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 책에 대한 평론가 백정숙씨의 글이 한겨레 신문에 실렸었다. 뭐..내용보다도 이른바 '한국만화위기'에 한국대표만화가 작품집이 나왔다는 '의의'를 강조하는... 나로서는 '위기'라고 강조하는 것 자체를 별로 마땅찮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굳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면 그 '위기'라는 것을 무색케 하는 뛰어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편이 낳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 10인 작품선은 솔직히 별 의미가 없다. (좀 돈이 아까왔다..) 아뭏든 원고를 청탁받은 작가들 일부가 그 '위기'라는 것 때문에 평작에도 못미치는 작품들을 내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이두호 [꼬꼬댁]은 수채화풍의 칼라 단편으로 솔직히 지난 몇년간 아예 작품활동이 뜸했던 작가의 신작이기에 거기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의의를 살듯한. (나도 이거 보고 이 책을 선뜻 샀다) 뭐 대작이거나 문제작, 신선함 보다는 노장의 완숙함이랄까, 능수능란함으로 옛날의 얄숙이를 다시 그려냈다는 느낌. 그만큼 군더더기 없고 귀엽고 경쾌한 작품인데. 나는 이두호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그의 능청맞은 유머와 어린애스러운 감성을 특히 좋아하는 만큼,(저 하드한 역사물 [임꺽정]조차도 그런 유머와 동심이 섞여들어가 그만의 색깔을 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이후 그의 활발한 활동의 신호탄이라고는....
강경옥의 [꿈]은 정말 암울하다. 강경옥은 '꿈'을 자주 다루는 작가지만, 그것에 멈추지는 않는 작가였다. 다시 말해서, 꿈을 통해서건 다른 어떤 것을 통해서건 특유의 내면적인 성장,혹은 성찰로 연결되면서 강경옥 특유의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곤 한다. 하지만 이번 꿈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어설픈 뫼비우스 호러...꿈을 해석할 시간-원고 마감 기간이 너무 짧았던 걸까? 허영만의 [해탈이]...볼 것은 허영만이 슈나이저를 팬시화하면 이렇게 그리는구나..라는 정도. 내게는 정말 별 볼일 없던 작품이다.
양영순의 [동방에서 온 사람들]은 '대표작가'로서 양영순의 잘 알려진 장점이 많이 가려진 작품이라고 본다. 도상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주로 그림으로 표현되는 명백함이 없다. 명백함이 보이지 않으니 반전도 시들하게 느껴진다..완성도가 떨어진다고밖엔..
박재동의 [샤위나], 아마도 첫번째로 공개된 듯한 박재동의 극화다, . 파키스탄 북부 훈자지방을 배경으로 그곳의 매력- 고독함, 시간의 바깥에 멈춰있는 듯한 이질감과 신비로움 같은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뻔한 스토리에 뻔한 연출로 전체적으로 힘과 포인트가 없다는 느낌이다. 강조점이 없이 물 흐르듯 졸졸 흘러가버린 나머지 그 이미지가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샤위나의 슬픔도, 주인공의 딜레마도, 두사람의 사랑도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너무...쉽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극화체가 나우시카의 그것과 닮아있음을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빈의 [아이 러브 스쿨] 제목이 왜 하필 아이러브 스쿨일까? 작가 이빈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를 지켜보면서 어린시절 (자두시절) 같은 반의 유색인 혼혈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 걔를 왕따시켰던 것을 참회한다. 휴..이 엄청난 교훈성, 과연 아이러브 스쿨이다. (....답지않게도) 이빈이 대표만화가 리스트에 오른 이유가 그런 도덕성 때문은 아닐것 같다.그는 우리 순정만화의 대중적 취향과 오락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one같은.. 근데 왜 뜬금없이..? 이 지면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지면이었나?
윤태호의 [i'm] 이빈하고는 정 반대방향으로 나간 것 같은.. 나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 작가 자신은 자기가 뭔말을 하는건지 알고 있는건가? 실험성이라고 우겨봤자 모르겠는건 모르겠는거다.
김수정 [개와 인간의 진실] 이야기가 특별날 것은 없지만, 역시 김수정의 말발은 살아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호흡이 완전히 망가져버려서 말발을 즐기기가 힘들고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갑자기 끝나버린다. 슬프다.
박희정[엠버] 이번 작품집에서 몇몇 작품과 함께 그나마 가장 자기 페이스를 지킨 케이스다. 박희정 특유의 탐미적인 표현이 잘 살아있는. 아, 박희정 작품이구나 싶은.
백성민 [뜨거운 돌]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한 살인강도가 참회를 위해 홀로 산속에 길을 낸다는 전설. 사실은, 동 작가가 (아마도)백영철이라는 이름으로 몇십년전에 그려낸적이 있는 동일한 스토리인데. 문제가 되는 것은 그때와 지금의 차이일 것이다. 그때는 전설의 고향, 혹은 사랑방 이야기 식으로 전설을 만화화한다는 차원이었다. 반면에 지금은 주인공의 심리적 정황에 대한 탐구와 표현에 주력하고 있다. 당연한 거지만 그때는 고우영 만화식으로 칸칸이 이야기 진행의 연출법에 충실했으나 지금은 순정만화 뺨치는 자유로운 화면구성과 컷분할로 내면적 연출에 주력한다. (시대에 따른 만화연출법의 변화경향도 있겠지만 백성민이야 뭐 대중적인 작가라고는 할 수 없으니..) 이 한편에 그의 여러가지 면모와 함께 그의 역사가 축약되어 들어있는듯한 풍요로움.
정준영 평론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들] 이 책에 실린 개별작품에 대해서 일개독자인 나와는 정 반대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덧붙여...이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내게는 별 도움이 될 수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혹시 또 모르지,.
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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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1329, 2001/08/25 Sat 15:08:46 → 2001/08/25 Sat 16:5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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