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참석해주신 내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오늘 이 자리가 있기까지 수고하신 모든분들과 함께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1년 십여년의 치열한 투쟁과 빈곤, 억압과 탄압의 나날들 속에서 계간지를 내는 오늘 우리의 이 감동을 여러분은 모르실 겁니다. 언젠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저녁, 언제 끝날지 모르는 원고마감에 지친 우리는 그런 말들을 중얼거렸습니다.

'책나오면, 우리 다같이 울자, 울어요 형, 울어요 누나, 웁시다' 아무도 그 말의 함축적 의미에 대해 묻진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그렇게 우린 간절히 바라고 있던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었습니다.

거대 자본의 메이저 상업지의 잇다른 폐간과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이 마당에 무자본 인디만화의 창간이라는 정말 어마어마하고 황당할 정도로 당찬, 또한 계란으로 바위치기 일지도 모르는, 맨땅에 헤딩할 정도로 무모한 코믹스의 창간 그 이면에 눈물 겹도록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코믹스만의 생존방식이 있습니다.

우리 코믹스 작가들은 좋은 집 좋은 차같은 물질보다도 작가적 열정과 불타오르는 신념을 불태울 한 통의 휘발유가 필요합니다. 서로 맘을 열고 우리의 사명과 역사적 위치를 논할때면 하늘의 별과 달이 우릴 환히 비추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때, 달이 말했습니다.

"너희는 대한민국의 문화를 이끌고 짊어질 굶주린 하이에나라! 우리는 잘난 사람들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이 하고싶고 지켜가고 싶은 것을 굶주림과 사회적 핍박과 무시속에서 꿋꿋이 행동할 뿐입니다.

작년 이맘 영웅이란 무크지가 나왔을때도 우린 환호했고 또 절망했습니다. 2001년 8월 20일 계간지가 서점에 깔리고 우린 또 기뻐합니다. 우린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던 것입니다. 이번 계간지를 보며 과연 영웅때와 같은 아련함을 간직하게 될지 사뭇 궁금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늘 그렇듯 결과를 개의치 않고 꿋꿋이 살아갈 것을 약속드리며 다만 미미한 욕심을 드러내자면 재판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약간의 고료로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재생산의 기틀을 마련하면 더욱더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열심히 그릴뿐 앞으로의 만화사를 위해 작은 토양 이나마 후배님들에게 남겨주는게 우리의 작은 소망입니다

자유롭게 그릴 수 있고 또한 사고할 수 있으며 어떠한 장애도 시련도 작가로서 배워가는 시행착오라 생각하며 대한민국 만화가 더 이상 저질취급받지 않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내일도 책상앞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젠 이 조국 대한민국도 자신이 향유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향유하고 자신이 표현하고픈걸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지 아니하면 코믹스 작가들은 오지로 도피 하던지 시궁창에 숨어들 것입니다!

우리모두 마음과 생각의 벽을 거두고 가슴팍을 열어 코믹스를 느껴서 정신과 육신이 자유로운 이상의 세계로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