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얀손이다. (라는 것이 그리 당당한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_-;)
이 만화책은 대여점에서 빌려본 것이고, 그 중 그나마 할말이 있는 단편집이었기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하는 김에 변명을 마저 해보자면... (논쟁에 직접적으로 끼어들지는 않았으나 두고보자의 일원이고, 대강 상황은 보아서 안다. 대여점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와 관계없는 글을 쓰는데조차 이렇게 제발저려서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을 정도로는 찔려하고 있는 그렇고 그런 소시민이다...라고, 나의 정체성을 밝혀두도록 하자.)
...이래저래 알바거리가 죄다 떨어지고 통장의 잔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문화적 삶을 조금이나마 구차하게라도 향유하고 싶으면, 양심이 상당히 찔리긴 하지만 빌려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_-; (그나마도 자꾸 가격이 오르고 있다...ㅠㅜ) (이기적이라고 돌을 던지면 달려가 맞겠습니다.)
그래서 최근 본 만화는 없는데 글은 써야 하고, 소장한 만화책들 중에서는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고, 그래서 예전에 기억에 남아있었던, 한마디 하고 싶었던 추억의 단편집(?)을 지금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 사실은, 홧김에 빌린 만화책들 중 하나였다.
천원한장이 아까운 백수다보니 만화책을 빌릴 때도 왠만큼 검증된 만화가 아니면 빌리지 않는데-_-; (그래서 모언니의 추천게시판을 종종 참고한다)
다른 곳에서 전혀 추천글을 보지 못했는데도 이 책을 빌렸다는 것은, 당시 나의 기분이 상당히상당히상당히 저조했음을 단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_-;
뭐, 어쨌거나, 다른 책들도 몇 권 빌렸었지만, 그건 기억에 없고, 하여간 건진 건 이거 하나였다.
...처음에 실린 작품은 [하프윙]이었고 두번째였나 세번째가 [마침표]였다.
아하...!!!*_*;;
...라고 외쳤던 이유는, 나, 이 작가 등단할 때 찍어놓았던 그 사람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안 수납공간도 모자라고 더 볼만한 작품도 없고해서 잡지를 사지 않기 시작한 것도 꽤 되는데... 언젠가 만화가게(-_-;)에서 잡지를 훑어보다가 당선작이라고 실린 걸 봤었다. 보고 우와~!!하곤, 찍었었다.
꽤, 괜찮은 작가가 될 것 같다고.
[마침표]는 굳이 말하자면, 상당히 자성적인 성격의 작품이었는데, 구성이나 캐릭터는 아직 미숙했고 그림체나 내용도 그렇고 그랬지만, 그, 캐릭터들이 말하는 대사나 심리묘사는 다른 왠만한 기성작가들보다 낫다 -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뭔가, 보석같은 것이 숨어서 반짝반짝하고 있다는. 아직은 잘 다듬어지지 않아서 거칠고 무딘 원석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고가의 보석이 될 수도 있으리란 느낌이었다. (이런 식의 '내멋대로보석발굴'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이기도 하다...-_-)
하여간, 그리곤, 이후로 잡지를 보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단편집까지 나왔었구나, 하고 혼자 감탄하고 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한동안 실리지 않았던데다, 원고 자체도 그닥 많이 해보지 않은 듯한 느낌이어서 바로 데뷔한다기보단 한동안 아마활동을 계속하지 않을까... 란 내멋대로추측도 했었는데...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_-) (상을 준 것도 가능성을 보고 준 느낌이었고...)
...... 그런데.
음...뭐라고 해야 할까...-_-;
단편집 중에, 소재와 스토리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하프윙]이었고 이야기전개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마침표]였으며 구성이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으...제목이 기억안나지만 하여간 호러물=_=;이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나머지 작품들은 읽히지가 않았다.
...이 엄청난 작품들간의 편차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아직, 자신의 개성이나 특성을,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란 생각조차 들었으니. 하기야 아직 신인이 아닌가...
나는 이 작가가 꽤 마음에 들었는데, 그래서, 안타까웠다. 아직 덜 다듬어진 상태에서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이런 건방지기 짝이 없는 발언을...=_=; 이것이 릴레이게시판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글은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알다시피 나는 공식적인 멘트.라던가, 겉으로 그럴듯해 보일 수 있는 선에서 적당히 커트. 라는 게 안되는 인간이다...)
......
나는,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이 신인작가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
먼 곳에서 이야기를 잡아서 하려고 하지 말고,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얘기를 해달라고. 독자의 심장을 후벼파는 대사를, 이야기를 읊조려 달라고.
...그닥 세련되지 못하고, 멋지게 말하는 요령도 없고, 효과적인 구도와 연출도 아직은 익숙치 않은, 이제 단행본 한 권을 낸 까마득한 출발점에 선 신인작가 이종은.
...나는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그녀가 "아,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고 나라는 독자가 고개끄덕일 수 있는 작품들을 그려내는 작가가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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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839, 2001/08/09 Thu 01:5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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