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로리] '아기와 나'는 소녀만화가 아닌가 ... ?
라가와 마리모는 소녀만화에 소년만화의 코드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다른 몇 몇 작가가 그렇게 하듯이 ... 물론 도입의 양상은 저마다 다르죠. 천계영이 점프식 대결물 구도와 과장된 패션을 오디션에 가져오고, 야마다 난페이가 逆하렘물적 요소를 홍차왕자에 가져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렘물이라고 해도 ... 혈연에 기초한 김강원의 '여왕의 기사'가 취하는 방식은 이것과 또 조금 다르구요 ... (잠시 새는 거지만 '여왕의 기사'를 읽어보면 와타세 유우가 왜 실패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리모가 가져오고 있는 것은 특정한 소재나 전개라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소년만화가 여성들에게 소비되는 방식'입니다. 여성은 소년만화를 자기 나름의 (남성들과 다른) 방식으로 읽게 되죠. 소년들이 전통적인 대결물 + 오컬트 + 일종의 스포츠 + etc로서 히카루의 바둑을 읽는 반면 여성들은 이 작품을 통해 미소년을 추구하고 커플링 작업을 하고 야오이를 만듭니다.
마리모가 자신의 작품에 부여하고 있는 것도 그런 것이죠. 그녀는 소년만화 특성들 그 자체를 모사한다기 보다는 여성들이 소년만화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만화를 읽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작품을 구상하는 듯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뉴욕! 뉴욕!'을 야오이라고 부르는 것은 웬지 (이마 이치코와는 또 다른 의미로) 꺼려집니다. 야오이를 넘어선 정치적으로 올바른 퀴어물이라서(설마 ... 물론 자기만족적 환타지 쯤은 되겠죠 ... ;;;) 그렇다기 보다는 이 작품이 실제의 야오이에 대한 모사 즉 ... 남자들이 나오는 만화를 자기나름대로 재해석해보는 장르로서 야오이의 특성 혹은 기본설정을 소녀만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도에서 그냥 흉내만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Just go! go!'는 그냥 소년만화 그 자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소년만화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직 ... 소녀만화 입니다. 소녀만화작가가 소년만화를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습니다. (그 반대는 더욱 어렵지요. 그래서 김진태는 대단 ... ) 만약 사심없이 이걸 그냥 소년만화라고 부른다면 ... 그런 시각에선 아다치의 작품 대부분은 소녀만화로 분류되어야 하겠죠. 솔직히 'Just go! go!'를 보고 나서 ...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소년지에 실려도 놀랍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아다치의 초기작은 소녀잡지에 실린것도 있죠)
물론 이런 시도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가져다 줍니다. 소녀만화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한다는 게 많은 경우에 '비슷한 연애담이지만 이번엔 이 종목(다음엔 저 종목?)을 택해봤어'라는 의미로 다가오지만 'Just go! go!'는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죠. 아다치가 '머리속에 들은 건 근육 뿐'인 캐릭터들의 대결물이라는 인식 밖으로 스포츠만화를 꺼내온 것 처럼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아기와 나'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히카루의 바둑이나 헌터X헌터는 명함도 못내밀 만큼) 노골적인 쇼타물 코드를 ... 구사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녀만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도에서 그렇습니다. 이게 정말로 소년만화였다면 SD와 세인트세이야의 동인지가 이바닥을 쓸고 지나가던 그 시기에 '아기와 나'도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을 것입니다만 ...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마리모의 노력이 아주 헛되지는 않아서 '아기와 나'의 동인지가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 진이와 윤석원씨의 커플링을 보여줘 ... ;;;) 그때만해도 지금보다 순정독자들이 더 순진(?)했어, 그래서 그래 ... 라는 반박이 날아온다면 뭐 ... 할 수 없고요.
장르의 경계선을 긋는 것은 애매한 일이지만 "어떤 계층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가의 문제에 집중한다면 생각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습니다. 여성이 '아기와 나'를 읽는 방식은 다른 순정만화와 다르지 않고, 남성이 '아기와 나'를 읽는 방식도 다른 순정만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소개되었던 '닥터 스쿠르' & '나의 지구~' 같은 작품과 '아기와 나'는 별 차이가 없었죠.
아래 어디선가 썼듯이 성공한 작품은 성공한 만큼 전형성에서 탈피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부분에 주목해서 ... 이런 차이가 보이니 순정만화 혹은 소녀만화 ... 혹은 다른 무엇이 아니다 내지는 그 틀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장르'개념은 당장 소멸해 버릴 겁니다. 물론 ... 그런게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에 너무 불편하거니와, 우리가 접하는 만화의 대부분이 장르만화의 범주안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그래야 할까 싶군요.
기린아님의 글에 등장하신 여자후배분이 어떤 의미로 아기와 나를 순정이라 부르길 거부하면서 (설마 그 후배분이 한국의 순정만화와 일본 소녀만화의 개념 구분과 관련하여 기린아님을 공박한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 ;;;) 선배에게 쫑크를 주었는지 ... 궁금해 집니다. 제 생각에 ... 혹은 제가 알고 있는 (아마도 대부분 여성일) 일반 대중의 인식에 따르면 아기와 나는 분명히 '소녀만화' 입니다. 상당히 성공한 소녀만화죠.
그 후배분이 성공의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기린아님이 남성의 시각에서 '아기와 나'라는 좋은 작품을 (자기 마음대로?) 읽는 것에 분개한 것 일 수도 있지만. 조금 오버한 것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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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뭐 ... 아래 기린아님의 글에 대한 반론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쓰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붙어서 [쇼타로리]팀에 한 점 더하는 의미로 ... '아기와 나'를 새로 읽은셈치고(... ;;;) 그냥 ... 쿨럭~ (너 많이 뻔뻔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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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 1, Read : 926, 2001/08/13 Mon 21:15:47 → 2001/08/13 Mon 21:58:11 |
| 아아젠 |
이슈에서 just go go를 보고있는데 재미있어요. 난 오히려 아기와 나 보다 재밌는데. 질질 짜는것도 없구.요즘 2부가 시작되었는데 재밌을것 같은 느낌이 팍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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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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