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모닝 티쳐>를 고등학교 때 봤었다. 뭐라고 할까. 재미없어 보이는 만화였다. 아무래도 남자 고등학생이라면 만화든 뭐든 한 번 펼쳐볼 때 폭력과 성적인 장면의 횟수를 자기도 모르게 가늠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장면의 강렬도로 그 작품이 어느 정도의 쾌락을 자신에게 선사하게 될지를 가늠하게 되는 것이다.
..... 지금도 그 때의 버릇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 했지만. 어쨌든 <굿 모닝 티쳐>를 소년챔프에서 보았을 때는 참으로 이상한 만화라고 생각했고, 그건 정말 이상한 만화였다. 결국 자극적인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아서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의 가슴은 이상하게 크게 그리는 것을 무슨?
더구나 이 대사들은 왜 이리 따분한가. 세상 사람들은 왜 다들 착하지 않은 것을까 류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는 정말로 교사답게 유연하고 세상 경험이 많은 자로서 충고를 해 준다. <굿 모닝 티쳐>의 더욱 더 이상한 점은 캐릭터의 생각 하나하나를 독자에게 보여주느라 템포가 상당히 느렸으면서도, 그 만화가 잘 읽혔다는 점이다.
이 말은 즉, 서영웅의 연출과 전개가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리라. 편안한 캐릭터와 작화들은, 화면보다 그 전개와 내용에 더 자연스럽게 젖어들게 한다. 아니, 그리고 또, 가장 큰 원인은 정말로 그 당시의 나는, <학습만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일방적으로 때려박는 식의 교육이 아닌, 주인공의 고민에 동일시하고, 자연스럽게 나를 세계에 대한 이해에 가깝게 하는 만화가. 그런 의미에서 <굿 모닝 티쳐>는 진짜 학원물이었다. 고등학생들이 필살기를 쓰는 그런 학원물 말고.
<레이븐>은 현재 6권까지 나와 있고, 이것은 환타지 형의 SF이다. 그러니까 매카닉이 나오고 마법이라는 류의 개념도 나온다. 그렇게 설명하는 것 보다는 '우주가 나오지 않는 건담' 시리즈를 연상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 이 만화에서 설정되어 있는 '마나의 아이들'라는 개념은 건담의 '뉴타입'을 연상케 하고, 밀리터리 형태에 충실한 리얼로봇 스타일이라는 것도 그렇다.
전쟁에 말려들지만 전쟁의 비인간성, 목적 함몰성에 괴로워하는 주인공들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냥 그렇게 설명하고 말기에는 좀 억울하다. 걸작의 설정을 빌려왔다고 해서 항상 걸작의 패러디에 불과한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니까.
이 작품에서 서영웅의 학습만화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주인공 시스킨 프란질은 인간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서 성실하게 고민하고 있고, (학원에서 대륙의 전쟁으로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그 외의 다른 인물과 사건의 묘사도 충실하다. 주인공 시스킨 이외에 다른 주인공 급의 인물들을 통해 각자 다른 상충되는 관점으로 전쟁의 비극을 관조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고, 전쟁의 전개에 대한 정세의 묘사도 끄떡끄떡하고 납득할 만하다. (의외로 이런 것들을 제대로 묘사하는 작가는 흔치 않다)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행동과 성격의 개연성도 충실하다. 서영웅의 미덕은 역시 충실함과 성실함이다.
다만 상당히 고지식해 보일 수 있는 대사들과 비교적 화려하거나 정교하게 보이지 않는 작화 등은, 지면에서 느껴지는 화면의 위압감에 몸을 부르르 떨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외면받을 소지가 있어서 걱정.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해서도 여전히 배워나가고 있다. 세상은 가장 큰 학교이며, 학교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서로 납득하고 이해하나간다는 것은 인류가 진보해나갈 수 있다는, 미약하지만 성실한 신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좀 더 낫게 행동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덜 고통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소박한 희망이 그의 만화에는 깔려 있고, 이런 것들을 보아나가는 것은 기쁜 일이다.
p.s 작가 서영웅이 군대에 간다고 한다. <레이븐>은 당분간 못 보겠지만 꼭 결말을 내 주었으면 한다. 군대에 다녀오면 밀리터리 쪽은 더욱 정교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군대에서 탱크병이었던 작가 김린이 그린 <탱크>라는 만화도 있고. 아니면 군대에서 겪은 심리적 타격으로 인해 작품의 방향 자체가 변화하지는 않을지. 걱정.
p.s <레이븐>을 보았을 때 제일 처음 느낀 것. "앗, 눈이 작아졌다!", "근데 여전히 가슴은 크게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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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3981, 2001/08/10 Fri 04:3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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