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91년인가 ... 김진과 황미나가 시집이라 불리는 얄팍한 책자를 선보였던 것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시집’! 좋게 읽어준 사람도 있을 것이고 ... 순정만화풍의 나레이션이 책으로 묶인 것을 볼 때 느끼는 생경함과 민망스러움(혹은 촌스러움)에 당황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엔 후자 였는데, 말하자면 웬 원태연? 이런 정도 ... (원태연은 그때 없었다고? 그럴 거다 그럼 예반 ... 이던가? 가물가물 ... 모르겠다. 그런 시집들은 어차피 10년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니 어쩔 수 없다)
만화+시집(혹은 만화-시집 ;;;)이 그런 것이던가. 감정 흥건한 나레이션에 만화그림 붙여 놓는다고 만화시집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럼 이건 어떤가? 조금 특이한 경로를 통해 손에 넣게 된 책 중 하나로 강일구의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그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라는 그림시집이 있다. 그림시집이란 말은 권두에 붙은 말이고, 만화시집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무성의하게 멘트하자면 유감스럽지만 ... 기나긴 제목부터 불길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의 내용 역시 ‘원태연 수준’이다(원태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거듭 죄송할 뿐이다).
만화 혹은 만화적 표현의 형식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한 장르가 카툰이겠지만, 적어도 이 몹쓸(...) ‘그림시집’에선 어떤 바람직한 성과도 엿보이지 않는다. 카툰 그 자체로는 뭔가 아니던가? 강일구가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지극히 말초적이고 키취적인 포맷의 ‘그림시집’을 선택한 것은 적잖이 서운한 일이다.
불성실한 만화독자의 입장에선 ‘고군분투 강일구’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80년대 후반에 붐을 이루었다가 90년대에 들어와 잠행을 계속하는 듯 싶은 그의 장르에서, 강일구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적잖은 기대를 주고 싶은 작가중 하나 인데, 그 리액션이 이런 류의 ‘그림시집’으로 표출되고 만다면 참 ...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뒤돌아 설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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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2418, 2001/10/20 Sat 23:57:43 → 2002/10/24 Thu 11:3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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