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재될 당시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이 작품은, 그 후 단행본 1권으로 보고서야 비로소 단번에 좋아하게 된 사연이 있다. 아마도 작품 자체의 '집중적'인 면모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나로선 당연히 그 후에도 연재물은 보지 않았다. 모아서 보리라 하구 말이야. 드디어, 이제서야 2권을 보게 되었다. 잔뜩 재워두었다가 (?) 한꺼번에 풀어 본 사춘기 2권은 과연, 대단한 압축도를 가지고 있었다. 1권보다도 더 천천히 읽힐 뿐 만 아니라, 유심히 읽히며, 다시 되 넘겨 읽게 만든다. 그리고는 이번엔 1권을 다시 읽게 만들고, 다시 또 2권을 읽게 만들고...(^^)
-1권도 긴장감이 장난 아니지만, 2권의 긴장감은 그보다 배는 될 것 같다. 고무줄을 팽팽히 잡아늘인 것 같이, 그것은 고통스럽기 까지하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내적 긴장감 자체가 아예 이 작품의 주제인 까닭도 있겠지만,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주목하고 집중관찰하게 만드는 작가의 연출법에도 기인한다.
-1편에 비교해 더욱 더 빈번하게, 등장인물들의 교체, 시간과 공간의 교체가 아무런 조짐 없이 갑자기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게 장면전환이 이루어지자 마자 또 단박에 핵심으로부터 시작해버려서, 도무지 독자가 최대한의 긴장감과 예민함을 가지고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쫓아가지 않으면 일찌감치 나가 떨어져 버리게 된다. (그대신 열심히 제대로 쫓아가기만 하면 1편보다 더욱 풍부하고 깊숙한 이야기의 조짐을 발견하게 된다.)
-바깥에서 보았을때, 그 결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단시간내의 대중적인 인기가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 독자의 확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로선 이러한 긴장감이 어떨때는 '끔찍스럽게' 좋다가도, 또 어떨때는 (아마도 대부분의 시간은) 귀찮거나, 부담스럽거나 하기도 하다.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작가나 독자나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로 지속적인 긴장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거야 말로 '제 살 깎아먹기'...(나쁜 뜻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를 쏟아 붇는 다는 의미.) 그것은 마치, 작중의 선욱이 '증오나 적대감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2권)거나 지영이 '비겁해지지 않으련다'(1권)라는 그런 자세와 마찬가지로 볼 수도 있다. 또 사춘기는 네명의 소녀로 분산된 이진경이라는 한사람의 감정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피같은 일기.
-한국만화에서 '제 살 깎아먹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치만 사춘기는 가면 갈 수록 더욱 제 살 깎아먹기에 골몰하는 것 같다. 그것이 이진경 작품 최대의 미덕이자,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며, 무엇보다도 그와 그의 만화를 인정받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이진경이 뭘 하나 몰라? 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흔히 듣는다. 그만큼 작업결과를 빨리 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의 고통스런 작업의 의미를 돌이킨다면, '빨리, 빨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조리다. 살을 깎아내면 새 살이 돋을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그의 만화를 보면 그가 게으르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는다. 작가여, 마음껏 멋대로 가라. 나는 기쁘게 당신을 쫓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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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1053, 2001/08/18 Sat 00:54:22 → 2001/08/18 Sat 01:0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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