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언제나 그랬다. 내가 아주 어려서나 조금 철이 들었을 때도 숲은 언제나 모든 것을 감추고는 보여주려 하지 않았고 미로찾기 놀이로 나를 놀리곤 했다. 나는 언제나 길을 잃고 헤매곤 했다. 그곳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어둠의 덤불이었다. 그것을 사람들은 숲이라고 이름했다....그것은 언제나 혼자 걸어나가는 외로운 미로였다. 숲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숲보다 커야했다. 그 숲의 이름을 때로는 "유년"이라고도 하며 또 때로는 "성숙의 숲"이라고도 했다. --- 김진 시집 : 별의 초상 (도서출판 엘리트-미르, 요요를 내던 그곳인 듯) 中 [혼자가는 미로] 발췌
한달 용돈 5000원 받던 당시 3000원을 투자해서 샀던 저 시집의 가치는 지금 손에 없는 김진 단행본들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 주는 것에 있다.
..어쨌든, 긴 머리를 폴랑이던 어린 페데리코와 기숙사(무려!)에서의 이야기들, 마지막 권의 숲을 헤매는 장면들과 저 나레이션은 잊혀지질 않는다. 표지는 mirugi님 홈에 가면 구경할 수 있을...지도. 별 셋+3/4 (이것과 1815가 애장판으로 안나온다면 김진님 화실 앞에서 대성통곡할 생각있음)
* 이미지는 시집에 삽입된 [1815] 컷 중 한 장에 포토샵으로 색칠(표지가 구해지면 교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