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 이해의 경계 및 한계에 대하여
사실 왜 천계영을 가지고 왈가 왈부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어쨌든, 한때나마 내가 순정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도로 자극하면서 순정보기에 몰두하고 있을때(지금도 컴플렉스는 남아 있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때 천계영은 한참 잡지나 기타한 부분에서 이야기 되고 있었고, 그리고 내 주변의 지인들이 '좀 올드팬들이나 남자들은 '김혜린'등을 통해서 순정을 접하고, 최근의 애들은 '천계영'등을 통해서 접한다.' 라는 말을 듣던 처지였으므로, 내가 천계영을 '정복'해야만 해야한다고 믿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말로 일단 나의 상황을 변명해 두고자 한다.
그러나.... 그렇다..크흑. 오디션은 무척이나 높은 벽이었던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사실, 언플러그드 보이까지만 그럭 저럭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럭저럭 내가 아는, 그리고 내가 연상할 수 있는 공간에 투사가 가능한 것이었다. (선형대수학을 배운사람은 투사라는 개념을, 해석학을 배운 사람은 해석의 지평을 연상하기를 바란다.) 그렇다. 그리고 나는 오디션도 그럴 거라고 믿고 오디션을 집어 들었다. 사실 1권의 시작은, 솔직히 조잡했었다. 사실 톰보이 스타일의 여자는 나에게는 별 느낌이 없었고 - 물론, 이즈미 노아는 무척 좋아했지만 - 더군다나 톰보이가 되기 위해서 채용한 일련의 요소들이 나에게는 상당히 조잡했었다. (담배와 통코트가 모두를 콜롬보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자라면. 물론 일부러 코미디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아주 적절한 표현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당혹스러움으로 다가 왔는데, (이런 일련의 느낌들은 이후 모든 순정 액션을 보면서 나타나게 된다. 정말로.) 아직도 이게 나의 마초 경향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위의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구분을 못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오디션은, 모든 남자캐릭터 디자인에서 나로 하여금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말았다. 그것을 작가 특유의 그림체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겟지만, 그러나 그 휘어지고 능청능청한 디자인은 나를 심히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상대진영의 남자의 모습은 정말로 나로 하여금 미치게 만들었었던 것이다. 적어도, 적으로 상정될 수 있는 인물중에, 내 머리가 이해할 수 있는 - 아무리 그로테스크 하고 코믹하다고해도 - 그정도의 인물은 나를 아찔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오디션을 3권에서 접고 말았다. 사실 지금도 이걸 다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로 심히 고민을 하고 있다. 오디션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어쨋든 주류가 아니라 할 지라도 오디션은 인기 있는 작품중 하나이다. 나름대로 평이라는 것을 하기로 한 사람이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물론 일부러 무시할 수도 있지만, 나의 순정에 대한 컴플렉스와 알 수 없는 성실성이 그것을 가로막는다. 두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는, 과연 현재 내가 봐서 재미없을 것이 뻔해 보이는 작품을 봐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내가 조금이라도 스스로에 대해서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것을 보아야 할 것인가 라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될 것이지만.... 세번째, 그리고 보면 뻔히 이해가 안되고 악평이 나올 것이 뻔한 상태에서, 과연 내가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의 문제일 것이다. 아직 모를때라면 몰라도, 뻔히 아는 상태라면 또한 곤란한 것이다.
사실, 재미없는 만화에 대해서 재미없다고 하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 그것은 용기의 문제이다. - 그것이 어떤 인식론적인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디션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과는 다른, 아주 다른 세계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과연 상업적인 스타일로 등장하는, 과장된 남성 만화의 여자들의 모습을 여성들이 볼 때도 나와 같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곤란함으로 몸을 떨 것인가? 다행히고 여성들은 그 순간에 남성의 '마초성'과 성의 상품화를 이야기 할 수 있을만큼 논의가 진행이 되어 있지만, 그러나 남자인 나는 그렇지 못하다. 어쩌면 내가 이야기를 너무 부풀렸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용 만화와 여성용 만화의 이해할 수 없는 첨단의 한 구석이 오디션이 있을거라고 믿는다. 어쨌든 그런 만화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안그래도 점점 벌어져만 가는 남성만화와 여성 만화에 극단적인 쐐기를 박아 넣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그런점에서, 대부분의 남자 작가들은 곤란한 사람들이다. 정말로.) 그것은, 과연 정말로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것이 원래 - 물론, 내가 캐릭터 디자인에만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 이런 극단적인 이해의 차이를 낳는 것인가? 아니면, 그 차이를 극복해 보겠다는 것이 바보짓인걸까?
@기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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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1110, 2001/08/10 Fri 22:33:13 → 2001/08/10 Fri 22:37: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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