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디선가 문학, 그 중 한국문학에 나타나는 순정적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적이 있었습니다. 별 대단한 결론은 없었지만, 황순원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할 수 있었죠. 황순원 ... ? 그의 단편들이 보여주는 정서적 울림과 최근의 야오이소설, 한국형 로맨스, 간간이 소개되는 오리지널 스토리들의 그것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순정만화에서 그림을 배제하고 줄거리만 소설로 옮겼다고 할 때 (순정)만화독자들이 곧이 곧대로 탁치면 억~ 해줄지 ... 는 좀 생각해볼 일이죠.
'동화/고전 전문 패러디 동호회'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이번에 내놓은 4th book '한국근대단편소설패러디'는 그런 맥락에서 꽤 흥미로운 책입니다. 물론 시도 자체도 이 바닥에선 흔치 않은 것이구요. 여기서 그들은(Babpig와 Fanta) 20-30년대의 서정성 짙은 단편들을 만화로 옮겨 놓고 있지요. 순정 어쩌구를 얘기하면 항상 떠올리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외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B사감과 러브레터'등 일곱 편의 근대문학 단편이 이리저리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결과는 ... 꽤 성공적입니다. 40여쪽의 분량에 아쉬움을 느낄만큼 재미있습니다. 푸하하 터져나오는 웃음은 아닙니다만, 깔끔한 그림만큼이나 깔끔한 유머는 동호회지 답지 않은 세련미를 느끼게 합니다. 물론 이 책의 가치가 새로움에 있지는 않습니다. 황순원의 단편을 만화로 패러디했다는 객관적인 정황,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나온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흥취는 '유쾌한 박연'에 가깝습니다. '소나기'패러디는 특히 그러하죠.
일반적인 패러디에서 기대함직한 원전에 대한 풍자(혹은 비꼼)의 농도, (거무튀튀한) 유머의 강도는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만, 썰렁함 보다는 절제, 혹은 뒤탈없는 유쾌함에 대한 고려가 느껴지는 군요. 그것은 엠파스(두산)백과사전에서 인용한 개념과 작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문이 아무런 비꼼의 과정 없이 솔직하게 인용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문학의 진지함에 대한 모사로서 시도되었던 오세영의 '중단편문학관', 순정적인 감수성과 학습만화로서의 효용성을 동시에 겨냥한 듯한 김동화의 '한국단편문학선집' 같은 제도권의 선례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겁니다. 제가 여기서 '헨젤과 그레텔'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한다면 ... 조금 지나치고 있는 걸까요?
'한국근대단편소설패러디'는 책의 모양새와 그 안의 내용 모두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만화화'라는 관점에선 '중단편문학관'보다 나으며, 학습만화로서의 효용성은 '한국단편문학선집'보다 낫습니다. 안정감 있는 캐릭터와 작화, 절제된 유머감각, 적절한 원전인용과 도움이 되는 해설, 이 모든 것에 기반한 구입할 만한 가치로서의 상업성에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분량' 정도인데, 이 책이 놓인 외적조건(코믹페어!)을 감안할때 이 부분이 감점 요인일 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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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구입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http://my.dreamwiz.com/bab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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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 3, Read : 2570, 2001/10/15 Mon 03:23:14 → 2002/10/24 Thu 11:28:57 |
| 흑요 |
저기... `소나기`는 황순원 작품이 맞지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주요섭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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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0 |
| haney |
그렇군요. 제가 터무니없는 뻘타를 날렸습니다. ^^;;; 크어어 벌써 두 달 넘게 올라간 글을 어쩌라는 거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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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3 |
| 흑요 |
아니...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미안하다는(그런데 날짜가 너무 늦어서 이 말을 보시게 될라나 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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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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