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것은 '만화' 책이다. 아니다. 이것은 만화'책'이다.
당신은 친구에게 '만화' 책을 선물로 주어본 일이 있는가? '책'을 선물로 주어본 일은 꽤 많으려니와.... '만화'책은 아예 '산다'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런데, SNOWCAT은 살만한 '책'이다. 선물용으로도 쓸만하고. 그리고 '만화'책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것은 사서 읽고 좋아할 법하다.
스파이크 리의 영화에 보면 (유명한 영화인데 제목을 까먹었다..-_-;) 이런 말이 나온다. 흑인이 흑인은 열등인종이라고 말하는 백인에게.
- 네가 좋아하는 농구선수는 누구지? - 마이클 조던. - 좋아하는 가수는? - 프린스. - 근데 흑인이 열등하다구?
그 때에 그 백인 왈.
- 그들은 흑인이 아니라 피부색이 검은 백인이야. 흑인은 못 살고 열등한 것들이라구!
여기에 비슷한 말을 대입할 수 있다. 말하자면 스노우캣은 '만화책'이 아니라 '책'이다. 왜냐하면 세련되어 보이는 문화상품인 것이다. 대문에 이것은 '만화'책으로 분류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만화책'이란 절대 엄밀한 개념이 아니다.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만화책'이란 용어는 폭력적이고 저질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표현의 집합을 가리키는 하나의 상징적인 어법에 불과하다.
"연속되는 그림에.....문자가...삽입될 수도 있고 삽입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런 정의는 아무 관계가 없다. 따라서 당신이 만화를 그려도, 그것은 출판사의 기획과 출판유통경로 여부에 따라 일반인의 용법에 따라 '책'으로 분류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내 생각에, 당연히 만화책이든 문자책이든 그림책이든, '책'으로 분류되고 유통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책 대여점'은 '만화책 대여점'이 아니라 '책 대여점'이듯.
어쨌든 이런 점에서 '스노우캣'이 일반인에게 '만화책'과 비슷해 보이는 점은 아마도 '그림이 연속배열되고 문자가 삽입되었다'라는 점 정도밖에는 없을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그래서 만화책이 아니라 '열린책들'에서 발간한 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음이다.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 어쩌랴, 잡지-단행본 시장만이 '만화계'는 아니며 '만화'라는 매체의 활로는, 사실은 넓게 열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국만화가 프랑스 만화만큼의 예술성을 획득하지 않고서도 작가개인의 기획과 역량에 따라 확보 가능한 활로다.
이런 점에서 권윤주의 그림은 팬시적이고, 그 내용 역시 매우 세련되어 있으며, (쿨.... 하고 미니멀한....) 만화의 끝에 최근 1, 2년 동안 필력을 휘날리는 에세이스트 김규항의 평문이 실려 있다. 이런 점에서 스노우캣은 이향우의 '우주인'과 비슷한 괘에 올라 있으면서도 출판사의 기획력은 한 수 더 높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주인'이 이런 식으로 출판되었다면 2배는 더 팔리지 않았을까?
p.s
미니멀하고.. 내성적인.... 만화들에 대해서 나는 매우 친화감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김규항의 뒤의 평문은 매우 의외였다. (여러분은 시네21의 에세이스트, 혹은 '아웃사이더'라는 계간지의 동인으로 김규항을 기억할 법 하다) 어쨌든 설명해보자.
몇 년 전에 한국의 지식인 층 중 포스트모더니즘(혹은 포스트모더니즘 + 맑스주의?)을 받아들인 자들이 '백수가 바로 세상의 숨구멍이며, 변혁의 희망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백수인 사람은 이 말이 얼마나 헛심빠지는 말인지 체감할 지어니..
김규항은 이들을 가리켜, 한참 동안 현학을 내세우는 386변절자들로 비판한 적이 있었다. 나도 공감한 바 있고. 그런데 그는 이 책 뒤의 평문에서 "스노우캣'에서 진보의 희망을 느끼고 있다... 라는 취지의 평문을 써 놓았다. 이봐이봐.
아마도 그는 자신과 같은 386에 대해서는 왠만한 것은 다 보수로 치고, 그 아래세대에 대해서는 왠만한 것은 다 진보로 치는 성 싶다. 하기사, 그가 비판하는 386들은 '혁명'을 먹고 살았던 자들이니.
그런데 그의 아랫 세대인 내가 보기에, 조금 김규항의 평문은 상당히 뜬금없이 보였다. 그러나 그건 그의 평문이 뜬금없어 보였다는 소리고,
권윤주의 생활방식, "혼자놀기"는 매우 재미있고, 또 해방적이다. 그녀는/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지만. 적어도 자신의 시간을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생활에 전면적으로 내어맡기지 않는다는 것만해도. 이것은 독립적인 삶의 방식, 주체적인 놀이방식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혼자노는 방식은.. 만화를 보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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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949, 2001/08/27 Mon 00:5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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