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참여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장소와 재정입니다."

  ACA 회장 유재황씨의 한마디가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실 이 한마디 속에 현재 한국 만화계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소로 대변되는 것은 관을 비롯한 공식기구들의 협력이고, 재정은 일반 사회에서의 인지도와 그에 관련된 시장 형성입니다. 그리고 그 두가지 차원이 모두 턱없이 부족하거나 왜곡되어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서있는 현실입니다. '권위있는' 기관들의 공모전과 지원책들은 역량있는 신인들의 발굴보다는 자기들끼리 공적 나눠먹기에 주력하고, 기업들의 투자는 근시안적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서 만화문화권 형성과 즐거움의 공유를 통한 장기적인 시장확대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두고보자는 아마투어입니다. 아직 장소도, 재정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글쟁이 그림쟁이 뭉치가 그 제작진이고 말입니다. 자본을 출자받은 잡지들처럼 전담기자를 두어서 특종 정보 소식을 물어오지도 못하고, 빵빵한 광고와 사행성 이벤트를 통해서 사람들을 우루루 끌고와서 억지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내지도 못합니다. 애초에 두고보자는 '주간 정보지'가 아닌 '월간 비평/창작지'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단지 묵묵히 저희 색을 가지고 글과 그림을, 논의들을 쌓아나가서 그것이 서서히 입소문이 돌고, 생각이 있는 참여자들이 늘어나서 직접 글을 쓰기도, 혹은 단지 격려를 하기도, 혹은 따끔한 매를 들기도 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들도 확실히 '아마투어'입니다. 아직 만화판이라는 완고한 현실에 주저않기를 거부하고 환부를 들춰내고자 하는 의욕도 아마투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두고보자는 창간준비호 딱지를 떼고 첫 정식 개장 기념으로, 한국의 아마투어 및 동인의 현재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고자 합니다. 창작과 소비, 유통과 즐김이 하나로 엉켜있는 이상적인 만화문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부터, 프로만화계의 여러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까지 여러모로 아마투어는 하나의 미래이며, 지금의 현실입니다. 아마투어는 단순히 '프로로 가기 위해 잠깐 거쳐가는 단계'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견고한 층위이며, 그 층위는 전체 만화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그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개념의 창작자도 제작자도 독자도 없습니다. 다만 모두 만화를 즐기는 과정 속의 '참여자'일 뿐입니다. 우리의 작은 제시가 문제의식의 공유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번 두고봅시다.

2000년하고도 9월이나 되서
아직도 편집진을 대표해서
편집장,  김낙호

 

   또다른 진심: 그러니까 우린 돈이 없어요...돈나올 구석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