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장염에 걸려 꼼짝 못 했음. 머리를 굴릴 여력이 없어서 한 장 있는 '해외만화 쿼터'를 미리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토가시 요시히로의 만화를 볼 때 느끼는 것은 대단히 머리가 좋은 작가라는 점이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그의 최근작 <헌터x헌터>다. 정말 약삭빠르게 쉽게 '날려서' 그린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그린 장면이 다른 작가들이 노가다해서 그린 장면보다 더 멋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헌터x헌터>는 경악할 만한 부분이 많다.
컴퓨터로 이전에 사용했던 장면의 일부를 복사해다가 확대해서, 다시 써 먹는 기술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캐릭터의 전신이 나오는 장면을 한 번 그려서 써 먹고, 거기에서 전신 중 얼굴만 확대복사해서 이번에는 클로즈업 장면으로 다시 써 먹는 식의.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한 회에 이런 장면이 3, 4회 정도 나온다.
이럴 경우, 클로즈업 한 만큼 본래의 선보다 선이 굵어져서 프린트되고 '뭔가 이상하게'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러한 날림기술들 조차 <헌터x헌터>에서는 토가시 요시히로의 '표현주의적'인 작화성향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일부로 그랬을지도 몰라'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조금도 독해의 호흡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작화방식이 독자들의 독해에 방해가 되기는 커녕, 표현방식의 일부로서 기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것은 보통 작가에게라면 '날림'에 불과한 것이고 독자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런데 이 작가는 날림을 '표현방식의 하나'로 활용함으로서 오히려 표현력을 넓히는 동시에 자신의 노동력을 최대한 절약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날렸다... 라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느낌이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위에서 언급한 '확대복사'만이 아니라 찾아보면 무수히 많다. 일부러 한 번에 거칠게 그려버린 장면들은, "이거 그리는데 한 2, 3분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다.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헌터x헌터>에서 작가는 역광을 이용해서 흑과 백으로 아주 단호하게 면을 구분한다. 이러한 빛을 이용한 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화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강한 빛과 강한 그림자가 헌터헌터에서는 항상 존재한다. (특히 요크신 시티의 환영여단 편에서) 이것은 역시 매우 표현주의적인 방식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품게 만든다. 이렇게 과감하게 흑백으로 면을 분할함으로서 세부적인 것은 그리지 않아도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토가시 요시히로의 날림은 서문다미 식의 날림하고는 매우 다르다. 왜냐하면 배경은 아예 구경할 생각도 하지 마라, 캐릭터으 목 위만 봐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야하는 표현은 다 한다. 배경도 상당히 멋지게 나오고, (종종 나오는 요크신 시티의 전경을 볼 것) 캐릭터도 그 모든 매력을 모든 각도에서 발산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항상 엄청나게 날리고 있는 작가인 것이다.
하림님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잡지로 나올 때는 아예 콘티째로 나오기도 한단다. 말하자면 고수라고 할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내가 이 작가의 팬이라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지만. 내 여자친구는 그림을 그리는데, 이 작가의 만화를 보며, "데생력이 장난이 아닌 작가인데 귀찮아서 날리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말을 한다. 정말로, <유유백서>나 다른 만화들을 보면 가끔 뒷 장에 캐릭터를 정밀묘사 해 놓은 것이 있는데, 와아~ 잘 그리는구나.. 싶은 것들이 많다,
<유유백서>에서 주인공과 그의 최대 라이벌인 구로가 싸울 때, 백지 2장에 검은 점 몇 개만 흩뿌려놓은 장면이 있었다. 말하자면 흰 색으로 백열하는 화면에 두 사람의 격돌을 은유하는 피가 뿌려지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그리는데는 5초 정도도 걸리지 않았겠지만, 머리가 좋은 연출이었고, 나는 이 장면을 <유유백서>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항상 꼽고 있다.
노가다를 많이 한다고 항상 뛰어난 작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까, 그런 생각도 들게 하고. 결국 중요한 것은 표현능력인 것이다. 계속 재미가 상승하고 있는 <헌터x헌터>,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완전하게 예측불허로 만들고 있는 <헌터x헌터> 손 꼽아서 다음 권을 기다리는 만화 중 하나다.
........ 헉.. 일방적인 찬사가... 봐 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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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 1, Read : 1224, 2001/09/02 Sun 17:07:06 |
| hos |
공감합니다. 뭐..어짜피 단행본에선 펜선입히고 잘 수정되서 나오니깐요~ 긍정적으로 콘티도 보고 완성작도 볼겸 하는 마음으로 헌터x헌터를 즐기고 있습니다. 요즘 정말 더 흥미 진진해 지던데요..제발 연재중단만은 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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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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