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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07]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나라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나라 ... 도입부 100쪽에 대한 성급한 코멘트

내 파란 세이버는 좋은 작품이다. 상을 받았다던가 작가가 누구라던가 하는 것을 모르고 그냥 보아도 꽤 훌륭한 스포츠만화인데 ... 스포츠만화인데 ... 흐음~ 이것 봐라. ‘스포츠’만화라고 부르게 되는 순간 이미 뭔가 틱~하고 한고비 넘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나? 과연 이 작품은 훌륭했지만, 만화(장르)가 박흥용에게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10권이라니 ... 괴롭다. 아니 괴로웠다.

사십세. 작가로서 혹은 성찰하는 인간으로서 원숙함을 갖추었지만, 펜을 잡은 손의 힘은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말에 따르면 “40전후로 꼭 하고 싶은 ... 벌써부터 마음에 두고 ... 차곡차곡 준비해온” 작품을 새로 시작했단다. (이런 ... 편애에 가까운 과도한 기대감의 표출이라니 ... 쯧~)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질풍노도와 같은 80년대를 지나왔고, 그 와중에 내놓은 작품의 일부가 80년대 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인터뷰 제목에도 쓰여있듯이) 리얼리즘의 거장 운운하는 왜곡된 평가를 받아온 박흥용 이지만 그의 작품세계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리얼리즘이라기보다는 현실과 병치되면서 현실을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비현실(적 상황)에 대한 묘사이다.

그가 묘사하는 인물들은 평범한 옷을 입고 심상한 말을 하며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기차에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 혹은 노래를 부르면서 ... 자신의 이야기에 취하면서 이공간으로 뛰어든다.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홀로 현실에서 분리되고, 노랫가락은 산동네 움막집 구석탱이를 가볍게 벗어난다. 그런 점에서 그가 추구하는 비현실 혹은 환상의 세계는 루이스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다.

그러나 그거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박흥용의 작품은 가볍게 요약하자면 구도자의 길이다. 작가=구도자가 찾는 것은 자신도 아직 알지 못하는 초월적인 진리이고. 그 길을 따라가기 위해서 현실의 껍질 같은 것은 가볍게 벗어버릴 필요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현실에선 벼랑으로 퉁겨져 나가기 마련이고, 노래가 끝나면 남는 것은 여전히 썰렁한 방바닥이라는 ...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듯이, 작가는 이제 작품 전체를, 주인공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 자체를 비현실의 공간으로 던져 버린다. 현실은 비현실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거울상의 존재로 남는다.

이제 어찌될까. 고급스런 환타지의 냄새가 난다. 보르헤스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안하다. 여기는 ‘격주간 드림코믹 매거진 영챔프’다.


“누구나 개인적으로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고 또 크게는 동질집단이 함께 영위해 나갈 ‘공유영역’이 필요하죠. 아인슈타인이 원자폭발, 인구폭발, 정보폭발 이렇게 세 가지 폭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인구폭발은 우리에게 양질의 영역(개인, 가정, 국가)들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지요. 종으로서가 아닌, 자기가 주인이 되어 자기만의 온전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을 찾으려는 주인공들과 더불어 그 곳을 찾아 나서려 합니다.”

- 영챔프 인터뷰에서 -



Read : 860,  2001/08/26 Sun 14:24:28 → 2002/10/24 Thu 1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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