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두고보자 권가야 '전격' 인터뷰 - 아직 실력이 안 돼....... !!

 

타이핑: 김낙호(Capcold), 하이아(halim) 

정리자: 깜악귀(kkamakgui)  2000.12.14  

참석자 : 권가야 & 문하생 여러분, 정경아, 원종우, halim, 뭉실이, 김낙호, 깜악귀 

 

 

 

<남자이야기>초반에서 나오는 스튜디오 지하의 팻말. 권가야 선생님의 동료, 후배들이 이 닉네임을 달고 활동하곤 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에...

 

 

 

 

 

 

 

 

 

 

 

 

 

 

 

 

 

 

 

 

 

 

* <남자이야기> 이야기. <영점프>(서울문화사) 3호(98년 1월 15일)에 연재시작. 좌백의 무협소설 <대도오>를 각색하여 스토리의 골격으로 삼고 있음. 99년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 현재 연재 중.

<남자이야기>의 주인공. 대도오.

 

 

 

 

 

 

 

 

 

 

  

권가야 선생님의 새 작품. <풍운남아>. <남자이야기>와 같은 스케일 보다는 회화를 연상케 하는 작화가 특성.

 

 

 

 

 

 

 

 

 

 

 

 

 

 

 

 

 

 

 

 

 

 

 

 

 

 

 

    

지독한, 스타일리즘, 작가주의 무협, 그리고 그것을 확실하게 받쳐주는 연출과 작화를 보여준 권가야 선생님의 데뷔작. <해와 달> 95년 '아이큐 점프'에 연재되었으나 엽서집계를 통한 인기도는 매우 낮았다. 그러나 동시에 만화팬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화제작.

5권에서 이 작품이 동도하차하게 된 것은 두고두고 아쉽게 여겨질 일이다. 이날의 인터뷰에서도 <해와 달>을 이어 그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었다.

 

 

 

 

 

 

 

 

 

 

 

 

 

 

 

 

 

 

 

 

 

 

 

 

 

 

 

 

 

 

 

 

 

 

 

 

 

 

 

 

 

 

 

 

 

 

 

 

 

 

 

 

 

 

 

 

 

 

 

 

 

 

SF적인 설정을 보여주는 <남자이야기>.

  

 

 

 

 

 

 

마치 <AKIRA>를 연상시키는 스케일과 퀄리티의 붕괴장면. <해와 달>도 그랬지만 <남자이야기>의 이러한 작화들은 독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작품이 다른 단행본보다 큰 판본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는 행운이다.

 

 

 

 

 

 

 

 

 

 

 

 

 

 

 

 

 

 

 

 

 

 

 

>> <빠담빠담>이라는 작품을 출간한, 두고보자의 편집위원이기도 한 정경아・원종우는 <빠담빠담>을 그리기 전 권가야 선생님을 찾아가 만화계의 선배로서 충고를 들고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두고보자는 <빠담빠담>을 갇다드린다는 명목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권가야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추진하였다. 

 

이리저리 길을 돌아다니다가 문하생 분의 안내를 받아 스튜디오 지하에 도착한 것이 그만 예정보다 2시간 정도나 늦은 저녁 9시 경. 권가야님을 비롯 여러 작가님들이 상주한다고 말로만 듣던, 약간은 신비감 넘치는 이미지를 주던 ‘스튜디오 지하’는 지하에 있지 않았다. 본래 지하에 임던 것을 이전하면서 2층이 되었는데, 이름은 그대로 ‘지하’로 가져갔다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열심히 작업 중인 여러 문하생 및 작가님들의 모습에 두고보자 일동 모두 감동함과 동시에 오그라들다. “앗, 우리가 그만 방해꾼들이 된 것이 아닐까?”, 다행히도 그날이 마감원고를 넘긴 날이라 권가야님은 아예 작정하고 술판을 벌일 작정이셨음. 소주를 미리 사다놓고 계셨다. 아니, 이럴데가...  

 

어쨌든 술병을 오픈. 두고보자 측에서 사간 삼겹살이 문하생 분들에 의해 구워졌다. 하지만 ‘지하’에 이렇게 식구가 많은 줄 몰랐으니, 대식구에 비하면 삽겹살이라고 해봐야 한 줌에 불과했다. 어찌되덨던, 술잔은 따라지고 권가야 선생님은 술자리를 열으셨다. 소주 한 순배 돌았다. 참진이슬로..... 허헛, 이렇게 술을 마시게 될 줄은..... 두고보자는 술잔을 받으며 동시에 인터뷰를 진행.......  

 

 

*    *    * 

 

: 두고보자.. 라고 하셨는데, 어떤 곳입니까? 

 

: 두고보자는 만화비평을 하되, 한국만화에 대한 위상정립이나 제대로 된 비평이 부재하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진지한 비평을 추구한달까요. 그리고 작품 내적인 분석 뿐 아니라 만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만화판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방향제기 쪽에 중심을 두고 있구요.  

 

: 이름이 ... 이름에 다 담겨있네요. 두고보자... 음.... 두고보는 비평... 만화가로서는 무서운 이야긴데. 좋은 비평 하시네..... 만화에 대한 비평이 많이 나와야 해요. 문학비평 많듯이... 일단 이야기가 많이 나올수록 풍부해지고 ... 욕을 하던 칭찬을 하던 일단 많이 나와야 해요.  

 

: 작가에 따라서 자기 작품이 회자되는 걸 싫어하시는데... 

 

: 아무래도 어떤 작가에게나 지나간 작품은 치부..죠. 대부분의 작가들이 지나간 작품을 보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없을 거에요. 자신이..  

 

: 지나간건 이미 역사화 된거고 ... 숨길수 없는 거죠.  

 

: 경아누나 작품도 나중에 누나가 보기에 치부일까?  

 

: 글쎄, 벌써부터 그렇게 느껴지려 하기도 하고. 애매해... 그리는 도중에도....  

 

: 사진도 들어가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갔네요. 

 

: 많이 변했죠. 가독성이라든가 고려하고... 

 

: 서울문화사 쪽에서 많이 하시다가 이번에 아선에서 하신거죠? 

 

: 아선에 ... 돈이 궁해서 한다고는 해놓고 원고는 못해주고 ... 참..  

 

: <남자이야기>가 8권인데... 전체 분량상 어느 정도나? 

 

: 이제 한 1/3 정도죠. 23-4권이 전체분량이니까.. ... 

 

: 이런 대하물이 소년지 쪽에선 별로 없죠. 그냥 피카레스크 식으로 끌어가면 오래가겠지만... 

 

: 옛날 권선생님을 찾아뵜을 때 뵜던 문하생분들은 지금도 몇 분 계시는 거 같애요. 

 

: 이사람 저사람 ... 아직 있고 ... 금철이 ... 세완이 뭐 그런 애 ... 금철이는 새작품 한다고 하고 있고 세완이하고는 와서 연습하고 있고 .. 한 1년 그림만 그리라고 그랬지.. 세월이 참 빨리가는 것 같아. 마감 끝나고 소주 한잔 해야지 그러는데 마침 (두고보자에서) 전화와서 ...빨리 오라고 그랬지.. ^^ 

 

: 이번에 책 팔아가지고 먹고살만해요?  

 

: 아직 돈이 생기는 일은 아니지요. 돈이 되는 일은 따로 있고.... 원고료 개념이 아니라 인세 개념이예요. 재판을 찍을 때 인세를 받는 식으로. (재판을 찍을 수 있을지는.. 으음.. 찍어야 하는데..) 

 

: 원고료는 없이 인세로만 되는 책이라 ... 아직 책이 팔려야 돈이 들어오는 것이군 ... 시공사가 손을 안대고 코를 풀었구나....  

 

: 저희야 처음부터 부업을 찾아서 먹고사는 한이 있어도 .. 일단 하고 싶은 만화를 하자는 방향이었지만 선생님 작품 같은 경우엔 공이 많이 들어가고 다작하기가 힘든 작품 스타일인 걸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도 원고료는 짜고 돈이 안 벌리는 게 만화의 현재이고... 그런 게 딜레마일거 같아요. 

 

: 그래도 먹고 살만은 해요. 

 

: 지금 하시는 작품이.. 

 

: <풍운남아>하고 <남자이야기> .. 

 

: 그 이상도 가능하세요? 

 

: 가능하다면 했겠죠. 핫핫핫. 

 

halim: 화실식구는 몇 명이나...? 꽤 많아 보이는데요.  

 

: 다른 팀들도 있어요. 자기 작품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쪽은 순정팀들이고. 저 사람은 점프에 몽몽 하신 사람이고(이제). 

 

Hailm: 그럼 여기는 문하생 외에도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는? 

 

: “그냥 여기와서 할래요!” 그러면, “와서 해라!” 그런 식이죠. 공간이 지금은 다 차서.. 한 20명 되는 거 같에요.  

 

halim: 원래 화실을 크게 유지하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 뭐 같이 있는게 좋.... 지 않습니까? 

 

halim: 선생님 화실을 거처간 사람들은? 

 

: 음, 작품을 할 때 ‘지하’라는 닉네임을 쓰는 애들도 있으니까 알 수 있는데. 찬섭이라는 놈은 화실에 있는 것은 아닌데 그냥 ‘지하’ 닉네임을 쓰기도 하고. 뭐 구분이 애매하죠. 

 

: 기성 작가들도 여기서 왔다가고 그러지요? 김수용이나 이태행 ... 옛날에 수유동파라고 그랬는데 .. 

 

: 김준범하고도 같이 있었고.. 

 

: 이 부근에 만화가들이 많이 사시나요? 

 

: 있죠. 김수정 선생님, 이희재 선생님 이 근처에 계시고 ... 

 

: 거물들이 많이 있군요. ^^  

 

: 여기 최진호 선생님도 계시고 ... 젊은 작가들도 이쪽에 여러분 계시고, 김준범이는 성산동에 화실을 구했다고 하던가... 

 

: 깜악귀가 물어보고 싶은 건... 

 

: 저는 뭐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온 질문일 수도 있지만요, 선생님의 만화입문경로를 묻고 싶네요. 

 

: 문하생생활 하면서 ... 얘들처럼 선생님 모시고 ... 한 10년 했나? 돌아다니면서 뎃생해주고 ... 뎃생을 한 7년 정도 했고 . 

 

: 대본소 무협만화... 

 

: 천제황, 하승남, 그리고 박원빈,... 여기선 현대물 처음 해봤지.  

 

: 대본소 하다가 이쪽으로 하게 된계기가.. 

 

: 그 쪽 체제가... 이현세 박봉성 이래가지고 다작 체제잖아요. 그리구.. 한꺼번에 5-6권씩 그려야 출판사가 출판해주고... 혼자서는 불가능하니까. 아무래도 혼자서 하고 싶었던 만화가 있는 법이니까.... 원래 하고 싶은 작품이 많았죠. 아이큐 점프에 1,2회를 가져갔더니...그림이 어쩌구 흠을 잡으면서 1,2 회를 편집하제... 그래서 “당신은 그림 그려봤느냐?”그랬더니 “아니” 그러기에, “그림 그려본 적 없는 사람에게 그림이 어떻다 소릴 들을 정도면 그림 10년 그린게 헛거다” 그러구서 다시 하겠다.. 하고 그냥 돌아나왔죠. 3년 후에 다시 갔죠. 그때 있던 사람이 누군가 하면 지금 아이큐점프 부장인 김문환 .. 이 사람이 평기자일 때죠. 이충호, 박산하 이런 사람들 나올 때.. 그때도 1,2회 가져갔더니, 이번에는 그냥 하재.. 고료주고 가불 얼마 해줘야겠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신인작가가 어떻게 그러느냐고 .. ^^ 안 해 주면 못한다고 했죠.  

 

: 그렇게 해서 아이큐 점프에 지금까지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화제작 <해와 달>을 연재하셨던 것인데 연재 당시의 반응은? 

 

: 맨날 꼴찌였죠. 제일 높았던게 11등이었죠. 순위는 나쁜데 맨날 큰소리치니까 출판사 기자가 이렇게 꼴찌하면서 소리치는 녀석은 처음 본다고 , 믿는 구석이 있냐고.. 그리고 대사, 표지 자꾸 고치려고 그래... 절대 고치지 말라고 싸우고.....  

 

: 한번은 두 시간동안 일등을 햇었어요. 담당기자가 전화를 해서 집계를 했는데 2등이래 .. 장난인줄 알고 끊었는데 ... 다시 와서 확실히 2등이래... 해서 아이큐 점프 독자들이 컸나.. 그래서 애들도 놀라고 ... “선생님, 통닭이 먹고 싶어요!” 막 그러고.. 준범이한테 전화해서 자랑했더니... 나중에 하는 준범이가 하는 이야기가 2등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10분간 망연자실했었다고... “아니, 어떻게 그 만화가 2등을 한단 말이냐...” 해서. 어쨌든 좋다, 통닭을 시켜먹을까 하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집계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거여..... 사실은 18등 이었더군요.  

 

: 영지계열에 연재했으면 인기가 있었을 텐데요. 하필 소년지에..  

 

: 원래 소년지에 무협물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더 어려운 게 연재되었으니까... 그 때는 잘 몰랐던 거지..  

 

: 저도 당시에 다음 회 잘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햇는데 ... 역시 5권 나오고 그렇게 되더군요.  

 

: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만화가를 처음 다루는데... 거긴 원래 소설중심인데 편집장이 와서 <해와 달>을 열심히 본다고 ... 인터뷰를 했어요. 나중에 다른 쪽 애들하고 21세기 좌담회를 하자 그래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 문하생한테) 그 양반 이름이 뭐냐?  

 

: 멋있는 사람이었는데.... 황신혜밴드의 김형태씨하고 같이 하고... 그 때 사인받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내 옆구리를 치면서 “당신이 여기서 제일 유명해!” 이렇게 속삭이던데.. 하하..  

 

: <해와달>의 원작이... 

 

: 스토리를 박산하의 형이 했는데(박동해) ... 다른 거 스토리를 한 거 보니까 글에서 풍기는 냄새가 있더라구... 그래서 하나 써달라고 했지.... 그 놈이 원래 술을 좋아하는 놈이라서 알콜중독에 걸렸다가 병원에서 고치고 나왔는데.... 고치고 나오니까 글이 영 안 나오더라고. <해와 달> 스토리를 써왔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잘라버린다고 그러다가, “그럼 이거 내 마음대로 고쳐서 한다..” 그러고 앞부분을 고쳐서 하다가 ... 결국 잘렸지.  

 

: 해와달의 철학적인 냄새가 풍기는 나레이션들은 스토리 작가의, 아니면 권가야 선생님의? 

 

: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는군.. -- 

 

: 내 기억으론 선생님이 직접하셨어...  

 

: <해와 달>에서는 ...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가 주요하게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남자이야기>도 그런 냄새가 있고요. 주로 거대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이건 무슨 의미인지? 작가님의 투영인지? 

 

: 몰라요~~~. 나야 크고 힘있는 아버지였지. 근데 언젠가 김준범이가 와서 아버지가 뭐가 커! 그러더군...(<해와 달>에는 “아버지는 너무 커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마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쪽에 ... 모친이 아주 강한 사람이야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한 아버지 아래서 자랐는데 준범이는 반대였으니까. 그래서 그 놈 집에서 술 마시다가 그거 때문에 싸울려고 했잖아... 

 

: 준범이가 집안이 어렵게 컸다고 부모를 씹더라고 ... 내가 나도 어렵게 컸다고 그러니까 막 반박하면서 “이거 당해 봤어!” “이거 당해 봤어!” 이러면서 막~ 언성을 높이더라구. 옆에서 싸우는 줄 알고. 세상에 날 안 두려워 하는 놈이 김준범이지.. 

 

: 김준범님하고 친하신가봐요..  

 

: 준범이가 두 살 더 어리고 ... 한 12-3년 되었지.. 그 넘이 잡지에 먼저 들어갔는데 ... 그때 <기계전사 109>를 보구서 “야~~ 이놈 누구냐!” 싶었어. 충격이었지. 이놈 나이가 몇 살이냐고 그랬지. 알아보니까 스물 몇 살이라고... 당시엔 대선배들이 잡지계를 장악하고 있었으니까. 20대가 나타나니까 충격이었지. 해서 연락을 해봤더니 당시에 상철이라고 이현세팀 애가 있었는데 지 친구래 ... 이놈은 이 어린나이에 잡지계에 들어갔네.. 그래서 나도 충격받고... 어린놈이 하는데 나는 뭐냐고 그 후에 종한이 삼철이 그런 20대 애들 홍수가 있었지.  

 

: 그래도 내가 나를 보니 실력이 안되... 이러면서 ... 내가 빨랫골에 살고 있었는데 준범이가 화실을 빨랫골 뒤쪽에 구했어... 놀러갔다가 준범이를 알았어 .. 가서 화실에서 같이 지내자 그래서 ... 네 명이서 화실같이 지냈어요. 그 때도 많이 싸웠지. 나는 현대물 그리는데 오토바이그린거 보고 종한이가 와서 이게 뭔 오토바이냐고... (개는 오토바이 귀신이거든) 오토바이도 종류가 있잖느냐고 날 공격하는거야 셋이서 합세해가지고. 나는 오토바이 전문 만화가 아니면, 다음 장면에서 오토바이가 달라져도 되고, 오토바이라고 인식하면 된다 했지. 그랬더니 계네들 세 명이 한팀이 돼서, “작가가 뭐 그래!” 하면서, 자존심도 없냐는거야. 한복이 다음 장면에서 기모노가 되도 되냐고.  

내 지론은 정확히 똑같을 필요는 없어도, 비슷하고 인식이 되면 된다고 하고. 서로 뭔 말 하는지 다 알면서도, 그저 싸우는거야...그때는 모이면 맨날 싸우고. 요새는 나이들어서 모이면 왔냐, 하고 술이나 한잔 하자 하는 정도지만. 며칠전 준범이가 놀러왔었는데, 마감이라고 안마시려는걸 집에까지 끌고가서 대판 마셨지..  

 

: 이충호 선생님과 친하신가요? 

 

: 친하죠. 

 

: 최근 기가스에 연재를 시작한 이충호님의 연필화 하드고어물 <블라인드 피시>에 권가야 선생님의 영향이 좀 옅보이는 것 같아서요. 거기에 thanks to... 하고 권가야라고 적혀 있기도 하구요.  

 

: 고~마운 일이지... 음... 거기 보면 성의 영문 표지가 잘못 되어 있어요. (아앗, 그랬던가!?) 몽몽했던 친구 (이제 : 본명: 이재호)가 충호 동생이죠. 나는 몰랐는데 재호가 와서 이야기해줬어요. 충호의 장편 하나 나왔는데 <해와 달>의 정지화면식 연출을 썼다고... 이충호 그 양반도 다혈질이지. 카랑카랑해. 전에 만화가 데모할때도 삭발. 절필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어떻든 절필은 안된다고 했고(원고료가 8회정도 밀렸었을 때였지). 내 이론은, 정말로 작가의 표현에 침해를 받을 때 절필은 마땅하다. 하지만 고료를 안준다고 절필로 위협하는 것은 작은 일에 핵폭탄을 쓰는 것이고, 작가정신에 위배된다고 했지. 작가정신 이야기 나와서 또 한참 싸우고. 내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하고. 그 친구도 참 지독하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야...  

<까꿍>에서 작가의 말을 대신 써준 적이 있어. 거기 동갑내기라고 써줬더니, '내가 한 살 어려! 하고 화내더군. 충호는 100만부 돌파... 준범이네는 맨날 거지잖아. 난 있는 놈한테는 있는만큼, 없는놈한테는 그만큼 얻어먹지.  

 

: 이상적인 작품관,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 작가 모두 원하는 것은 바로, 멋진 작품을 하는 것. (그게 그러니까 뭔데요?) 너무 예리한 질문은 사양하겠어....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과 하고싶은 것이 있지. '보노보노'에 나오는 이야기. (보노보노는 심오해...) 거기 자기 아버지인가 누군가가 어렸을 때 가수가 되고 싶었데. 그게 하고싶었는데 정작 잘하는 건 따로 있었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구. 하고 싶다는건 내가 지금 잘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내가 습득이 되고 잘하는 것이 있다. 무협은 10년 해주다 보니 그 느낌을, 액션이나 호흡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처음에는 잘하는 걸 일단은 좀 하자, (<해와 달>을 말하는 듯) 그리고 나서 하고싶은 걸 하자. (<남자 이야기>를 말하는 듯) 그래서 시간개념도 애매하게 하고.  

어차피 과거든 미래든 현재가 아닌 것만큼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야.. 상상할 수 밖에 없다구. 이 우주에서 애매하지 않은 것이 뭐가 있어.. 그래서 어느 시대, 어느 지방 무슨 이야기냐라고 물으면 애매한 거지.... 그건 SF야.... 시간을 좀 길게 잡으면 이 공간 자체가 모호하다. 얼마 전 영화보다 충격받았는데, <다크시티>라고. 도시 하나가 우주공간에 떠있는거야. 근데 생각해 보면 지구위에 만들었어도 그건 결국 우주에 떠있는 거거든. 그 고립적이고, 그 공간이 이 한 장면으로 바로 오는 거에요. 그 막막한 느낌이 집을 하나 더 그려놓는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거지. 그래서 무협이든 뭐든 시간 같은 거에 구애를 안받으려고 노력.  

 

: 그 말씀은 하고 싶으신건 SF나 환타지에 가깝다는 말씀이신가요?  

 

: 벌써 <남자이야기>가 그렇잖아...  

 

: 소설 <소나기>, 그걸 칼라로 하고 싶어(처럼). (혹시 총각이 대도오...? 웃음) 이미지는 잡혔어. 클로즈업 없이 가자. 영화 '아름다운 시절'이 그렇다는데..(보지는 못했지만). 전체적, 서정적으로 잡아가는. 아크릴을 생각하고 있었음. 영화평들은 답답하다고 나왔다던데. 뭐 죽기전엔 해야지.. 그래야지. 

 

: 그거 한권이면 되잖아요? 

 

: 한 10년 걸릴 거 같아요. (허억!) 

 

: <남자이야기>보면 초반 작화퀄리티에 놀라다가 최근에 작화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데 ... 

 

: 거야 농땡이 치니까 그렇지.. 딴데 정신이 팔려있고 농땡이 치고.. 그러니까.  

 

: 작품이 스스로 지겨워진다든가 그러실 때가 있으신가요? 

 

: 깜악귀 씨도 한가지 일을 2년 해봐요. 지겨워질 때가 없을까?  

 

: 난 이해해 ... 

 

: 뭐 이해하지만 초반에 그런 경향이 없었으니까.. 어떨 때 작품에 집착하고 어떨 때 집중력이 떨어집니까? 

 

: 작품을 만났을때의 희열,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질 때의 정열 ... 비슷해. 그러다가 권태기가 되면 차츰 떨어지고 ... 일상화되고 ...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자극을 만나서 불타는 정열에 타오르지.. 그리고는 오래되면 중후한 멋을 찾아내게 되고 ... 그러면 감칠맛이 나게 되지. 순정도 초 장편들은 초반과 중후반의 느낌이 틀리거든. 테크닉도 그렇고 메시지도 그렇고 ... 

 

: 바뀌는게 두 가지로 표현이 되는데 '진화'와 '퇴화'지. 하지만 바뀐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소리거든. 근데 어느 게 진화고 어느 게 퇴화인지는 모르는 거야 ... 하지만 나는 바뀌지 않는 거 보다는 바뀌는 게 좋다고 봐요.  

 

: 작가 스스로는 자신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대해 탐색을 하고 그러는데 ... 

 

: 경아씨는 그렇죠? 미루어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진선생님이 그러더라구요. 작가는 자신이 뭐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 <에드우드>인가..하는 영화를 보면서... '멋진놈이다!' 그랬지.  

 

( 모두 환호하며 동감의 표시를 하다) 

 

: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델에 가장 가까운 현실의 작품이 있다면? 따라가야 되겠다는 그런 작품이 있었는지. 

 

: '사랑'에 테두리를 그어서 이야기 해봐요. 그거 해주면 나도 이상적인 작품을 테두리를 그어서 명확히 이야기 해주지. 핫핫핫. 따라간 다기보다는 그리다보면 자기가 뭘하고 뭘 잘하는지 알아요. 근데 남의 걸 봤을 때 아 이거 좋다. 이건 내 느낌과 맞다 이건 취할점이 있다. 이런 게 있고 어떤 면에선 같은 류기 때문에 힘을 받고 ... 혼자 가는 것보다는 같이 밤길을 가는 게 힘을 받듯이 ... 내가 느낌을 비슷하게 받는 게 있는데 그게 '윤태호' 계가 회원이야... 젊은 만화가 일곱이 있는데 '아가미'라고 김준범, 이강주, 박희정, 임광묵, 윤태호, 나 ... 심차섭 이렇게 일곱이지.  

 

halim : 어엇!? 그런 모임이... 전혀 안어울리는 조합인 것 같은데..  

 

: 아, 이강주하고 윤태호하고 친해... 조용하긴 혼자 떠드는데 ... 이 양반이 정곡을 찔러대며 떠드는데 들어보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발해. 윤태호가 이강주를 누나 누나 그러면서 따르고 그러지. 이강주가 내보다 한 살 많지 65년생이니까. 난 모임에 서너번 나갔지 그러면 왜 안나가느냐고... 가면 맨날 똑같은 분위기가 그 까페 그 분위기 .. 거기에 인간들도 어디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인간들만 모아놓은 거야..  

 

: 어떤 까페죠? (가봐야지, 가봐야지..) 

 

: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라고... 3층... 한달에 두 번정도 모이지. 난 대부분 안나가고 윤태호, 준범, 이강주, 종한이 .. 이런 열혈회원들이 자주 모이니까. 아가미 이름은 아마 준범이가 지었지...? 난 그랬지 아가미가 뭐고? 우리는 물속에서 진화해 나왔는데... 그럼 다시 물 속으로 퇴화하잔 소린가? 그랬더니 뭐 뭐라고 변명을 하지. 

 

: 차섭이가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멸치 일곱 마리를 사진찍어서 올려놓았다고 하더라고 

 

: 주소가... 

 

: http://www.agami.tv 라고... 준범이가 대장이 돼서 우리끼리 뭔가 좀 하자.. 그래서 한 거지. 준범이가 모이자 그러고 뒤에 여러명 모였는데 모이고 보니 전부 느낌이 비슷하더라고 뭐이렇게 똑같은 놈들끼리 모여서야 뭐 되겠냐.  

 

: 작품으론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서로 익숙하다 .. 그런 거.. 

 

: 만나보면 느낌들이 ... 튀는 느낌이 없고 그냥 어울려가지고 처음 만나도 편안한 느낌들이지.  

 

: 30대 초중반의 작가들인데  

 

: 서로 털털한 게 비슷한 거 같아요. 윤태호도 그렇고 권 선생님도 그렇고... 

 

: 난 <해와달> 보면서 나이든 사람인줄 알았어요. 나레이션이 노숙하다고 느껴져서.. 알고보니 그 때는 그렇게 나이든 편이..  

 

: 전에 ‘젊은 작가 연대모임’은...? 

 

: 그거 김수정 선생님이 회장이지... 

 

: 근간에 뭐 힘드신 일이 있으셨나요? 얼굴도 수척해지시고 ...  

 

: 이거 찐거 아니가? 

 

문하생 : 1킬로 빠졌다가 다시 2-3킬로 찐거죠...음  

 

: 예전에 아이큐점프에서 꼴지였는데 영점프에선 어때요? 영점프에 요새 <남자이야기> 말곤 볼 게 없는데 뭐가 인기 있나요? 

 

: 경계해야 할 게 ...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은 경계해야 되. 하지만 작가가 봐서 '닭살돋게 이게 뭐야' 그러면 그런 작품이 잘 팔리지. 대중하고 공감한다는 게 ... 요새 코미디 프로를 보는데 진지하면 안 되 유치해야 해. 일반감정, 일상적인 감정에 호소해야지. 그게 대중과 호홉하는 거고. 거기서 더 깊이 있게 들어가면 ... 명작은 될지 몰라도 그거는...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감정에 호소해도 분명히 명작을 만들 수 있거든. 그걸 찾아야 하는데. 보노보노 봐바.. 깊지 않으면서 깊어. 심오하거든~~ 

 

: 근데 일상적인 정서 ... 그런 거를 잡아내고 그것속에서 이야기 실마리를 잡는 거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상적인 게 그렇게 느껴지는 게 오히려 조작된 감정일 수 있지 않을까요? 소년만화에서 여성캐릭터의 엉덩이 강조와 같이... 그런 거는 일상적인 거라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상업화된 흐름.. 그리고 그런 것이 대중적이라고 하는 것들이잖아요...  

 

: 표현이 잘못 되었네요. 내가 말하는 일상적인 정서는 그냥 만나고 그냥 담배피고 그런 ... 그냥 사는 이야기고 그런걸 정확하게 캐내면 그게 바로 공감이 팍팍가는 거거든. 아까 이야기한 엉덩이가 크고 ... 이런건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있는 거를 좀 더 표현해 낸 거 이상은 아니지. 하지만 그것도 되기야 되지. 포르노는 대사 한미디 없어도 잘 팔려. 내가 이런 거 보고 '이 장사를 망하게 하자면는... 여자들이 다 벗고 다니면 된디' 호기심이 생기니까 이런 장사가 되는거야. 호기심이 없으니까... 호랑이가 섹스하는 걸 앉아서 보겠어요. 뭐 아무데서나 하고 그러는 거지. 힘있는 놈이 차지하고 ... 그런 사회가 되면 포르노 장사는 다 없어지는 거지.  

 

: 예전 티브이 토론회에 나오셔서 청소년 담배피는 이야기 하시던 게 생각나는데  

 

: 피우라고 해야지. 피우는 놈은 더 피우라고 하고 ... 이 담배보다는 저 담배를 피워라... 이러면서 잘 가르쳐주고 ... 난 사실 중2때부터 피웠는데 중2땐가 ... 그게 말이 안되는 게 해로운줄 알면서... 어른들은 피고.. 이게 청소년이 담배피면 안된다는 법이 있다는게 우습다. 담배 피면 안 된다는 건 이건 권유사항이야. 안전벨트도 그래 지가 싫어서 지가 죽는데 그걸 뭐 벌금을 물리고 그래 그러면 위험하다 ... 성인이면 자신의 불이익은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해요. 남에게 피해가 안가는 한에서 자기 불이익은 자기가 감당해야지. 그런걸 다 규정하는 건 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지. 법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 침을 뱉으면 경범죄로 5만웡? 그게 불평등해. 전재산이 5 만원인 거지가 그런 경우를 당하면 억울하지 ... 차이를 두어서 해야지. 그래야 평등하지 이사람은 백만원 짜리다 그러면 .. 가진 재산의 몇프로는 침을 뱉을 때 벌금이다 이러면 ... 공평하지. 

 

: 아까 SF 이야길 하셨는데 <해와 달>부터 보니 권선생님의 우주적이라고 할까.. 나레이션은 SF적인 세계에 더 어울리지 않나 싶은데 본격SF를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있나요? 

 

: 뭐 매력적인 장르죠.. 난 TV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근데 자식들은  

TV 있는게 당연해 호롱불 쓰다가 전기가 들어온것도 그렇고. 그 때의 환희 ... 요새 아이들이 그렇지. 그런 환희가 없어. 요새 애들한테는 <남자이야기>의 전자생명체가 떠다니고 그런 것이 일상이야. 이상할게 없어. 그래서 거기에서 나는 이제 전자가 어쩌고 하는 것보다는, 사람은 어떻게 사느냐 ... 어차피 싸우고, 시기하고 미워하면서 사는 건 마찬가지야. 그 배경이 옛날이든 미래든, 역사물이든 SF든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야. 그 안에 있는 사람관계고... 거기에서 오는 기쁨, 화 이런 거지 그기에 전자생명체가 있고 그런 거야 아무 문제가 아니지.  

 

: 강경옥도 <라비헴 폴리스>에서 그런 말을 했죠.  

 

: 사람이 사는 감정은 어떤 시대에서도 과히 틀려진다고 볼 수 없어요. 우리가 다른 생명체로 진화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사는 이상 시기 질투 이런 건 다 마찬가지에요. 사실 이야기 할 거는 주변의 SF적인 공간이 아니다. 정작 이야기해야 할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긴데 그 감정, 화냄... 기뻐함 이런 것들을 어떻게 나타내느냐 그런거지. 잘된 SF 영화를 아무리 특수효과가 뛰어나도 사람의 희노애락이 빠져버리면 그냥 그거지. 산을 그냥 봐도 웅장함이 있으면 감동이 있지. 소리만으론 힘들지.  

 

: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될 때 기분이... 

 

: 쪽팔렸지. 상금은 공기관에서 구입하는 400부의 인세로 대체되는 건데 ... 50만원 되었나? 

 

: 선생님 작품은 남성적 감수성을 보이는데 가끔식 나오는 여성캐릭터가 <해와 달>의 ‘홍고’처럼 무척 강하고 무서운 존재로 나옵니다. 이게 무슨 여성관이 있습니까? 

 

: 여자는 무서운 존재지. 제일 무서운 게 여자야. 거 저기 소련 사람이 모든 것을 거부할 수 있는데 단지 하나 못거부하는 것이 '유혹'이라고 했지 남자라는 게 뭐냐면 본질적으로 여자에게유혹당하게 되어 있어요. 그게 교육에 의해 통제가 되고 그렇지 감정을 이성이 콘트롤하게 하는게 교육인데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여자는 무서운 존재야. 가장 커다란 아름다움이 바로 유혹이야. 아름다움은 싫은 것처럼 귀를 막지도 눈을 감지도 못함. 더 열게 됨. 호기심=경외=아름다움.  

 

: 최근 만화계에 대해서 한말씀? 

 

: 요즘 만화계...(천둥소리 이것은 혹시 천기누설? -_-) 만화계 안에 내가 들어있고...내가 속한 거기에 대해 말을 하자면 가족사를 이야기해야 하고... 출판사도 만화계고, 만화인도, 만화 보는 사람도 만화계 속에 속하는데...좋아하면 될 것 같아요. (질문: 좋아하는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뜻?) 자기 할 일, 그거는 책임감 이전에 그냥 있는 것. 좋아한다는 것은 지킨다, 생각한다는 것. 나쁜 것도 좋다는 것과 어쩌면 같다고 보면, 생각을 하는데, 만화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만화에 대해 각각 나름대로 생각하면 된다. 만화계 전체가 아니라, 자기 만화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야 함. 자기 만화 좋아하면 되지. 안 좋아하니까 농땡이치고(가끔가다 무관심해지는 것과도 또 다르고).  

 

: 하지만 만화가는 자꾸 일이 있을 때 작품으로 그것을 극복하려 한다기 보다는 그냥 작품 속으로 안주하고 도피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 내같은 경우야...(질문: 만화파동 때 삭발도 하고 그러셨잖아요?) 작가는 그림만 그리면 되...뭘 나가서 삭발을 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사람은 시스템이 문제가 안되...사실 그건 이상적인 이야기고. 내가 볼때는 노래를 금지시킨다고 신중현이 노래를 안 만드는 것도 아니고.

 

 (순간 정전...변압기에 벼락이 떨어졌다. 이럴수가! 어두컴컴해 짐, 다들 놀랐지만 곧 수습하고 촛불 켜고 계속 이야기했다. 이것이야 말로 '전격' 인터뷰)  

 

halim : 작가는 자기 작품에 집중하면 되다고 하셨지만, 그 와중에도 사회는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그런 것에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 사회는 뛰어난 개인이 바꾸는 거예요. 작은 틈새 하나가. 그쪽으로 가도록 유도가 되어 있고. (권가야 선생님이 그런 역할을 하시면?)  

 

: 신중현이 탄압을 당해서 한동안 못들었는데, 그것을 보고 대중은 박정희가 건드려서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고 인식하지 않나요? 

 

: 신중현이 안 건드려졌다고 더 뛰어난 음악을 했을까...? 글쎄.  

 

: 제가 보는 개인적 훌륭한 작품들은 주변의 이야기들, 생각과 판단들을 작품을 통해서 말한다 생각함. 그것이 아니라 예술 지향주의적인 목적으로 분리된 채 자기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 그것은 배타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가야할 길이고 자기가 추구할 길이예요. 상호교류적이고 섞이고 일반적이고 하지만, 배타적인 것은 자기 생각이 있다는 것. 배격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혼자가 되는 것. 그리고 이 사람은 만약 그렇게 되면 흔들림이 없다고 봐. 나는 각자가 개인이고, 남과 연계되어 뭔가를 해야할 필요가 없고, 자기의 길을 가는게 곧 길. 칼라만화 좋아서 하시고 있듯이, 좋아서 하는 그 자체로의 혼자의 세계. 남이 봐준다고 여러 사람이 되 것이 아님. 아무리 평론을 해도, 자기가 자기를 보게 됨. 내가 내 스스로를 평가를 내리니까. 정작 중요한 건 자기 안에 있음. 하고 싶어 하는게 잘하는게 되면 그게 멋진 것이예요. 

 

: (고개를 갸우뚱하며) 각도에 따라서는 이해가 가는데, ...‘젊은 작가 연대’ 등 삭발 하실 때 등을 생각하니까, 또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하구요. 권가야 선생님의 입장은..  

 

: 그건 시간이 남으니까 그런 거야. 작가가 연재하고 했으면 그런 짓 못하지...-_-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물론 아버지가 아버지 같고 아들이 아들 같으면 그런 일이 생길 필요가 없지. 작가가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었다면 했어야지...그게 아니라 단지 목을 너무 죄니까 죽이지만 마라, 이런거지. 누가 목에 칼 들이대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지만. 내 세계에 불이익이 온다, 하던 것을 지키기 위해 이걸 한다, 그런 것. (옆에서 문하생 : 작가마다 그런 기준들이 약간씩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 해야 되는 것이기도 하지... 근데 하지 말아야 돼..  

 

(상당히 진지한 토론 분위기에서 마지막 말에 웃음... ) 

 

: 아 그거(노트북) 덮고 이제 술이나 먹읍시다.  

 

: 그러죠 ... 뭐  

 

 

*      *      *  

 

 

 

그렇게 된 때가 약 12시 경으로 이미 집에 돌아가기에는 틀린 상태. 이후 halim님과 권가야 선생님은 두고보자와 스튜디오 지하의 자존심을 걸고 바둑대결에 몰입. 스튜디오 ‘지하’의 간판을 걸자 했으나 두고보자 측에서는 동일하게 걸 것이 없어서 ('간판'이 없으니까, 배너라도 걸것을 그랬나? )그냥 식사내기. 그 동안 다른 두고보자 식구들과 문하생 분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며 무척 생산적인 토론의 자리였다. 이 때 문하생 분들이 권가야 선생님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를 전달해 주셨다. 권가야 선생님의 사모님께서 <해와 달>의 표독녀 <낭랑>을 닮았다던가. (아니, 그럼 대도오는 작가의 자아인가?, 확실히 닮았잖아요..!? 그런가.. 으..)  

 

여러 에피소드 중 두고보자 측에서 경악한 에피소드. 어느 날 권가야 선생님이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더라. 백성민 선생님은 붓으로도 정말 뛰어난 작화를 하시니까. 그렇게 한참을 붓으로 그리다가 “에이, 붓은 안 되는 구먼..... 아직 실력이 안 돼.” 이랬다는. 그러자 문하생들 전부가, “선생님, 저희는 펜도 안 돼요..!!” 라고 외쳤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다른 만화가 지망생들을 절망시킬 만한 발언이 아닌가...  

 

뛰어난 작화실력으로 유명한 권가야 선생님의 에피소드는 들을 만한 것이 많았다. 다른 작가의 그림은 밑그림을 그리면 문하생들이 그 위에 펜선을 입히고 톤을 붙여야 그림이 되는데, 권가야 선생님의 밑그림은 그 자체로 그냥 한 그림이라고. 그래서 그 위에 펜선을 입히려고 하면 이걸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서, 손에 땀이 축축하게 밴다나..  

 

“저도 많이 익숙해진 편인데, 아직도 손에 땀이 나거든요....” 

 

“선생님은 저희한테 따라그리지만 말고 내가 준 밑그림을 너희 나름대로 바꾸면서 연습을 해라.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그러냐.. 그러세요. 하지만 어떻게 바꿔요. 실력차가 워낙 나는데.. 근데 분명히 선생님 문하를 하면 많이 배워요. 원래 다른 화실에서는 만화를 모르는 애는 그냥 톤붙이기부터 시키잖아요. 실력이 안 되는 애는 그 위의 작업을 맡기면 해 낼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선생님 밑그림은 그냥 대고 그리기만 해도 그림이 되니까 여기서는 그냥 처음부터 펜선으로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금방 만화를 익히게 되요.” 

 

술이 떨어져서 더 사러 가면서 계속 깜악귀와 정경아는 계속 문하생분들과 아까 인터뷰 중에 나왔던 만화가 탄압에 대한 만화가들의 저항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만화가들보고 싸우라는 것도 힘든 일이거든요. 작가마다 어느 정도가 작가에 대한 탄압인지를 느끼는 경우가 다르고. 만화가는 작품을 해야 만화가지.. 이것도 그렇구요.” 

 

정, 깜 : 저희 생각에는 평론가나 혹은 가장 주요하게 독자들이 싸워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되어야 만화계가 발전하는거죠.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탄압받고 있으면 당연히 싸워야죠. 만화가는 작품을 하면서 계속 싸워나가야 하고. ..  

 

서로 그렇죠.. 하면서 기쁘게 동의. 돌아와서 계속 술을 마셨다. halim님과 권가야 선생님과의 바둑 대결은 2승 1패로 권가야 선생님의 승리. 의기양양. 이후 김광석, 장사익의 노래들을 번갈아 부르면서 본격적인 밤샘 술자리 분위기가 이어졌다... 두고보자가 스튜디오 지하에서 돌아간 것은 새벽 6시였다... 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