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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게 휘두르며'/히구치 아사 - 나약함을 존중하기
이 만화 봤어? 05/10/24 01:05 깜악귀

크게 휘두르며 (4, 미완) 히구치 아사
학산


히구치 아사는 아는 사람은 알았던 괴물만화 [캠퍼스 연애공식]의 작가다. 사실 [캠퍼스 연애공식]으로 말하자면, 그냥 연애물인데 왜 이게 괴물만화라고 불리워야 하는지, 그렇게 불리고 있는 사람도 이유를 말하기 힘든 그런 면이 정말 괴물같다고 해야 할까. 여주인공이 죽는다 - 그건 좀 무거운 설정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무거운 설정이야 어디나 널려 있으니까. 정말로 그냥 캠퍼스 연애물인데.

굉장히 평범한 설정으로 밑바닥까지 긁어버린다 - 라는 점이 괴물같다고 할까.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전형적인 소심한 외판원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안방에 들어와서 카탈로그까지 펼쳐놓고 있더랄까 하는 식이다. 어설픈 그림체와 평범한 연출, 범상한 캐릭터에 그저 방심하고 읽고 있는데 "어...어..." 하다가 어느새 코어 히트!

본인도 [캠퍼스 연애공식]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기 때문에 이번에 그 작가가 야구만화를 한다는 소식에 꽤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만화방에서 집어들게 된 [크게 휘두르며]는, 일단 헤드라인부터가 범상치 않다.

- 우리들의 에이스는 우울하고 비굴하다

중학교 때 야구부원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소심하고 우울한 성격이 되어버린 주인공 미하시. 보고 있기만 해도 짜증나는 타입이라는 설정인데, 정말이지 읽다보면 중학교 부원들이 녀석을 왕따시킨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누가 말만 걸어도 화들짝 놀라고 어벙벙거리는데다가 질질 짜기까지 한다. 점수를 내주고는 죄책감에 벤치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깥에서 울고 있는 이 녀석, 더구나 구속은 100km 내외.

저런 녀석이 에이스라니....


괴력을 가진 초인은 나오지도 않는 야구만화다. 야구에 대한 자세하고 현실적인 설명이 함께 달려 있어서 스포츠물치고 여성들에게의 접근도도 나쁘지 않다...고 해야겠지만, 아니 오히려 작가가 여성이라서인지 여성 팬들이 압도적이다.

작가가 고교소년들을 보고 두근거리는 아줌마(!?)의 심성으로 그리고 있어서일 것인데, 아니나다를까, 동인녀들이 왕창 달라붙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야구소년의 캐릭터가 매우 현실적이고 생생한 데다가 그들 사이의 마음의 교류가 매우 실감나게 담겨 있다는 점이 그 필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듯. (축구만화 [휘슬!]이 인기를 동인녀들의 인기를 얻은 것과 비슷한)

미하시 : 아..아. 아. 아베가 받아주지 않으면.. 나..나.난. 형편없는 투수니까..

아베 : .... 그럼 내가 받아주면, 넌 좋은 투수가 돼?

미하시: .. 으..응.

아베 : 뭐라고!? (화를 내려다가 멈추고, 생각하길)
     '가만, 이 녀석이 자신을 긍정하는 말을 한 게 처음이지 않나? 그렇다면...'
      좋아, 그럼 난 앞으로 3년 동안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겠어.
      항상 니 공을 받아줄게.

그러나 야오이 만화도 아니고, [테니스의 왕자] 같은 '스포츠물을 빙자한 미소년 커플링 만화'와는 전혀 달라서, 야구를 좋아하고 이기고자 하는 고교 야구부원들의 마음이 꽤 리얼하게 전달되고 있다.

이 사람의 만화에는 상처받지 않는 마음을 가진 녀석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인간을 마음의 지옥에 빠트리는 것은 환경의 잔학함에 더하여 그 자신의 나약함 때문이라는 - [캠퍼스 연애공식]에서부터의 작가의 감성도 잘 나타나 있다.

[캠퍼스 연애공식]에서의 여주인공은 스스로의 나약함과 의존증을 극복하기 못하고 생명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이건 허무주의는 아니다. 작가는 그저 '나약함을 결국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도 있다'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슬프지만 진실, 이랄까. 자연스럽지만 특이한 시선이다.

[크게 휘두르며]는 이 부분에서 [4번타자 왕종훈] 같은 열혈 스포츠물과 뚜렷하게 다른 차이점을 가진다. 나약함이란 옆에서 누군가 불타는 의지로 몇 마디 크게 외친다고 해서 극복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만화의 미덕도 이 부분에 있다. 인물의 심리적인 현실감에 충실하고 동시에 이 현실감이 작품의 진실성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 그리고 그것이 동인녀들의 취향을 직격하는 듯도 하고;

보편적인 설득력과 매니아적 취향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고. 이런 만화를 보면, '만화란 건 정말 좋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열혈 스포츠 만화는 이제 그만. 혹은 아다치 미쯔루나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도 이제 지겨워 - 라는 사람에게는 필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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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한국팬페이지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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