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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악귀 (http://www.kkamakagui.wo.to)  수정하기 삭제하기
[살코기들01] 호텔 아프리카 - 박희정

난 박희정이 데뷔할 때 그의 만화를 보지 않았다. (알아챌 사람도 있을 텐데, 그/그녀 구분을 폐기하기로 했다, 암묵적으로 여성작가라는 레테르를 붙이지 않으니까 꽤 편리하다.)

대신에 노트 공책 표지 같은 곳에서 보았고, 그런 식으로 상품에 부착된 그의 그림을 보았다. 그림이 이뻤다. 서구적 마스크의 캐릭터에 색칠도 나쁘지 않음. 감성적으로는 약간의 황량함과 공허함이라는 90년대식 코드... 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영화적'이라는 데 있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박희정의 작품 한 두 개 정도를 보았는데, 가장 많이 본 것은 <호텔 아프리카>다. 누가 뭐래도 난 박희정의 그림이 이쁘고 세련되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만화로서 좋은 그림이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캐릭터의 얼굴에서 나와야 할 감정이 나오질 않는다. 대사와 얼굴표정들이 맞질 않고, 얼굴은 항상 밑밑하다. 일러스트에 나오는 표정과 얼굴들이 만화에 그대로 도입된 느낌이다.

좋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스토리텔링도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감성적인 부분에서 코드가 맞는 사람은 상당히 좋아할 작품이다. 모노톤의 굴곡없는 감성을 멋지구리하게 볼 수 있으니까.

한 가지 키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만화가임이 틀림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예리와 비슷한가? 만화 장면 곳곳에서 영화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재마저도 그렇다. 이 부분에서 박희정의 연출이 영화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태행의 연출은 영화적이지만, 박희정의 연출은 영화적이라는 것을 확 느끼게 해 줄 정도로 앵글과 카메라 워크가 만화의 칸 사이에서 숨쉬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재와 장면의 구성, 스토리.. 등등에서 많은 부분 영화적 감동을 만화로 옮겨놓으려고 하고 있고, 작가도 그 부분을 숨기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 비교해 볼 작가가 많지 않을까 싶다. 나예리라든가?

만화가들이 다른 예술매체에 영향을 받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영화감독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듯. 그런데, 순정만화 계열에서는

문학-영화-애니메이션(게임)

으로 라인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남자만화도 그럴까?)
이런 것도 역시 생각해 볼 부분은 되는 것 같다.

Comment : 7,  Read : 2927,  2001/10/06 Sat 14:10:49
decoding 

박희정 만화 중 secret가 영화화되었었지..`비밀`

2001/10/06
턱시도가면 

secret이란 영화가 먼저 기획된 후 박희정씨 그림으로 만화로도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2001/10/07
흙덩이 

네..영화화된게 아니라 영화 개봉 전부터 박희정씨 작화로 공동진행된거죠..영화 개봉후에 연재 중단됐지만..

2001/11/08
앨리스 

많은 생각이 담긴 글이지만, 그건 개인적인 소견인것같네요.

2001/12/06
앨리스 

대사와 얼굴표정, 얼굴이 밑밑하다....일러스트에 나오는 표정과 얼굴들이 만화에 그대로 도입된 느낌이다.....사실이긴 하지만, 모든 만화가 인간의 모든 표정과 감정을 담을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그런 `밑밑한` 표정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감동한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듯이, 만화도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2001/12/06
앨리스 

영화적인 표현력이나, 캐릭터의 아름다움은 박희정님에게도 상당히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그렇게 그리고싶어도 그리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멋진 스토리또한 중요하지만, 멋진 그림또한 중요한것같습니다. 일단 보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박희정님의 팬은 아니지만, 그냥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분이어서, 댓글을 달아봤습니다.

2001/12/06
chocochip 

스토리에 비해 얼굴이 밋밋한 만화는 많습니다만 그런 만화들에 혹평이 가해지는 것에 비해 박희정님에게는 평가가 높지요. 그건, 박희정님의 세련된 그림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박희정님의 만화가 `만화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밋밋한 얼굴은 극복(?)되어야할 과제라 생각합니다. 앨리스님은 `그걸로 됐다`고 하셨는데 만화 독자로서야 `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작가로서는, 또 평론하는 입장에서는(감상을 쓰는 입장이 아닌) 분명 이 점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 생각합니다만...

200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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