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이 그랬던가요. 중간에 뒤바뀔 가능성도 있고, 그래도 개인의 노력의 산물일 가망성이 많은 '돈'의 문제가 도대체 중간에 뒤바뀔 가망성이 없는, 가장 불평등한 가치체계인 '재능'의 문제보다 뭐가 그렇게 더 나쁘냐고. 아마 복거일의 말을 옮긴 것으로 기억 합니다만, 이 말에 솔직히 신경이 쓰이는 데다가, 더군다나 이 시대의 가치관이 이미 '돈'을 물려주는 것을 넘어서서 '재능'을 '교육'의 행태로 물려주는 것이 가장 보편화 된 형태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본질적으로 재능에 대한 강조라는 것은 굉장히 곤란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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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논지에는 일단 동의합니다. 그런데 천계영 만화에는 논지는 잘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천계영 만화에 있어서 '탤런트'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계층의 아이에게도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천계영의 만화에서 '탤런트'는 기적입니다. 이것은 돈을 가지고 교육을 사고, 교육이 감성적 재능이 되고... 다시 그러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문화적 재능을 가지게 되고..하는 문화자본의 재생산.. 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것은 기적적으로 누군가에게 임재하는 것이지요.
텅빈 기표에 대한 갈구.. 이걸 뭐라고 하죠? 신앙이라고 하죠.
천계영의 만화에서 '탤런트'는 마치 신앙 같은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그 만화에 나오는 재능을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재능'이라고 하지 않고 계속 '탤런트'이렇게 쓰고 있는 거죠, 저는)
이미 널리 납득된 명제이다 싶은데, 때문에 만화와 현실을 1:1로 매치되지 않는 것이지요. 천계영의 장점 중의 하나는, 자신의 만화에서 현실적인 티를 애써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천계영의 어느 단편 중에 이러한 것이 있습니다. 죽은 신화적 기타리스트의 혼이 머물러 있는 기타를, 한 재능없는 아이가 가지게 됩니다. 그 아이가 기타를 치는 순간, 기타리스트의 혼이 나타나죠. 재능없는 아이는 .... 계속해서 기타를 치지요. 그 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다가 어느날 보니, 그 아이는 죽은 기타리스트보다 더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되어 있더라는. 이 단편은 순전히, '탤런트'가 어떻게 캐릭터에게 임재하게 되는가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재미있게 읽힐 이유가 있죠.
이런 포맷은 매우 중요할 수도 있는데, 영혼과의 교감이라는 형태로 '탤런트'가 제시된다는 점, 재능을 가지게 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따라서 재능(탤런트)는 영혼과의 교감을 이루는 순간에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점.
그것은 가져본 적 없는 주체성에 대한 환상이죠. 그러나 그 실현은 환상적이며, 이야기는 혼의 차원에서 움직인다는 소립니다. (오디션에서 죽은 아버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운운하는 것도 있죠) 이것을 이야기해기 위해서는 현실논리를 그대로 대입시키면.. 안 되진 않겠지만 재미없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그렇다는 소립니다.
적어도 몇 가지 포맷을 추출해내면 천계영이라는 작가의 내면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지요.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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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 6, Read : 2148, 2001/10/12 Fri 13:49:45 |
| 손 |
천재성에 대한 갈망- 이유는 영혼의 만족. 현실탈출, 열등감해소 및 차별화욕망? 기발하지만 엉뚱유치한 아이디어와 지식조합능력, 기존순정의 공식을 이용한 줄타기. 천계영은 재능을 타고 노는여유보단 재능자체의 갈구에 목맴으로써 자신이 천재가 아닌 눈물겨운 노력가라는걸 보여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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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3 |
| 박쥐 |
지나가던 과객입니다만.. 아래 손님의 말씀을 읽다보니 천계영은 천재가 아니라 노력가라고 말씀하고 계신 건가요? 즉 작가론 말입니다. 천계영이 만화천재가 아닌 노력형이라는 건 작품보다는 자신이 밝힌 인터뷰에서 더 널리 알려진 이야기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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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3 |
| 박쥐 |
인터뷰라던가 세인의 관심이라던가 자신의 홈페이지 등으로 너무 노출된 작가이기 때문에 그녀 자신에 대한 정보가 오히려 작품의 해석과 얽히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이용되는 것 같아 별로 유쾌하지 않네요. 님이 사용하신 단어의 뉘앙스가 호평은 아니라는 느낌 때문에 메모 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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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3 |
| 기린아 |
뭐, 일단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겠지만, 그러나 재능에 대한 갈구가 천계영 개인에게는 원천적인 무언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깜악귀님이 맨 처음에 쓴 글은 명백히 재능- 가난이라는 구조를 전제에 깔고 시작하지 않았던가요? 저는 그 구조가 성립을 하려면 좀더 고전적인 스타일이면 좋겠다 라구 한 것이구요. 제가 보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은 그리 가난해 보이지 않으니 말입니다. 돈이 있는 사람도 돈을 계속 유지하고 굴리는 재주가 없으면 파산하죠. 재능이 있는 사람이 돈이 없으면 능력 발휘가 안되듯이. 그점에서, 재능 있음 - 가난이라는 코드는 차라리 고전적인 것에 어울리지, 애매하게 현실을 반형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세상에는 둘다 없는 사람도 부지기 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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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3 |
| 손 |
인터뷰는 읽지도 않거니와 홈페이지엔 구경도 안가봤으니 순전히 작품에 대한 감상차원입니다. 뉘앙스따질거 없이 호평은 당연히 아니구요. 누구에게나 호평받을 작가로 보이시나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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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3 |
| 깜악귀 |
천계영의 만화는 고전적이지 않다는 것이 생명력입니다. 음.. 역시 좀 자세하게 써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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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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