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제 기준에서 미즈시로 세토나의 최고작은 <슬리핑 뷰티> 입니다. 세토나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라고도 생각하구요. <동서애>의 과잉도, <... 상해>의 다소간의 어설픔도 살짝 제어가 되어 있고, 무엇보다 아주 아주 예쁘장하죠. 이 작가는 헤테로 섹슈얼이 주인공인 만화에 비해 어감도 무시무시한 '야오이'가 훨씬 예쁜, 독특한 특징을 자랑합니다.
덕택에 본인은 <슬리핑 뷰티>가 저 윤창에서 해적판으로 발간되었을 때, 그 재활용 펄프에 감자도장으로 눌러찍은 것 같은 조악한 상태에 대한 증오심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여 여전히 소중히 간직중입니다. 비록 영화 <제 3의 사나이> 포스터로 겉을 싸버리는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무대는 2050년의 신학교. 이 학교 학생들에겐 대주교가 되는 게 가장 큰 영예구요. 서로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끌리기 시작한 두 소년은 결국 레위기가 금지하고 있는 간음의 죄를 범합니다. 학교는 두 소년을 법정에 세우고 죄에 상응하는 형을 내리는데, 그 벌의 내용이란 꿈 속에서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둘 사이의 애정을 시험하는 것이죠.
만화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지만, 그 중에서도 라스트씬과 거기 곁들여진 나레이션은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를 끌어안는다. 이어지는 꿈은 여기에 있어. 손가락으로 이 눈꺼풀을 열면 지금이라도 이 맑은 눈동자가 똑바로 나를 바라봐 줄거야." 그리고 들개떼에 쫓기느라 피와 흙으로 엉망이 된 한 소년과 그를 절벽에서 받아낸 다른 한 소년이 행복한 얼굴로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 그것이 꿈의 연장인지, 상상인지, 혹은 앞으로 꾸게 될 다른 꿈의 일부인지는 확실치 않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