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Q의 신나는 병원놀이 - 2권 -
단도직입적으로, 필자는 (현재 사용되는 의미에서의) '엽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는 꽤 좋아했는데, 요새는 하도 엽기라는 말이 원래의 아우라를 상실하고, 개나 소나 아무 곳에나 '끝내준다'라는 식으로 같아 붙이며 사용하고 있는 터라... 결국, '정통 엽기'를 좋아하는 필자같은 인종들로 하여금 오히려 가능한 엽기라는 단어를 피하도록 만들고 있다.
원래 엽기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기이한 잔학함과 더러움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엽기'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나는데, 한 가지는 극도의 쾌감/불쾌감(두 가지는 어차피 동전의 양면이다)을 느끼는 것이며,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그 극단적으로 '과장된' 잔혹/더러운 상황 앞에서 오히려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오늘의 리뷰 대상, '닥터 Q의 신나는 병원놀이'는 후자의 의미에서 '정통 엽기'를 한껏 뽐낸다. 극도로 과장된 더러움과 가학성을 무기로, '혐오스러운 즐거움'을 맛보여주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기다. 비교적 짧은 에피소드식 호흡 속에 그러한 요소들을 골고루 넣어줌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엽기의 코드가 지루함에서 오는 환멸로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큰 미덕으로 꼽고 있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를 짧은 호흡으로 시리즈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정형화된 구도에서의 변형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결국 점차 긴 호흡의 스토리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긴 호흡의 스토리에서는 짧은 에피소드의 경우에서처럼 자극적인 소재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기가 어려워지고, 점차 자극성보다 서사성이 강조되며, 사건위주의 전개보다는 종종 캐릭터의 구축위주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본작도 그런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2권에서는 스토리의 호흡이 보다 길어져서 1권에서처럼 간결명확하게 한회에 한명 맛보내기(항상 같은 사람, '엄살씨'지만)의 구도가 잡혀있지는 않다. 그 속에서도 1권에서는 가학과 더러움의 비율이 7 : 3 정도였다면, 이번 2권에서는 가학의 비율이 줄어들고, 더러움이 증가하며, 전체적인 자극성이 1권에 비해서 훨씬 못미친다.
물론 신정원 작가 특유의 뻣뻣한 표정과 포즈들이 주는 비정함과 코믹함 하나만으로도 본작은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그것은 유시진 만화 주인공들의 뻣뻣함에서 풍기는 자기폐쇄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권에서의 짧은 호흡을 유지하면서 집요하게 한우물을 파는 후속편들을 기대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각 캐릭터들의 과거따위, 그들간의 인간관계 따위는 전.혀. 관심없다(그런 것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넘쳐나는 일본 만화들로도 충분하다). 연재 초 본연의 가학성을 되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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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941, 2001/08/21 Tue 09:1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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