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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링크스 - 억눌린 소년성

- by Tarazed(객원기자)


애쉬 링크스는 순정만화 역대 미남 리스트를 만든다면 반드시 그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말 캐릭터다. 그도 그럴 것이, 샤방한 감성적 후까시라곤 찾아보기 힘들게 현실적인(다소 구질구질하기까지 한) [바나나 피쉬]에서도 애쉬의 존재는 가히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마다 모델급 이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조각같은 외모, 금발에 녹색 눈, 그리고 IQ200을 상회하는 두뇌와 카리스마. 게다가 싸움도 잘하고, 교양도 풍부한데다 색기가 줄줄 흐른다. 죄 많은 남자다. (다행히 명은 짧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혹은 당연히도?) 애쉬의 삶은 이 불공평한 gift의 편재 덕분에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다. 그는 유아 성폭행의 피해자이며, 매춘굴에서 온갖 변태적 성행위에 짓밟혀 왔고, 이후 파파디노에게 선택되어 살인병기로서 그리고 마피아의 후계자로서 혹독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다. 이 경우는 그저 태어난 것이 죄랄까, 가만히 있어도 그 재능과 미모(색기?) 때문에 세상의 권력에 농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쉬는 그 힘의 알력관계를 밑바닥까지 알고 있다. 강간은 어쩔 수 없는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짓밟는 쾌감을 극한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폭력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 먹이연쇄의 밑바닥으로 취급받는다는 것도.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그랬다면 분명 엄청나게 닳고닳은 여자였겠지.' 그래서 그는 강해졌고, 몹시 차가워졌고, 마음을 닫았으며, 나이 또래의 자신을 잃어버렸다.

뻥이 지나치다라고 할 수 있는 온갖 재능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고독한 히어로라는 면에서 그는 이미 훌륭한 냉미남이다. 하지만 내가 애쉬에게 끌린 것은 이 때문이 아니다. 내가 당했다-고 느낀 것은, 그 내면에 억눌려 있는, 깨질 듯 위태로운 소년의 정서를 포착하고 나서다. (그래, 난 소년 패치야-_-.)

그 이면을 끌어낸 것은 전적으로 오쿠무라 에이지의 공로다. 애쉬는 에이지와 함께 있을 때 동년배의 소년으로 돌아간다. 그 애쉬는 할로윈의 호박을 무서워하고, 잘 토라지며, 저혈압이고, 솔직히 눈물을 흘린다. 그는 불량집단의 보스도 아니고 마피아에게 쫓기지도 않는 평범한 17세 소년이다.

물론 차갑고 아름다운 칼날 같은 애쉬는 헉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혹자는 그것을 악마성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실제로, 애쉬가 마냥 색스럽고 세련되고, 귀여운 구석이라곤 없는 카리스마 만빵의 대주인공이었더라면, 과연 지금만큼의 마력을 지녔었을까? 아니.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에이지는 처절하게 고독하고 운명에 휩쓸려 표류하는 애쉬의 뒷모습을 발견했고, 그를 운명에서 지켜주고 싶어했다. 소년시절을 박탈당한 상처투성이의 친구를.

애쉬를 사랑하게 된 독자들은 아마도 다들 그리하였을 것이다. 그가 다시 보통의 소년으로 돌아가,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어린아이처럼 울고 웃고, 안식을 얻기를 바랬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그래서 애쉬의 구원이 되어 준 에이지에게 마음 속 깊이 감사한다. 그는 무방비한 소년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웃으며 죽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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