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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11] 권현수다운 상큼함 `핸섬걸`
여성이 남장을 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흡님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순정만화의 낭만파 시대 말이다. 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묘미가 있지만 그래도 독자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세대가 지나면서 주된 패턴이 ♀->♂에서 ♂->♀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독자들이 만드는 장르라고 할 만큼 번성(물론 아무리 번성해도 마이너지만 ... 그건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

만화만 그러냐고? 글쎄 ... 다른 매체에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수요층이 존재하는 것은 만화뿐일 것이다 ... 아마도. 그리고, 이러한 장르의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도 만화표현언어 자체의 특징(문자와 실사 사이에 존재하는 어중간한 추상성 같은)에서 찾아야 하리라. 그런데, 왜 만화독자들은 ♀->♂인 경우보다 ♂->♀인 경우에 더 많은 (거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얘기하자면 길다 ... 하지만 한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그 비율은 만화 내적인 요소(도 물론 있지만) 보다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런 역사적(뻔뻔스러운 것 ... ;;;) 추세 속에서 ‘핸섬걸’은 흐름에 역행하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한 마디로 ♀->♂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간단히 무너지진 않는다. 과거 상당수 ♀->♂ 작품들이 성정치적 함의에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만화적 재미를 반감시켰던 데 비해, 이 작품은 ♀->♂이면서도 TS물 고유의 홉인력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요인에 의해 강제된 성장기의 트러블이고 ... 우리의 씩씩한 히로인 유제이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골몰하게 된다.

장르 자체의 미덕에 더하여 재미를 증폭시키는 것은 친구사이에 관한 권현수 고유의 관점들들인데 이 부분은 약간 언급할 가치가 있다. 무릇 다른 작가들이 그렇듯 권현수는 건전한 작가이고(사실 ... 이 장르에선 대부분의 경우 독자들이 불건전할 따름이다 ... No! 라고? 아아 물론 권현수에겐 ♂->♀도 있다. 하지만 여기선 그냥 넘어가자... 결론도출에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니),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남녀관계를 다루려고 하는 작가이다.

다만 권현수에게 유별난 것이 있다면 ‘남자’친구 ‘여자’친구이기 전에 남자‘친구’이고 여자‘친구’이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한다는 점일까? 예컨대 이런 것이다. A, B, C, D는 어릴 적부터의 친구이다. 적어도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부터 ... 하지만 그들도 인간인 이상 성장하고 A-B가 되든 아니면 A-D가 되든 A-C가 되든 뭔가 합의를 봐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권현수는 쉽게 ‘친구관계’를 저버리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남자’친구 이기전에 남자‘친구’로 남을 방법은 없는가에 관해 (닳고 닳은 독자의 입장에선 가소롭기 짝이 없는 수준의) 고민을 하는 것이 권현수이고 ... 이런 와중에서 생겨나는 트러블은 결과적으로 TS물에서 노리는 그것과 거의 완전하게 일치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재수다!)

그런 배경만으로도 핸섬걸은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본조건을 갖추었거니와, 작가가 제공하는 에피소드의 시의 적절함, 설득력 있는 위기증폭패턴이 더해져서 읽는 사람입장에선 즐겁기 그지없다. 이런 작품을 내놓은 권현수는 멋진 작가다.

게다가 권현수는 시대착오적이다(오해마시라. 필자는 칭찬의 의미로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주인공들은 청춘의 싱그러움을 한껏 음미하면서 ... ‘어른이 되기 위한’ 고민만 하면 된다. 이미 어른이 된 사람은 불행하다 ... 할 수 없다 퇴행해야지.

...

객관적으로 건전한 독자가 보기에도 이 작품이 재미있겠느냐고? ... 예전에 ‘백만명에 하나’를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그 중에 권현수도 포함될 것이다) 분명히 재미있을 것이다.

그 뿌리는 깊고도 넓으니 ... 므흐흐흐흐


Read : 992,  2001/09/02 Sun 23:49:26 → 2002/10/24 Thu 11: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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