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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만화시장과 대여점 - '빌려보는 시장'과 '사서보는 시장'의 변주곡
만화는 흐른다 01/06/24 14:25 원종우


1. 대여점의 원죄?

'빌려보는 시장'때문에 '사서 보는 시장'이 전멸해버렸다.

그래서, 만화가들은 죽쒀서 개주고, 자신은 굶다 못해 붓을 꺾느냐 마느냐 하는 극악한 상황에 처해버렸고, 그 빌려보는 시장에게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한다...........라는 논지가 대여점 원죄론의 핵심이다.(물론, 사서보는 시장이 전멸했고, 만화가들이 극악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대여점의 원죄를 따지기전에 잠깐, 한국 만화계에서 이 '빌려보는 시장'은 새로운 악습이 아니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상당히 오랫동안, 한국 만화시장의 유통구조 중심부에 정착되어왔고, 현재도 건재한 대본소 시장이 그것이다.

최근 10년을 제외하고는 한국만화사에서 근 30년간은 대본소 만화의 역사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즉 한국에서 ' 만화를 빌려본다'는 것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만화독자들에게 체제내화되었다.만약 빌려보는 시장은 사서보는 시장을 전멸시킨다는 원죄혐의가 유죄라면, 그리 짧지 않은 한국 만화의 역사상 쭉 사서 보는 시장은 없었어야 한다.

이제부터 한국만화시장이 현재의 대여점 시스템 전에 어떻게 구성되어왔는가를 한 번 거슬러올라가 보면서, '사서보는 시장'의 죽음으로 대별되는 현재 만화시장의 위축, 한국 만화가들의 고난과 한국만화의 난항의 최종적 원인이 정말로 대여점-'빌려보는 시장'으로부터 기인하는지 아니면 대체 어디로부터 왔는지 차분히 살펴보기로 하자 .


2. 대본소시장과 판매용만화시장의 분별정립, 공존의 시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뭐 그리 멀리까지는 거슬러갈 필요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이 글에서 한국만화사를 모두 검토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말이다.

60대를 기점으로 한국만화문화의 기본시스템으로 자리잡은 대본소 만화로부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단, 50년대 말 이전에 관해서 필자의 의견을 확실히 해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최열의 [한국만화의 역사]에 따르면(p.102) 54년 만화세계 창간과 함께, [만화소년],[만화학생],[7천국],[만화왕]등의 만화전문잡지 창간과 200쪽에 이르는 단행본이 출단되었음을 예를 들면서 당시 단행본 시장이 크게 융성하였는데, 사회적 안정(?)이 되면서 판매부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서술한다.


◆ 주50년대의 만화잡지인 만화학생과 만화세계. 그림소설(연환화)와 코믹형 만화를 연재

또한 59년도 대본소가 출현하는데 이 대본소 체제에 의해 판매용 만화는 상당히 위축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서술은 생략되어있고, 다만 대본소 체제가 작가와 출판사에게 나쁜 상황을 만들었다고 정리한다.

손상익 역시 한국만화통사(p.253)에서 대여방식의 만화구독 형태가 정착하면서 독자들이 만화책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었고, 만화책은 오직 만화대본업자에게만 판매를 하는 독특한 유통방식(총판)이 구축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반 서적의 유통망을 거치고, 권당 500환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 성공과 인기를 거두고 있던 이전 단행본들이, 어째서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총판 유통 체제에 따라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그것은 출판사들이 대여점 시장의 수익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판매용 시장에서의 성장을 스스로 포기, 모조리 그쪽으로 뛰어들었다는 것 이상이 아니다.

이러한 시장변화의 원인은 아직 50년대 한국만화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을 하는 연구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어떤 합의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당시의 만화판매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내재적 한계로부터 아래와 같은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굶지 않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당시의 척박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만화를 사서 볼 수 있는 독자층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 해당하였을 뿐이고, 이들 또한 아직 만화를 계속 구입, 즐기는 감상패턴은 아직 정착되지 못하였고, 대부분 한,두권 정도 소유한 후 재밌게 보고, 빌려주면서, 이로써 주변으로부터 인기도 모으는 식으로 만화책을 향유하였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소수의 구입자 측이 적당한 만큼의 만화를 소유하였을 경우, 이미 판매의 한계치는 포화상태가 되었던 것이고, 이로 인해 급격히 판매 부수는 줄게 된 것이다.

위의 상황은 물론 가정일 뿐이지만, 적어도 50년대 서민층이 만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만화를 가진 자로부터 빌려보는 방식이 가장 일반화된 방식이었고, 바로 59년에 출현한 대본소는 서민층에게도 스스로 선택해서 만화를 골라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된다는,즉 이 당시 대본소의 출현으로 인해 판매용 시장이 줄었다기보다는 당시의 경제지표와 문화시장의 열악함으로 인해, 판매용 시장의 자연스러운 위축과 이를 대체하는 문화시장인 대여시장이 발생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며, 오히려 대본소의 출현은 만화가 서민층의 아동에게까지 향유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였다고 본다.

대본소의 출현은 당시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체되었던 만화시장-주로 판매식 유통질서의-에서 사서 볼 구매력이 없던 나머지 독자들의 시장을 새로 개척 -대여식 유통질서를 통해-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상기한 방식으로 대여식 유통질서를 적극 활용하여 보다 대중화하고 있었던 만화는 60년대중 후반 박통의 등장과 함께 사회악으로 지명되게 되었다. 사실, 60년대 중반부터 독점적 총판 합동의 체제가 대본소계를 지배하면서 대본소에 비치된 만화들의 질이 그 이전 김종래-김원빈 시절과는 현저한 차이를 벌이면서 극악가도를 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만화는 그것 자체로 저질과 동의어가 되고, 만화시장의 고질적 난황이 시작되었다. 73년경 어린애가 만화를 보고 흉내내다가 죽은 사건이 대서특필되면서 만화에 대한 검열과 탄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이를 계기로 70년대의 대본소가 사향길에 접어들게 된다. 70년대 후반에 일본만화 해적판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만화붐이 새로이 조성되고, 이 여파를 타고 대본소는 이른바 슈퍼스타 이현세화된 성인극화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 90년대 무협중심의 특화된 대본소 시대까지가 대본소의 나름의 한국만화사에서 굵직한 흐름의 맥락이다.

하지만 대본소 시스템이 발달했다고 해서 그로 인해 만화에 대한 판매식 유통질서가 해체된 것은 아니었다. 50년대 초반에 융성하다가 50년대 말부터 사그러들었던 판매질서는 60년대를 기점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60년대부터 등장한 소년잡지(새소년,어깨동무,소년중앙)에 연재되었던 만화들은 간간히 단행본으로 만들어져, 서점과 문방구를 통해 팔려나갔고, 70년대,80년대에는 클로버 문고, 블루북스 등의 문고판 만화씨리즈, 그외 명랑만화를 중심으로 몇몇 성인만화까지 상당한 독립적 (비연재) 단행본 만화들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년잡지 자체가 판매되었다.(주1)

그렇다면 같은 만화 단행본을 서점에서 사볼 수도 있었고, 동시에 대본소에서 빌려볼 수도 있었단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양자는 판본 자체도 각기 판매용과 대여용으로 엄격히 나뉘어져 큰 차별성을 가지고 출판되었고, 또 판매되는 만화가 대본소에 놓여있는 일도 없었고, 대여용 만화가 서점이나 문방구에 비치되어있는 경우도 없었다.(만일 대본소에 합동총판이 공급하는 대여용 만화 외에 서점에서 판매되는 만화가 비치되었다면 그 대본소는 문을 닫았을 것이다. 물론 이는 독점시장이 존재했던 옛날 이야기다. 한편 대본소쪽에서도 굳이 판매용 만화를 가져다 놓을 이유가 없었다.)
작가와 독자는 겹칠 지는 몰라도 사업주체부터, 유통망까지는 완전 다른 장이었다.

좀 더 자세히 양자의 차별적인 존재방식과 질을 살펴보도록 하자.

70년대까지 빌려보는 만화의 경우, 현재와 같은 장편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상,하 혹은 상,중,하의 두세권 질을 가지고 나왔다. 당시 대본소 만화는 극화체 만화가 선호되기보다는 만화체 만화가 선호되었는데, 이유는 빨리 그릴 수 이점(만화가 고유성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당시에는 한 사람의 작가가 한권을 하루에 그려낼 수 있었다고 한다.)과 비숙련 문하생이 좀 더 따라하기 쉽다는 이점 때문이라고 한다.

80년대 이후 등장한 극화체 만화공장에서는 제작 시스템을 분업팀제로 하여 만화를 만들어감에 비해, 당시에는 문하생 개개인이 한 작품씩 떠맡아 완결을 시키는 방식으로, 문하생이 만든 만화는 스승의 브랜드가 붙여 유통되던 방식이다.(이러한 방식은 적어도 문하생이 이후 혼자서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주었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대본소 만화(혹은 대여점용 공장만화)가 분량도 많고, 상품적 완성도 면에서 높은, 그러나 별 개성이 없는 만화라면, 당시의 대본소 만화는 그림을 그려낸 개개인에 따라 질적으로 엄청 차이가 나며, 대부분 조악하였지만, 그렸던 작가(브랜드 명이 아니라 실제 그린 사람)의 개성은 나름대로 반영되는 만화였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본소 만화는 많은 양이 생산되었고, 실력이 안되는 신출내기조차도 만화를 찍어내기 위해 마구 동원되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것을 빌려보는 가격은 70년대 말 기준으로 50원정도에서 통일되었다.


◆ 70년대 대본소 만화의 질이 가장 최악일 당시의 만화, 상,하 50P씩 분량에 그리기 쉬운 만화체 그림의 만화가 대부분.

반면에 판매용 만화는 소년잡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지금처럼 만화잡지가 나오고, 그 안에 실린 만화가 단행본으로 나오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만화가 실려있는 소년잡지 자체가 판매용 만화의 역할을 하였다.(결국 판매용 만화라고 하기보다는 연재 만화라고 하는 것이 더 주류적 표현일 수 있지만, 잡지연재가 아닌 판매용 만화도 있었고, 잡지란 것 자체가 판매를 통해 유통되었기에 여기에 실리는 만화까지 모두 통칭 판매용 만화라고 한다.)

또한 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소년잡지에 연재되었던 만화들이 단행본으로 나오기도 했고, 판매용 자체로만 만들어진 만화도 있었다. 이들 판매용 만화들은, 상당한 퀄러티를 가지고 있었다.(동시대의 일본만화와 비슷한 수준),

잡지는 월간지였고, 단행본의 경우는, 분량에 있어 3권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이 당시의 판매용 만화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김형배, 차성진의 로봇 태권V와 고유성의 '로보트 킹'인데 이 만화들은 연재가 아닌 1권이 1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씨리즈물 형식을 띄고 있었다. 이는 다 사지 않아도--중간에 한 개만 사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판매용 특징을 가진다. 잡지도 마찬가지로 꺼벙이류의 시츄에이션 만화가 많아서 어느 호를 사도 이전 것을 못보았기 때문에 가지는 불이익을 겪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빌려보는 가격은 70년대 말 기준으로 50원정도에서 통일되었다.


◆ 60년대 등장하여 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소년잡지인 소년중앙과 새소년. 초기에는 종합소년교양지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만화잡지화하였다.


◆ 70년대 새소년과 소년중앙에 각기 연재중이던 만화인 신판보물섬과 로봇찌빠. 별책부록이란 특이한 방식으로 연재되었고, 별책부록의 칼라표지는 최근의 만화표지보다도 훨씬 퀄러티가 뛰어나다.


◆ 연재후 각기 판매용 단행본으로 나온 신판보물섬과 로봇찌빠. 새소년을 내던 어문각은 클로버 문고 씨리즈로, 소년중앙을 내던 중앙일보사는 소년중앙 만화극장이란 문고씨리즈로 각기 연재하던 만화를 단행본으로 내놨다.

판매용답게 고급 제책(현재의 코믹스 단행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당시 조악했던 대본소 만화의 제책과 비교해선 압도적으로 고급)이었고 70년대 말 당시로 소년잡지는 500원에서 1000원의 가격을, 단행본은 권당 1000원정도의 가격을 형성하였고, 대부분 일반 동네서점과 문방구에 유통되었다.

물론 이 두가지 시장의 균형이 항시 균등했던 것은 아니고 시기에 따라 바뀌었고 만화시장에 대한 대표성과 작가진 또한 이동되었다.만화시장이란 파이가 그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는 어떤 쪽에 전속으로만 만화를 그리는 경우보다는 양쪽을 겸업하고 있는 작가가 많았다.(현재에 중견,원로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가들이며 이들의 작품은 80년대에 보물섬이란 만화잡지와 대본소 양쪽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5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까지는 이른바 대본소 만화의 초전성기였고, 여기에 비해 아직 소년잡지의 만화는 그리 큰 비중을 가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대본소 만화는 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대본소 만화의 질적 저하가 시작되었고, 합동의 독과점 체제로 인해 70년대 초반 대본소 만화가 양적팽창에 따른 날림의 극치까지 갔다가(이 당시 출간되었던 대본소 만화의 양또한 장난 아니게 많았다.), 70년대 중반 갑작스러운 위축을 맞는다.(위축의 원인은 바로 불량저질만화 논쟁이었다. 이 발단은 앞서 지적한 대로 73년 당시 한 어린이가 만화를 보고 흉내를 내다 사고사한 사건으로 촉발된다.)

이 위축된 시기에 잡지연재만화는 유일한 만화독자(정확히 말하면, 만화의 주소비자층인 아동층)들의 출구였다. 당시의 소년지는 이른바 불량만화의 여론을 피해갈 수 있었던 합법공간이었기에(왜냐하면 소년지를 내던 곳이 중앙일보사, 육영재단 등의 유수의 언론기관, 아동재단, 그리고 건전한 출판사였고 소년지는 이른바 교육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교양지였다.), 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만화를 보았던 세대들에게 소년지에 연재되었던 만화들은 어찌보면 대본소 만화보다 훨씬 영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당시 만화의 주소비층인 아동층은 잡지 및 문고판 만화로 흡수되었고, 대본소는 위축한 가운데 청소년 및 성인취향의 만화로의 전환을 해가면서 80년대를 맞이한다.--그리고 이현세, 허영만이 등장한다. (주2)

80년대 들어와서는 아동, 청소년 대상의 만화는 보물섬의 등장과 함께 하이브리드 소년잡지가 아니라, 본격만화잡지에 의해 주도된다. 문고판 형태로 단행본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시절까지는 아직까지도 만화잡지 이외에 본격적인 판매용 단행본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그냥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보고,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시대였다.

이 시기 판매용 단행본 시장의 사실상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만화는 일본해적판 만화였다.(다이나믹 콩콩 코믹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당시 서점에는 일본 아니메의 미니사전류가 유행하였고, 이것을 보고 자라난 세대가 우리나라 매니아 세대의 1세대(만화와 애니메이션 양자를 포괄하는 이 세대들이 90년대 신세대 작가의 선봉에 선다.)가 되었다.


◆ 80년대 등장하여, 일본아니메에 대한 굉장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만화매니아 1세대를 이루는데 큰 공로를 한 미니사전들.

한편, 대본소 시장은 전술한 대로 80년대 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니, 그것이 바로 이현세를 필두로 한 성인취향의 극화풍 만화가 활성화되면서이다. 이전에 합동의 독과점 인해 날림만화의 양산의 폐해와 유신시절 강력한 심의,규제에 의해 위축되었던 대본소 시장이, 새로운 하이퀄러티 극화풍 만화의 출현과 함께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경향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독과점의 전행으로는 감당될 수 없는 것이었다. 독과점이 완전 해체된 것은 아니였지만, 더 이상 생산파트에 개입을 하지는 않고 총판 중심의 유통으로만 자신을 위치시키고, 작품에 대한 권한은 생산자에게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이 과정에서 총판보다는 만화공장이 더 큰 힘을 가졌고 또한 저 유명한 프린스 순정 4인방과 같은 케이스도 만들어졌다.더우기 이현세같은 생산자가 출판사까지 차려 많은 수익을 보게되었다.)

이 변화된 대본소에서는 기존의 만화시장 주소비자인 아동보다 연령대가 높은 청소년 및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성인용 극화와 무협지가 주된 내용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러므로써 이제 아이들을 위한 만화방이 아닌, 시커먼 사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영화 '장미빛 인생'에서 최명길이 운영하는 만화방에 어떻게 아이들이 있겠는가?) 여기에 5공정권의 유화적인 문화정책 덕분에 별 심의,검열(사상적 검열은 있을지 몰라도, 표현과 노출, 폭력에 대한 검열은 이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도 없었던 것이고, 이 틈을 타고 대본소는 다시 태어났다.(주3)


◆ 80년대 대본소 만화의 신경향을 제시한 성인극화풍의 만화들..

대본소로부터 시작된 이런 성인취향의 만화시장은 잡지계에도 반영이 되어서, 성인만화잡지의 출간이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속속들이 나오게 되고, 만화는 빌려보는 만화와 사서보는 만화라기보다, 성인취향의 만화와 아동취향의 만화시장으로 분리,구축된다.
동시에 80년대는 빌려보는 만화의 퀄러티가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이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작과 대가들도 모두 대본소 만화진영에 포괄되어 있었다.
반면 아동지는 80년대를 거쳐가면서 위축되어간다. 이러한 아동시장에서의 위축은 아동향유문화로서 이전까지 독점적 위치를 가지고 있었던 출판만화에 대한 강력한 경쟁상대가 된 TV와 새롭게 등장한 게임의 등장에 의한 것과, 상업적 재미에 있어 강력한 해적판 만화의 등장이 원인이 될 수 있다. 80년대 말에는 전문만화지인 보물섬, 만화왕국 외에는 기존 소년잡지(소년중앙,새소년,어깨동무)들은 거의 문을 닫게 된다.

여기까지, 80년대까지 만화시장의 변천사를 간략히 보면서, 대여문화와 판매문화가 어떤 관계를 가져왔는가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3.일본만화의 유입- 대본소의 후퇴와 청소년 만화잡지 시장의 등장

80년대 들어서 위에서 말했던 빌려보는 만화와 사보는 만화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는데, 그것은 바로 일본만화의 본격적 유입으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리지널 일본만화 해적판이 유입이 되던 시절이 바로 80년대 초,중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주4)

80년대 초반 문방구 및 서점 단행본 만화에 이미 '다이나믹콩콩'류의 해적만화가(그런데 이 만화들은 국내의 유령작가-전성기, 성운아-에 의해 모두 다시 그려진 만화라, 온전한 의미의 일본만화는 아닐 수도 있다.) 이미 널리 즐겨졌었고(거의 아니메화 된 SF작품들과 경향이 비슷한 작품들이 대부분) 이후 80년대 중반부터, 대본소에는 그 유명한 구호씨리즈로 나온 '료이치 이케가미'의 '크라잉프리맨'과 '대망'류의 일본 성인극화가 들어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하지만 집중적 단속으로 대본소에 많이 퍼져있던 성인용 해적판 만화는 대부분 수거되었고, 대본소는 이현세식 공장만화로 다시 깨끗이 정리가 되었을 때, 만화잡지 시장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88년 12월에 최초의 만화주간지 "아이큐 점프"가 창간된 것이다. '아이큐 점프'는 그때까지 아동시장에도 성인시장에도 확실히 포괄되지 못한 청소년독자층을 특화된 타겟으로 잡고 보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만화들을 실어서 인기를 얻었다. 중요한 점은 창간호 당시의 아이큐 점프의 작가들은 모두 대본소나 아동잡지만화에서 한가닥 하고 있던 중견만화가들이었고, 중견만화가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독자들은 모두들 반응이 좋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순조로운 시작에도 불구하고, 만화주간지라는 일본만화잡지의 컨셉(점프라는 이름에서 이미 풍기는 뉘앙스에서 알다시피)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결국, 일본만화가 이 잡지에 실리리라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만화잡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최초로(비공식적으로는 이미 70년대 소년잡지에 한국만화인냥 일본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다.) 아이큐 점프에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한 만화 드래곤볼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다. 드래곤볼의 인기와 더불어 수많은 500원 만화책이 나왔고, 드래곤볼 이외에도 수많은 해적판 만화들이 문방구를 통해 수없이 찍혀나왔다.

이 시절 일본만화의 500원 만화 유포는 더 이상 중국인 거리에서 원판 만화를 사보던 소수매니아가 아닌 수 많은 일본 만화팬들을 만들어 내었고, 이어 소년챔프에 '슬램덩크'가 연재되던 시기에 일본만화의 인기는 한국의 만화독자에게 극상한가를 기록하게 된다.

이러한 일본만화의 반향과 함께 이미 그전부터 일본 아니메 영향을 깊게 받고 있던 한국의 신세대 작가군(이명진, 박성우, 양재현)들의 출현과 함께, 어느새 만화잡지 시장에서 중견만화가들은 하나 둘 퇴출되기 시작한다.(이현세, 허영만같은 대가들부터 일찌감치 퇴출되었고, 고행석, 김영하를 끝으로 거의 모든 중견작가들은 소년주간지의 연재를 중단한다.)

더 이상 대본소 출신 중견작가들의 만화는 잡지는 물론이고 '일일만화'를 통해서도 청소년 독자들의 호응은 얻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빌려보는 200원의 2.5배인 500원으로 다종 다양한 일본해적만화를 소장(?)할 수 있었던 상황이 청소년 만화독자를 대본소에 있는 한국만화로부터 이탈시켰고, 그로인해 그때까지 존재하던 소규모 대본소(이른바 동네만화방)들의 몰락이 가속화된다.


◆ 500원 만화들, 고구마 3호의 '해적만화답사기'를 보라.

93년,94년 즈음, 500원 해적판 일본만화에 익숙한 취향의 청소년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새로운 양식(결국 일본만화의 영향을 담뿍 받은)의 작가들의 작품은 점프,챔프 양대 소년만화잡지의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런 작품들 중 몇몇은 상당히 큰 반향을 얻었다. 잡지연재->단행본 판매 시장에서 이른바 100만부가 팔렸다는 이른바 100만클럽 작가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등이 있다.)

흔히 좋은 시절의 표상으로 언급되는 100만 클럽의 신화는 좀 면면히 관찰하면 이러한 특징을 가진다.



◆ 100만부 이상의 작품 판매를 기록한 작품
이명진의 '어쩐지~저녁' / 소주완,지상월의 '붉은매' / 박산하의 '진짜 사나이' / 이충호의 '마이 러브'


한국만화의 맥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100만 클럽작가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 오히려, '일본만화에 가장 근접한 작품들이 그것이다'라는 점, 당시 만화를 빌려주는 대본소라는 공간은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을 상대로 하고 있었다는 점. 당시 청소년 시장에서 일본만화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었지만, 공급이 전면화되지는 않았던 시기였다는 점 (500원 만화는 히트작 중심으로 정제되어 한번 쫙 깔려서 소문과 호기심만 일으켰다가 사라지는 불안정한 유통의 방식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등이다.

즉, 이 이례적인 판매부수 기록은 대본소-빌려주는 문화가 망해서 (사실 망한 적은 없다. 변화했을 뿐이다)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일본만화가 전면개방되어 쏟아져 나오고, 각 잡지가 경쟁적으로 일본만화연재의 비중을 높이기 직전의 이를테면 폭풍전야에 우리나라 유사품에 내려졌던 행운이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덧붙여서, 이것은 하나의 단절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전 한국만화의 작품내적 맥락의 단절임과 동시에, 한국만화끼리의 대여, 판매시장에서의 자율적 분점 형태와의 단절이었던 것이다.


4..청소년 만화잡지가 대여점에 종속되다?

문제의 대여점이 등장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대여점 등장 시기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자.

1)대본소라는 '빌려보는 공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따로 '대여점'이 생겼을까?

-대본소는 상기한대로 500원 해적판과 유사품으로 점철된 만화잡지에 청소년 독자층을 잃고 대학생 및 성인독자들을 대상으로 안락한 휴식공간까지 제공하는 중,대규모급의 대본소만이 살아남았다. 이것이 대본소 만화의 위축의 시작지점이다.(현재 코믹스와 한때 해적판을 들여놓기는 하였어도, 대본소 운영의 중심은 항상 일일만화에 있다.)

없어진 동네만화방을 대체한 것이 바로 대여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여점이 동네만화방을 대체할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대여점은 만화대여점으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도서대여점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초기 대여점의 주 상품은 인기대중소설, 여성잡지, 일부 해적판 만화가 중심이었다. 애초에 대본소와는 겹치지도 않는 분야였고, 대본소만큼의 공간과 자본이(이즈음 5평에서 10평규모의 소규모 대본소는 거의 없어졌고, 30평 이상의 상당한 시설이 비치된 중규모 이상의 대본소가 일반화되었다.) 없는 소규모 창업이 도서대여점이었다.(비디오방조차 열 자본이 없는 영세한 사람들이 대여점을 열었다.) 또한 당시 도서대여점은 공공인프라인 도서관의 절대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생활도서관의 역할까지도 기대된 상당히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사업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이익이 생기지 않자, 점차 대여점의 도서는 해적판 만화가 중심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청소년 독자를 열광시킨 500원 해적판들은 곧 1500원짜리 큰 판형의 해적판으로 다시 출간되었고, 이 책들이 대여점을 메웠다.)

지금 대본소와 대여점은 둘 다 만화를 빌려주는 공간이기에 비슷하게 볼 수도 있지만, 역사적 태생도, 고객층도 완전히 다른 업종이다. 무엇보다도 대본소는 성인상대의 한국 일일만화가, 대여점은 청소년 층 상대의 일본코믹스가 주 상품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차이나는 것이다.

2) 그러면 당시 대여점이 판매시장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가?

대여점 등장 초기에 판매용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한국만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몇몇 인기작들(아까 말한 100만 클럽같은..)은 서점에 모두 들여놓아져 있었고, 대여점에 있건 없건 잘 팔려나갔다. (이 당시 잡지에 연재되는 만화라고 모두 단행본으로 나왔던 것도 아니고, 진짜 잡지에서 인기도가 높은 만화들만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이다. 즉 종수가 많지 않았고 진짜 판매율이 높을 만화만--이미 잡지의 인기순위에서 검증된-- 서점에 비치되었기에..)
대여점에도 몇 안되는 인기 한국만화가 놓여져 있기는 하였지만, 이보다는 해적판 일본만화의 양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판매부수에 직접 영향을 끼친 것은 대여점의 탄생이 아니라, 서점에서 만화가 퇴출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이어지는 몇몇 만화탄압사태 이후에 서점에서 만화들이 대량 퇴출되면서, 이제 오갈 곳 없는 판매용 만화(실제 당시 동대문 총판 말고 만화를 파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그때부터 대여점을 중심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점시장을 잃어버린 단행본 만화들은 결국 대여점 공급이 중심이 되었고, 이때부터, 부수보다는 종수가 더 중요하게 되었고-다시 말해서 일본시장에서 검증된 잘 팔릴만한 한 권의 만화책이 10000부가 팔리는 것보다는 5권의 만화책이 각기 3000부씩 대여점에 일률적으로 소화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게다가 수많은 일본만화가 대규모적으로 들어온다.(이제 일본만화는 인기작, 비인기작의 구분없이 마치 대본소에 공급되는 공장만화처럼 마구 대본소에 공급된다.) 한편 게다가 일본만화 라이센스료는 한국만화의 고료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은 일본만화가 더욱 많이 수입되는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

사태는 서점용 단행본의 출간,판매부수 뿐 아니라, 만화잡지의 출간,판매부수에도 작용했다.

더우기 이때까지 성장기에 있었던 만화잡지 출판사들은 시장분석에 입각한 적극적인 잡지 마케팅에 실패한채, 일본식 잡지모델의 무조건적인 추종자로 전락해서 자기몰락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검증 안 된, 연령별로 분화된 잡지를 창간, 계속 잡지의 종수는 늘어갔고, 실제 그만큼 분화된 시장을 갖지 못한 한국의 독자시장은 한쪽으로 치우쳐진-영지는 판타지, SF, 소년지는 학폭물 등으로 정형화된- 만화잡지를 보는 것 자체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다.)

한국독자들은 한 가지 잡지에서 여러 가지 취향의 만화를 맛보는 종합선물세트에 더 익숙한 것이었고, 만화잡지 출판사들은 일본에는 존재할 지 몰라도,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연령별 타겟층을 전제해놓고 만화잡지들을 내놓다가 결국 잘 팔리던 잡지조차 말아먹고 만다.
필자는 타겟 마케팅은 한 거대 출판사에서 많은 작가군을 거느리고, 연령별로 작가군을 분할하는 방식보다는, 한가지 타겟 마켓팅을 중심으로 하는 중규모 출판사가 그것을 계속 특성화하는 방식이 훨씬 적당하다고 본다. 서울문화사나 대원은 무분별하게 영지, 성인지를 내놓다가, 자신의 주력잡지였던 소년지의 수성도 하지 못한 것이다.
유사품 만화가 주류가 되어버리고, 권유되는 잡지 또한 점점 개성적 작품은 줄어들고, 점점 질적하락은 가속화되었고, 그 떨어진 질을 메꾸기 위해 첨부했던 일본만화 또한, 빠르게 나오는 해적판 만화로 금방 대체되어졌기에 잡지의 인기는 한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게임과 인터넷이라는 타 오락쟝르의 출현은 만화잡지에 더욱 큰 타격을 준다.

이렇게 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하위문화시장에서 만화잡지의 점유율은 더욱 더 낮아질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적절할 때 대여점이 출현하고, 출판사는 대여점에 잡지와 관련없이 단행본을 찍어 공급해주는 공생관계를 걷게된다.(-->초기 출판사들이 대여점에 대한 반대입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출판사들의 판매용만화의 판매율이 높았던 시기에 잠깐 가졌던 제스츄어일 뿐으로, 출판사차원에서의 대여점 반대 캠페인은, 90년대 중반 '세균' 파동(1995년 9월 한국미생물학회에 의해서 발표된 '대여점 서적 미생물 오염도 분석 결과 보고서'로부터 촉발)이 실질적으로 마지막이다.

최종적으로 판매용 단행본에서 판매용이란 말은 유명무실해져버렸다. 그 순간 한국만화시장에서 옛날부터 있어왔던 대여시장과는 분별정립되어 공존해왔던 판매용 시장은 무너져버린 것이다.

--결국 만화의 청소년 독자시장에서의 독점적 문화위치가 게임등의 경쟁매체에 의해 점점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어진 일련의 만화탄압, 일본만화의 유입, 대여점 출현, 이 3자가 역사적으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판매용 시장의 몰락이 나온 것이다.--


5. 대여시장에서는 대여용 만화답게. 판매시장에서는 판매용 만화답게.

여기까지와서, 이번에는 특정 유통방식 자체보다, 그 유통방식에 대한 한국만화의 현재적 적응, 혹은 반정립의 모습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대중문화는 흔히 말하는 상업성/작품성, 통속성/예술성 등등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넓게 펼쳐져있다.

이미 몇십년동안 있어왔던 '빌려보는 시장'은 글자그대로 비싼돈 주고 살 필요 없이 한번 빌려보고 나면 다시 볼 일이 없는 '빌려보는 만화'-즉 일일만화라는 특수한 장르(?)를 만들어냈다. 아마도 그 대다수는 앞서 말한 스펙트럼의 한쪽 끝쪽으로 기울어져있을 것이며, 그 끝쪽에서도 또 다른쪽을 향하고 있는 작품도 있을 것이고, 무조건 그쪽으로만 달려가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전반부에 언급했듯이 80년대까지 주류를 이루어왔던 대본소만화시장의 역사 역시 결국은 빌려보는 만화속에서도 사고싶은 만화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바라는 독자와, 하고자 하는 창작자를 만들어냈다.

물론, '빌려보는 만화'로 머물고자 하는 만화는 많이 축소되기는 했지만,(80년대 후반까지 15000개였던 대본소 숫자가 90년대 들어서 5000개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성인대본소의 일일만화로 포괄되어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의 협약체제하에 운영되는 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빌려보는 만화가 아니라 사서 보는 만화를 바라보고자 하는 만화는 만화잡지시장을 자신의 무대로 인식한다.

많은 유순한 (성격이 유순하다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 대해 유순하다는 뜻이다) 만화들이  잡지판매시장에서 연재라는 방식으로 등장하고, 또 연재분량이 모여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서점에서 판매용으로 유통될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그것이 상당히 어려운 환상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깨닿기 마련이다. 일주일마다 18p씩 연재한다는 것 자체가 작품의 질을(이는 단지 그림의 질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창작이라면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시간을 주간 타이밍은 보장해 주지 못한다. 하물며 두가지 다 라면야..) 유지할 환경으로선 무리다. 게다가 연재물의 특성상 질질 끌거나 아니면 엄한데서 중지되거나 하게 되는 압력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연재분이 모아져 단행본으로 만들면, 그것은 대본소용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길어져 버린다. 만화책 권당 3000원, 다른 서적에 비해 정말로 싸다. 하지만 5권만 모아지면 15000원이다. 그러나 중도하차하지 않고 완결된 코믹스는 대부분 전체 5권을 넘어간다. (저 100만클럽이 상장가를 치던 때에도 권당 100만부가 팔린 것은 아니었다. 총권수를 합쳐 100만부가 팔린 것이다.) 애초에 판매용으로 분류되기에는 지나친 양이 강요되는 것이다. 그래서 잡지연재->판매용 단행본의 수순을 밟은 작품들은 스스로 독자로 하여금 빌려보라는 유혹을 던진다. 즉, 판매용시장에 나오되 판매용 답지 못한 만화가 된다. 이것은 모순이다. 앞서 대본소독자와 작가 쌍방간에 합의된 일일만화는 그 효용처가 대본소에서 (빌려)보는 용이라는 단 하나의 사용목적이라서 안정적이다. 그에 비해, 잡지연재->코믹스 단행본은 한 작품으로 잡지도 팔고, 단행본도 팔고, 빌려도 주겠다는 세가지 효용을 동시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 독자로서 가장 손쉽고 경제적인 선택으로 몰려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담배 빡빡 피워대는 성인전용 대본소가 아니라 도서대여점이라는 것이 생겨서 이 코믹스 단행본을 꽃아놓고 있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잡지연재->판매용 단행본'은 어느 순간부터 동네 서점에서 퇴출되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만화탄압의 맥락과 함께 동네서점 자체의 몰락에 기인한 바 큰데, 90년대들어 대규모 매장을 갖춘 서점은 더욱 커진 반면 동네서점은 학교근처 참고서 서점만이 간신히 버틸 정도로 난황을 거듭하게 되었고, 눈꼽만한 매장안에 한편당 몇권에서 몇십권씩 질질 늘어지는데다, 계속 신간이 나오는 만화책을 갖다 놓기가 부담이 되던 차에 청보법 등의 제도적 탄압으로 인해 위험도가 큰 상품이 되어버린 만화는 더욱 더 서점에 가져다 놓기 힘들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이제 독자가 이 책들을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코믹스판형만 갖다 놓고 일일만화는 갖다놓지 않는 이 대여점이라는 빌려보는 공간에서, 새로운 월일 만화가 나타났다고나 표현해야 할까.(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용서해주길. 하지만 출판사가 코믹스 단행본을 그런식으로 인식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것은 그들이 대여점을 자신의 기본 시장으로 설정하여 최소 출판부수를 결정하는 사실로 증명된다) 월일이 가능하면 왜 일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일본만화의 러쉬는 차치하고) 속칭 김성모류의 공장제는 대본소 시장의 일일만화제작공정과 같은 박리다매형의 '생산 (창작이 아니라)' 방식을 이 모순된 코믹스판형에 도입했다. 당연히 김성모류의 '공장 코믹스'는 '연재코믹스'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었다. 빌려보는 시장에서 월일이 일일을 이길 수는 없기 마련이다. 남은 것은 질이다. 하지만 이 두 만화의 질적 차이는 대부분 독자들이 보기에 판매와 대여의 구분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결국, 연재형 단행본들은 자기회의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애초부터 빌려보는 만화=질보다 양이 우선되는 만화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연재환경은 이들 작품이 판매용인지 대여용인지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그 결과 그들은 공장제 코믹스만화와 잡다한 일본만화 러쉬와 대여경쟁이라는 경쟁아닌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같은 빌려보는 조건에서라면 승리자가 되는 것은 양을 앞세운 공장제 만화인 것이다.

의도치 않았으되 우여곡절 끝에 성립되어 버린 청소년대상의 빌려보는 시장과 그에 맟춤으로 만들어진 빌려보는 만화에게 밀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재형 단행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내세우지만, 여전히 독자의 구매판단에서는 이들 만화는 '대여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여용 만화'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판매용 만화의 또 한가지 조건이 있다. 작품이 좋으면 팔린다는 것은 자본주의 문화시장에서 어느정도는 신화에 불과하다. 팔리는 만화는 무엇이 만드는가? 마케팅이 만든다. 한국에서 그나마 있는 판매용 단행본들 역시 그리 큰 판매부수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광수생각'은 조선일보의 세련되고 대규모적이고 지속적인 마케팅능력위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용하다 무대리'역시 스포츠조선의 간판스타로 화려하게 선전되면서 인지도가 높아져 나름의 판매부수를 올릴 수 있었다. 이들 마케팅의 기본 전제는 이전 만화잡지독자의 바운더리 안이 아니라 밖, 일반 문화시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만화잡지와 코믹스판형 단행본들의 마케팅은 기껏해야, 자기 잡지안에서 선전페이지를 넣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집중적으로 공략할 작품선정도, 작가 선정도, 그것을 띄워낼 다양한 이미지형성전략도, 선전방식도 없다.(웃기는 소리지만, 이들 만화출판사에서 가장 적극적 마케팅의 사례로 드는 것이 신문의 만화란에 작품기사가 나오게 하는 것이란다.) 이전 80년대후반에 이현세의 개인적 이미지 메이킹 전술에 의해 만화문화 전체의 위상(이러한 측면에 있어 이현세는 한국만화계에서 상당한 공로자이다.)도 올라간 사실에 비하면, 정말 이건 구멍가게다. 코묻은 시장 (이 경우엔 청소년 만화잡지 독자. 대여점 이용자)안에서 서로 나눠먹는 싸움이 아니라, 그 시장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술과 그에 따른 마케팅이 따라주지 않는 한 판매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우스워진다. 자본주의란 확장과 변신의 다른 말 아니었던가.
  
어떻든 분명한 것은 팔리는 만화, 그것은 빌려보는 만화와 더욱 큰 차별성을 가질 때만이 팔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빌려보는 만화가 이윤추구를 극대화한 쪽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팔리는 만화 또한 그런 쪽으로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윤추구의 관점에서 한번 보고 버리는 저가형 판본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그것은 출판사나 경영주의 몫이지 우리나 독자, 창작자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즉, 지금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창작품이자 감상대상으로서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것이 팔리기 위한 부가적 조건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용 만화란 기본적으로 그것을 사는 사람에게 빌려보는 만화와는 완전히 다른 이득을 주어야만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빌려보는 것으로도 대체 가능한데 사서 보라는 것은 한국독자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돈도 문제겠지만, 집에 쌓아두는 것 조차 문제일테니까 말이다.


6. 잡지연재->단행본판매 시스템은 유일한 대안인가?

앞서 말한대로 판매용다운 만화를 만드는데 주간지 연재-> 단행본 판매 방식은 내재적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연재시스템이 작품선별과 창작과정에 개입하는 패턴 자체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들은 역시 현재 몇 개 있는 출판사와 그 잡지와 그 연재분의 단행본 출판패턴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일본만화는 실제로 그렇게 해서 문제 없이 굴러가지 않는가 라고 말한다. 그러나 첫 번째, 잡지연재->단행본 판매 방식으로 나온 일본 만화들의 대다수 역시 판매용의 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판매시장의 활기는 주로 잡지 자체의 판매율로 대체되며(잡지연재->단행본의 공식이 잘 들어맞는 인기작은 잡지 자체의 인기도에 좌우된다), 극 소수의 작품성있는 단행본들의 판매율은 그 작품이 아주 자유롭게 연재되었던 경우거나 (나우시카등 ), 대가들의 소장용 전집들로 예외적인 경우다.

두 번째로, 잡지시장의 판매율 자체와 관련해서, 일본은 한국시장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내수규모가 크다. 가령 주간지 자체가 우리나라 주간신문(일요서울등)값 정도로 싸다.(전철에서 사서 보고 내려서 버릴만큼) 물론 그정도로 쌀 수 있는 것은 역시 박리다매 전법이 통할만큼 큰 내수규모 때문이다. 덧붙여 만화생산량이 많은 만큼 질과 다양성의 폭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그걸 기대할 수 있을까?

또, 오해하지 말것이, 주간지 연재-> 단행본 판매 방식이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판매용 만화시장의 정식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90년대 초반까지 판매용만화시장의 주류는 만화잡지 그 자체였다.(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판매만화시장에서 잡지연재->단행본 판매의 룰이 적용된 것은 진짜 얼마 안되었다. 잡지연재로만 끝난 수많은 작품들도 부지기수이며, 오히려 잡지연재 후 단행본 판매로 나온 것보다, 작가의 묵인(?) 아래 대본소용으로 재출간된 경우가 양적으로 더 많았다.)

만화잡지의 경쟁은 대본소 만화와의 경쟁이었고(지금과 같은 혼전이 아닌, 독자들에 대한 매체적 장악력), 90년대는 중반까지는 만화잡지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의 이유로 인해 현재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상태도 그렇고, 그렇게 된 이유도 그렇고, 이러한 사정은 다시말해 '잡지연재-->단행본 판매'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웅변해준다.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판매용 만화는 이러한 생산, 유통시스템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었고, 그렇지 않은 방식에 대한 시도에 대해서는 아예 없거나 예외적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화출판사에서만 만화를 출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작가들은 잡지를 내는 출판사만이 판매용 만화를 내놓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함정이다. 바로 그 만화출판사들이 잡지연재라는 무기를 가지고 신인을 연재의 덫으로 무차별로 소진시킨 후 폐기하고 또 다시 더 어린 신인들을 대거 모으면서 만화창작의 환경을 악화시킨 그 주범들이 아니었던가. (주5)

우리는 일본식 만화문화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그렇게 해서 시장도 활성화시킨다는 방식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가지지만, 앞의 분석에 따르면 그런게 도무지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다. 잡지마케팅에 대한 적극적인 비전과 투자마인드를 가질 것과, 잡지연재 작가에 대한 소비적 태도를 개선할 것, 그렇게 해서 묶여져 나온 연재->단행본을 판매용답게 출판,유통,선전할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판매시장은 그런 일본식 경로에 대해서만 목줄을 걸고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일반 서점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여 다른 서적들과 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는 단행본 만화들의 사례와 마케팅방식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한 분석,비평가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투자자는 물론이요, 공공자본의 지원을 받으려 해도, 기본적인 시장 확대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비전을 제안하지 못한채 윤리적 차원이나 인권적 차원으로 문제를 좁혀버리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물며 빌려보는 독자들에게 제발 빌려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은 단지 만화계는 비전이 없다는 자폭선언에 다름 아니지 않는가.

한국의 문화시장은 전반적으로 용량초과, 인력과다의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거기서 살아남는 방법은 내수시장에 대한 세련되고 전문적인 대처뿐 아니라, 결국에는 해외시장으로의 진출, 경쟁력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만화출판사들은 인력과다의 특성을 착취수단으로 생각해온 것이 그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만화작가 되고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원고료는 작아도 되겠지. 쉴 새 없이 몰아붙여서 생산하게 하고, 소진된 작가는 버리고 신인을 또 끌어들이고, 그러다 아무도 안하겠다고 떨어져 나가면? 뭐, 그거야 시대가 그런걸 어쩌겠어? 라는 발상....그게 바로 천민자본주의라는 거다. 만화를 죽이고 있는 것은 대여점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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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한국에서 현재 소년잡지는 만화전문잡지인 아이큐 점프와 소년챔프 등이 있지만, 60년대만 하더라도 소년잡지에서 만화 자체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소년잡지는 소년들의 교양을 위한 기사, 과학기사, 미스테리,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읽을 거리로 구성되었다. 소년잡지 자체를 판매용 만화로 판단하려면 만화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한 70년대 중후반부터이며, 82년 창간된 보물섬 이후의 소년잡지는 100% 만화로 이루어져 그 자체가 판매용 만화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주2) 생각해보면 만화계에서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이 겪어온 각자의 역사자체가 상호 보조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50년대 중후반 판매시장의 포화나, 70년대 중반 만화,대본소 탄압등 매 시기 만화를 둘러싼 경제,사회적 외부요소가 원인이 되어 그때까지 융성하던 한 시장이 위축되면, 다른 한 시장이 자신의 운신의 폭을 넓혀가면서 한국만화를 끈질기게 살아남게끔 이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주3) 성인만화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인해 90년대 중반까지 성인만화는 활로를 타고 있었으나, 이현세 '천국의 신화' 탄압 및 스포츠 신문 작가 탄압 등 성인까지도 규제대상으로 만드는 반동적 문화정책 때문에 대본소의 거름으로 성장해서 판매용까지 진출했던 성인만화 시장은 현재 거의 절멸해 버렸다.

주4) 80년대 이전에 일본만화는 이전까지 한국만화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영향을 받은 작품들, 혹은 베낀 작품들이 나왔지만,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독자들이 일본만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아니메(공중파에서 방송하던 마징가 Z, 캔디캔대, 은하철도 999가 대표적)에 의한 것이었고에, 출판만화로서의 일본만화의 영향은 이보다 좀 늦게 반영된다.

주5) 하림님의 조사에 따르면 남자작가들이 주로 활동해야 할 영지의 하나인 주니어 챔프 5개월치를 분석한 결과, 총 15명 작가중에 7명의 작가가 여성작가라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에 대해 여성작가의 진출폭이 넓어졌다라는 긍정적 해석보다, 돈벌이가 안되서 남성작가들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남자 신인보다 더 낮은 고료로 유지할 수 있는 여성작가층을 기용했다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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