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드라마틱하게 느낄만큼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던가 -
....... 그러니까, 이것에 가깝겠죠. 그러나 일상적인 것에 대해서 예민한 것과 그의 인생이 드라마틱하단느 것은 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폐아의 내면은 드라마틱할 것인가?
말하자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과 드라마틱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아주 다릅니다.
1) 실제의 삶이 드라마틱하던가 2)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드라마틱하게 느낄만큼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던가 -
1)과 2)는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둘의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인생을 산다'라고 놓기는 무리가 있지요. 2)의 삶은 드라마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의 삶이 폭풍이라면 2)의 삶은 잔물결이지요. 잔물결을 근접해서 관찰하고 그 물결 하나하나에 감정이입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폭풍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요컨데 최정언이 드라마에 시달린 인간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둘 다 인간에게 가해지는 자극이라는 점에서 동일시할 수도 있ㄱ겠지만 자극이라고 다 드라마는 아니니까. 그것은 자신이 자극을 발견해내야 하는 인간과 어쩔 수 없는 자극의 연쇄에 휘말려버리는 인간의 차이라고 보면 명백해 질 겁니다. (전자가 최정언이라면 후자는 뭐 비요른이나 유리핀 쯤 되겠군요) 이 세대들은 인생역정이 단순한 대신 - 누구나 부모도, 자신도 예상할 수 있는 삶을 산다 - 일상적인 것을 예민하게 관찰하는 눈을 가졌다고. 그리고 이러한 것으로 드라마를, 인생의 결을, 굴곡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드라마가 부재한 세대가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는 다른 방식의 일종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지요.
여기에서 '드라마가 부재한 세대'라는 저의 언급은, 주인공 최정언이 "사소한 것을 드라마틱하게 느끼는' 감성의 소유자라고 해도 여전히 부정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이것은 드라마가 부재한 세대에게서 존중받을 만한 특성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이러한 재능은 이전에도 물론 있었겠습니다만, 그 이전에는 이러한 재능은 그냥 쓸데없는 예민함으로 비추었을 법 합니다)
최정언의 "내 인생에서 드라마는 다 가져가"라는 대사는, 글쎄요, 사실 위의 글은 작품 그 자체에 대해서 쓴 것은 아니었지만, 소위 최근 중산계층의 여성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신파를 거부하는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최정언은 자신의 삶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녀는 더욱 극적인 드라마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밑에 제가 현대인이 인생에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더 큰 드라마를 바란다고 썼다고 하셨는데, 음.... 다시 읽어보니 그렇게 읽힐 만하게 썼더군요.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하기를 원하지는 않으며,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에서 그것을 대체할 수 있으니까. 물론, 자신의 인생이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걸리는 하지요.
누구나 알지만, 중간계층은 인생의 변화에 대해서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IMF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나는 중산계층이야..."라는 환상을 심어놓는데 성공했구요.
[어색해도 괜찮아]에서 은하영웅전설을 비롯한 환타지 소설, 만화 등이 잔뜩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을, 아마 작가는 별 생각없이 썼을 것이 분명한,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좀 재미있어질 수 있지요. 실제로 저 자신이 저런 식으로 학창생활을 보낸 것 같구요. 그리고 오버하는 대사와 포오즈... (real talk 참조)는, 드라마가 없는 인간의 몸부림이다?
이런 것은 명백하게 꿰어맞추기인데, (말했지요? 위의 글은 생각을 정리해 놓은 노트-, 초안이었다고) 좀 머리 속에서 정리해 놓고 있는 생각들입니다. [어색해도 괜찮아]나 권교정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비평이라고 보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다는 점을 숙지해 주셨으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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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 그리고 [거대로봇] 팀의 점수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계속 리플로 '받아치기'를 하기 때문에 '받아치기'로 인한 점수는 항상 하나 차이 이상이 되지 못한다는.. (바둑에서는 '꽃놀이'라고 합니다. 누가 돌 하나를 먹으면 또 누가 돌 하나를 먹고 하는 식으로 무한히 반복될 수 있는 진형을 일컫죠) 쿠하하하..
어차피 정해진 순서가 없었던 모양이니 낙호형이나 종우형, 아니면 그냥 누님이라고 첫 타를 때리면 그게 곧 역사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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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823, 2001/08/07 Tue 23:14:08 → 2001/08/07 Tue 23:3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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