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만화의 제작과정 (21) 

 

앞서 얘기한 사건의 장면들을 충분히 상상해 봤다면 분명 흐믓하게 자신의 상상력을 자랑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림으로 옮기려면 그 상상력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것인데 궁금하다면 조금 그림으로 그려보고 조금 더 나아가서 왜 상상력이라는 것이 별 쓸모가 없는지 알 수 있으리라.

 

가만히 실제 그림과 이야기의 상상력 중 무었이 결여됐는지 되짚어 보면 발생한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이 헛점 투성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신문을 만들 때 쓰는 육하원칙이라는 법칙을 배웠을텐데 이렇게 말하면 눈치빠른 사람은 대충 알아들을 것이다.

 

사건을 다시 읽고 하나하나 헛점을 짚어가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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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로에서 두 대의 차가 충돌해 양쪽차가 크게 부서지고 신고를 받고 달려온
앰브런스가 급히 부상자들을 실고 병원으로 달려간후 병원복도에서 환자침대에
실고 급히 응급실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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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로 : 어디(어느 곳,어떤 도로)인지 전혀 알도리가 없다.

두 대의 차 : 차종(트럭,자가용 등)이 전혀 언급 안되있으며 또한 충돌

             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수가 없다.

부상자들 : 어떤 인간(남,녀,노,소,신분 등)인지 아무도 모른다.

병원 : 어떤 병원(종합병원,근처병원 등)인지 모른다.

상황 : 이 사건을 어디에 쓸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의 사건얘기만 듣고도 뇌에서는 참으로 놀랍게도 상황장면들을 개인적 경험(영화나 사진등 간접체험 포함)에 의거해 훌륭히 재생해 낸다.

 

아니 상상에서 실제장면을 본것처럼(꿈을 꾸는 것처럼) 구성해내므로 이쯤되면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헛점 투성이인지(적당주의인지) 알만 할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생각될 일이지만 상상력을 실제 그림으로 옮기는데는 많은 장애가 있고 이 장애를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만화를 만드는사람은 무심히 그릴수도 있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배울것이) 얼마나 많은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물론 상상력이 요구하는대로 아무 의심없이 척척 그려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것은 일종의 타고난 재주이고 그 재주가 모두 소진되면 그것으로 그 시람들의 취미(만화생활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적당한 감이 있다)생활은 끝이다.

 

자본(상업)주의의 변치않는 법칙중 하나에 '현상유지는 퇴보다'라는 통열한 금언이 있는데 만화도 상업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당연히 이 법칙에 적용을 받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을(퇴출) 많이 봐왔다.

 

여기서부터 실제와 상상의 괴리가 시작된다.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