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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랄라라팀10] 프리스트-형민우
근육껍질을 벗어버린 작가에게 박수를..프리스트-형민우

열혈유도왕전, 태왕북벌기, 프리스트.. 이 만화들을 각각 볼 경우 '이것이 한 작가 작품?'이라고 되물을 것이다.
형민우의 데뷔작 '열혈유도왕전'은 상당히 표준적이고 꼼꼼한 그림체의 스포츠물..
소년지계열에서 일정정도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물이지만 아직 일본만화계만큼 전문적인 스포츠 만화의 영역을 구축하지는 못하고 아류작 이상의 작품을 보기는 힘든 현황에서 어찌보면 마이너 스포츠에 속하는 유도가 크게 주목을 받았을 리는 만무하다.(물론 한국의 대본소 극화타잎의 스포츠물이야 한때 융성을 누렸지만..이야 전문스포츠만화와는 아예 영역이 다른 분야니까..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결국 신생데뷔작가의 정성이 담긴 스포츠물 열혈유도왕전은 딱 그정도에서 끝나버렸다.

유도왕전의 뒤를 이은 작품 태왕북벌기. 유도선수의 근육으로서는 성에 안찼을까? 하라 데츠오(북두의 권 작화가) 그림의 영향(솔직히 영향이라기보다 그냥 그 그림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적당..형민우뿐만이 아니라 이 작가의 그림체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는 대본소 무협에서 현재까지 잘나가는 황성의 출세작 '혈견휴 혈련환'이 있다.)이 물씬 배여 터질 듯한 근육맨들이 말타고 대륙의 기상을 뽐내는 이 만화는.. 내용의 재미를 떠나, 우울할 수 밖에 없는 만화였다고나 할까?

마초맨들이 나와서 고구려의 기상을 뽐내는 것에 대해서, 뭐 그 근육에 대해서, 힘 좀 들어가있는데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고구려의 기상을 뽐내는 웅혼한 민족주의적 만화(?)의 그림체가 하필이면, 임진왜란 직전의 전국시대 영웅담을 다룬 하라 데츠오의 만화 '꽃 피는 남자'(원제가 뭔지 모름)랑 똑같냔 말이지..(뭐, 베끼고, 영향받는 것에 대해 그렇게 짜지는 않은 필자지만, 작품과 아귀가 안맞는 그림체는 용납하기가 힘들다. 흠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있는 작가가 하나 확실히 있지..)

이건 주제와 방법론의 불이치란 말이다.

자! 그러나 이제 어두운 과거는 '프리스트'란 만화로 씻김을 받으니..
프리스트 첫 단행본이 나왔을 때, 받았던 느낌은 독특한 그림체였다. 허무맹랑한 근육영웅들이 아닌 피접상골한 좀비가 주인공, 모든 외곽면을 검은색으로 꽉 채워버려,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아닌 것처럼 몰입시키는 다른 만화와는 달리, 흑백영화처럼 더욱 뚜렷이 명암만을 대조시키는 레이아웃은 확실히 혁신적이었다.
전위적이라고 치켜세워줄 이유는 없지만, 기존 쟝르만화에 역행하는 그림체와 연출로 이루어진, 거기에 내용도 상당히 위험한 '프리스트'가 한국의 가장 저연령층 소년지에서 아직도 잘 연재되고 있고, 작가가 신인만화상까지 수상하였다는게 좀 수상쩍기는 하지만..

하지만 첫 단행본에서 받았던 느낌은 딱 여기까지였다. 국적없는 비주류 그림체(결국 이건 작가가 새롭게 창작하였다는 것인데, 어째서 이 나라의 쟝르만화계에서는 이런 만화를 상당히 당혹스러워한다.)를 보여준 것은 멋지지만, 결국 이거 스플래터 만화의 일종 아니야..음 앞으로 수 많은 괴물들, 좀비들이 나오고 찢고 발기고 하겠군..하는 대충 예상으로 2권 이후의 연재분은 당분간 보지 않고 있다가, 최근 9권까지 읽게 되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프리스트는 그림체와 연출의 혁신만을 이룬 작품이 아니었다. 죄와 시험이라는 신학적 화두를 가지고 주인공 '이반'의 과거, 미래를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갔던 것이다. 작가는 '프리스트'에 나오는 신학적 모티브나, 설정등은 다 자기가 그냥 만들어 낸 허구라고 하지만, 그것이 실존했던 문헌들에 발췌한 학술적인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닌 이상, 그가 만화에서 끌어가고자하는 얘기는 상당히 진지한 신학적 질문이다.(9권인가에도 너무 진지하게 보지는 말아달라는 작가의 토가 달린 만화후기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9권까지 보면서, 이야기의 플롯에 베르세르크와 연관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같다. 현재, 미래(베르세르크에 이건 없지만..), 과거, 다시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주인공의 사연과 앞으로의 사건전개를 기대하게 하는 방식은 초반에 작품에 대한 오해 섞인 선입견(베르세르크 또한 1,2권만 보았을 때 그 흔한 퇴마 스플래터물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을 독자에게 주는 점까지 확실히 닮아있다.  베르세르크는 '가츠'의 과거 이후 앞으로의 전개과정에 별 기대감을 가지지 않는데, 솔직히 '프리스트' 또한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같다.
연재만화를 평하는 것의 가장 어려운 점은 앞으로의 전개과정에 대해 따라 그 가치가 많이 달라진다는 점인데, 필자는 엔딩이 좋은 만화를 선호한다. 설마 '프리스트'가 '붉은매'가 되지야 않겠지?(잡지연재만화는 도중하차 혹은 질질끌림 둘 중의 하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까?)

마지막으로 이 만화만의 가장 독특함은 바로 캐릭터 이반이다. 주인공이 좀비라는 설정, 이거야 말로, 우리가 흔히 주인공의 시점에서 만화속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을 벗어나서, 완전히 바깥 공간에서 이야기를 흩을 수 있게 해준다. '프리스트'의 신학적 질문들은 이런 소격효과를 통해 쟝르만화답지 않은 진지한 질문들이 소화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설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좀비랑 동일화되고 있지는 않겠지?




Read : 1039,  2001/09/02 Sun 20:49:46 → 2001/09/02 Sun 2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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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그것은 불성실이죠. ??   capcold   2001/09/04 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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