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두고보는 릴레이 단평
124  3/9 0  관리자모드
턱시도가면 수정하기 삭제하기
[트랄랄라12] 천연동맹 단편집 - [여름의 환]

...지금까지 턱시도가면이
쓴 글들을 보았다면 알겠지만6-_-;

릴레이단평에서 턱시도가면은
작품 얘기를 거의 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저건 그냥 예의상 달아놓은 문패(?)이고,
그래서 이번에도 예외없이 [천연동맹]이란
작가얘길 하려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뭐, 그냥 해보는 소리다.
쓰다보니 제목이 보이길래...6=_=;;)

                  .
                  .
                  .

내가 [천연동맹]이란
- 아마도 (클램프같은) 팀으로 보이는 - 작가군을 대한 것은
[케이크]에서였다.  (여기서 상을 받고 데뷔했으니
당연한 것인가...6-_-;)

그 때 본 것은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니, 일하다 손가락이 잘렸던 것 같다...
...이, 이런 형편없는 기억력같으니=_=;;)
아버지찾아 외국으로 간다는 소년이 나왔던 얘기였나...
하여간 내가 본 건 그게 처음이었다.

당시 놀랐던 것은,
저 천연동맹이란 작가보다는
잡지 [케이크]에 대해서였는데...6-_-;;

이, 아동지와 청소년지 사이에
어정쩡하게 위치한 애들용 잡지에서
꽃발날리는 엘리트미남도 없고 화끈한 연애질도 안하는
저런 만화를 감히(-_-;) 실을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케이크]에 실린 다른 여타만화들을 보다가
중간에 천연동맹이나 김대원 만화가 끼어있으면 허억한다=_=;;
(그 기분을 좀 많이 과장하면 밍크나 파티에
김혜린님의 [광야]가 실린 걸 본 기분이 되겠다-_-;)

하여간...

천연동맹...굉장히 리얼한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다.

가슴이 두근두근~ 심장박동 요란요란~
삼각사각오각에 꼬이고꼬이며
멋드러진 세상의 남자들이 별볼일없는 여주인공에게만
벌떼처럼 덤벼드는 그런 비현실적인 내용, 저얼대 안나온다=_=;;

그나마 얼굴 좀 반반한 남주인공이란 놈은
공부도 못하고 집도 못살고 신체적 결함까지 있는 주제에
양다리 걸치거나 딴 여자한테 간다.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케이크]가 잡고있는 주독자인 청소년층이,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

천연동맹이 그리고 있는 사람들은,
설령 15살 소녀라 하더라도
어른이 되어서나 기억하고, 또 알 수 있는 그런 말을 한다.

그 상황이 되어서나 알 수 있는
아주 미묘한 찰나의 시간을,
찰나의 시간으로 묘사한다.

심리묘사의 대가라 불리는
강경옥과는 상당히 다른 타입인데,

예를 들어 강경옥이라면 분명 그 장면을
집어내어 정지된 공간 속에서 돋보기로 확대하고
다시 찬찬히, 구체적으로, 바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세세하게 시간을 들여 설명해줄 것인데 반해,
(그래서 독자는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즉,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천연동맹은 그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스르륵 넘겨버린다.

마치, [현실]처럼-.

신경이 예민하거나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야
캐치할 수 있는 아주 미묘한 상태를,
미묘한 느낌으로 터치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

...굉장히 리얼하고,
어른스러우며 진솔하다는 것이 장점.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리얼한, 그 현실에
종종 숨이 막힐 때가 있다는 것이 단점.

......

그것을...
만화책을 집어드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다지 바라지 않는 방식의 리얼함.
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가령, 같은 리얼함이라 하더라도
천연동맹이 그리고 있는 리얼함은
인간속내를 시원하게 관통하는 심리묘사(유시진)의 리얼함이나
아기자기한 친근감을 유도하는 소박함(권교정)이 주는 리얼함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간단히,
탈출구가 없다.

천연동맹이 그린 작품들은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당히 수용하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 개인의 행복은 1/4로 줄었더라도 - 으로
끝이 난다.

되도록이면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차라리 완전한 희극이나 완전한 비극이라면
카타르시스라도 느낄텐데.
라는 답답함을 느끼는 건, 비단 나 뿐일까.

그러나 천연동맹이 그리는 작품들은,
너무도 지극히,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완전히 끝이 나는 것도, 끝을 내는 것도 없다.

또, 사실은 그것이 이 작가 최대의 강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걸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이,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동시에 현실적인,
도저히 '장사'가 될 것 같지 않은
순진해빠진 내용들을 그려내고 있는 이 작가를,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화가 치민다.

그것이
보기싫은 현실을 기어코 들이밀어야 직성이 풀리는 작가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작가가 살아남기엔 너무나 협소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만화계 때문인지는 나도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Read : 876,  2001/09/04 Tue 09:43:14 → 2001/09/04 Tue 09:57:47
목록보기 게시물 작성하기 답글쓰기


100  [트랄랄라13] 황미나 - 윤희 [3]  깜악귀   2001/09/04 1343 
   Re: 옥의 티...   뭉실이   2001/09/04 973 
   Re: 옥의 티...오버한 거 맞아요..   깜악귀   2001/09/04 877 
현재 게시물  [트랄랄라12] 천연동맹 단편집 - [여름의 환]   턱시도가면   2001/09/04 876 
95  [케세라세라12] 프리스트 - 2권 중간까지   기린아   2001/09/03 1034 
   Re: [케세라세라12] 프리스트 - 2권 중간까지   무혼   2001/09/04 891 
   Re: [케세라세라12] 프리스트 - 2권 중간까지   기린아   2001/09/05 809 
92  [케세라세라11] 권현수다운 상큼함 `핸섬걸`   halim   2001/09/02 993 
91  [트랄랄라팀11]답답한 아름다움 [첼로의오후]-오경아   꾸꾸   2001/09/02 895 
90  [트랄라라팀10] 프리스트-형민우   무혼   2001/09/02 1040 
89  [트랄랄라09] 날리고 있는 [헌터x헌터] - 토가시 요시.. [1]  깜악귀   2001/09/02 1225 
   Re: 그것은 불성실이죠.    halim   2001/09/03 1033 
   Re: 그것은 불성실이죠. ??   깜악귀   2001/09/04 1010 
   Re: 그것은 불성실이죠. ??   capcold   2001/09/04 1078 
   Re: 여전히 이해가 안 갑니다...T.T   깜악귀   2001/09/04 986 
목록보기  이전 목록보기 다음 목록보기
 [1  [2  3   [4  [5  [6  [7  [8  ... [Next]   [9] 
게시물 작성하기
EZBoard by EZNE.NET / kissofgod / skin Ez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