망가의 경우도 로봇만화가 인기작이 된 경우가 거의 없고, 애니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로의 매체이전이 된 경우정도 밖에 없다.(파이브 스타 스토리는 아주 예외적인 작품이다.) 어찌보면 로봇만화는 움직이는 화면의 애니메이션에서 그 효과가 명확하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로봇, 메카닉의 경우 어느 한부분을 움직이지 않고 보여주면, 이 부분이 무엇을 나타내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기에, 정지된 컷 안의 만화에서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년대 한국의 로봇만화들에서는 이러한 로봇만화의 아킬레스건을 훌륭히 해결하고 인기 연재되었던 것이다. 기회가 닿는데로 70년대 한국출판만화에서 로봇물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분석을 해보기로 하고(항상 기회가 닿는데로냐?), 로봇물에 대한 신인작가들의 애정이 단발마로 식지 않기를 바란다.(대부분의 남성 작가는 신인시절 메카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거든..)
|
| Read : 1734, 2001/09/14 Fri 23:58:38 → 2001/09/14 Fri 23:59: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