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의 혼자놀기 - 권윤주 작, 열린책들 펴냄
심리학에는 내향성/외향성이라는 성격 척도가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내향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성적'이라는 말과 혼동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내향성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심리적인 에너지를 외부, 즉 사람과의 소통에서 찾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얻어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내성적'이라고 불리울 때 따라오는 이미지, 즉 왠지 사회적인 사교능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을 기피하는 그런 모습들은 '내향성'이라는 개념에서는 그렇게 필수적이지 않다. 내향적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사회 관계를 능숙하게 즐길 수 있고, 사람들을 특별하게 기피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아니, 꽤 활달할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이 진정으로 안정을 찾고 재충전을 하는 것은 자신의 내부로부터라는 것 뿐이다. 내향성은 '내성적 성격'의 전제이지만, 등가는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내향적인 목소리에 관한 만화가 나왔다. 아니, 개인 웹페이지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선보인지는 꽤 됐지만,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온 셈이다. 이 만화, SNOWCAT의 혼자놀기는 숱한 내성적인 만화들, 한없이 자기폐쇄적인 만화들의 감수성과는 다르다. 반항적 감수성과 사회적 관계 적응 기술의 부족을 기반삼아서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가라앉는 유아적인 내성적 감수성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어울리고 들어갈 줄 알면서도, 단지 혼자 노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혼자서 놀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다. 즉, 혼자서 꽁하니 있는 것이 아닌, 혼자서 '노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 감수성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혼자인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이상한게 아냐! 단지 내향적인 거지...내성적이고 소극적이 되지 말고, 혼자서도 잘 놀고 즐겁게 살아보란 말이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적어도, 혼자놀기에도 꽤나 능숙한 필자는 그렇게 느꼈다(공 하나만 주면 3박4일...-_-; 굴려도 보고, 던져도 보고...). 적당히 빈 공간 속에 적당한 여유를 담았기에 이 메시지는 더욱 훌륭하게 다가온다.
소장해 놓고 두고두고 다시 보게 되는 짧은 격언담같은 이야기들이 밀도깊게 박혀있는 수작이다. 그래, '빌려보라고 애걸해도 결국은 사보고야 말' 만화책을 만든다는 것에는 이런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겠지... 뭐, 잡지 연재를 거치고 '만화 전문출판사'에서 나오지 않았고, 3000원의 가격과 판형으로 나오지 않고, 일반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이건 만화가 아니다, 그림 에세이 집일 뿐' 이라고 아직도 주장하고 싶으신 분들은 제발 '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시면 좋을 듯.
|
| Read : 950, 2001/08/25 Sat 09:19:4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