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음…잘못하면 역전이 될 지도 모르는 위험상황, 다시 팔뚝을 걷어붙였습니다…-_-;;
[우일우화 - 만화상자?]
…사실 지난 한 주 동안, 필자는 한국만화를 거의 읽지 못했다. 이비쿠스 2권과, 인터넷 주문으로 산 Jason Lutes의 ‘Berlin’이라는 두 권의 실로 막강한 만화들에 빠져 사느라고… (아니 사실은 그 전에 다른 일들에 치여 사느라고 그런 상황에 빠졌었지만). 요새 들어서 더욱 확실하게 집착하고 있는 생각 가운데 하나가 ‘만화일수 밖에 없는 당위성’ (즉, 캐릭터로서, ‘종합 문화상품’으로서, 혹은 그 바보 같은 ‘원소스 멀티유즈의 기반’으로서의 만화가 아닌, 만화이외의 다른 양식으로는 그렇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수성과 이야기이기 때문에 만화를 선택하는, 만화 고유의 것을 추구하는 것 말이다)인데, 이 두 권 모두 각자의 방향에서 이 목표에 훌륭하게 부합하고 있다. 특히 새로 ‘발견한’ 보물은 ‘Berlin’인데, 형식적인 실험들 이외에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나치즘으로 대변되는 우익과 볼셰비키즘으로 대표되는 좌익의 대립이 고조되는 혼돈의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를 배경으로 좌우대립, 민족간 편견, 예술의 가치, 지식인의 역할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는 걸작이다… 하지만 각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지면에서.
사실, 인터넷 주문을 하면서 이우일의 ‘우일우화’를 같이 주문했었다. 상자 속에 담긴 만화책. 만화책이라기보다는 만화상자, 이우일 만화가 모티브로 있는 선물세트인 셈이다. 상자 속에는 이우일이 여러 지면에 발표한 여러 작품들 중 몇가지가 테마별로 캐릭터별로 묶여서 실려있고, 중간중간에 스티커 만화, 책갈피, 배지 등 아기자기한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디자인이나 프로덕션의 측면에서는 박수를 보내줘야할만큼 공들인, 발랄한 페키지인 셈이다. 소장가치를 만들어내는 한가지 중요한 측면인 ‘아이템화’ 는 확실하게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 불만을 준 것은 정작 본체다. 만화 자체 말이다. 디자인 캐릭터 상품세트에 묶여서, 정작 본체여야하는 만화는 너무나 뒷전에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패키지 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선별되어 실려있는 만화들의 방향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우일의 불온한 성향과 상상력들은 거세되고, ‘귀여운 우주인’들과 야채들로 가득할 뿐이다. 여기 실린 이 밋밋한 작품 라인업들을 보면 이것이 과연 존나깨군, 아버지와 아들의 작가와 동일인물인가, 할 정도로 모든 가시를 거세한 잡상/단상급 작품들만 모아놓았다. 그저 다양한 ‘귀여운’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는 것…패키지의 중심이 만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에 있다는 것이다.
이우일 만화 가운데 가시가 확실히 살아있는 시리즈 중 하나인 ‘아버지와 아들’에는 확실히 만화로서의 당위성이 존재한다. 4칸만화의 정형화된 반전에 의한 기승전결의 묘미과, 간결한 그림체, 확고한 방향성과 메시지 등, 만화로서의 미덕이 살아있다. 심지어 ‘패닉’ 2집의 앨범 쟈켓 디자인도 하나의 어두운 지옥도를 긴 파노라마 위에 펼쳐서 이야기를 하는(최호철의 ‘생활그림’ 류를 연상하면 된다), 만화적 독해를 요구하는 서술 양식을 지니고 있다. 이런 측면 들에서 필자는 이우일 만화의 핵심에는 만화로서의 당위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패키지는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소장가치가 없어서, 돈이 아까워서도 아니다(사고 나서 후회할 만한 만만한 패키지도 아니다). 이우일 만화를 보고 싶었는데, 이우일 캐릭터 디자인 도안만 잔뜩 본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만화상자가 아닌, 캐릭터 상자.
하지만, 다음 상자를 기대해볼 수 밖에… 그때까지는 씨네21, 딴지일보 등을 다시 뒤져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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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 : 714, 2001/09/02 Sun 13:3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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