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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00] 서문 | 여성만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여성만화프로젝트 - NO.00 04/06/10 12:00 메리메리
왜 하필이면 여성만화프로젝트인가. 여성문학이나 여성영화라는 명칭은 여성에 의해 생산된 텍스트 분석에서 출발하여 텍스트들이 여성문화의 어떠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으며 여성독자들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는가, 여성들이 문화/예술계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비평적 작업을 지칭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이 구축한 문화가 다르다는 점, 사회적인 권력관계의 위치상 여성 문화가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남성과는 다른 경험과 사고방식을 지닌 여성 집단의 생산물이 평가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또한 이 작업은 여성 문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가 여성 집단의 어떠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라는 포괄적인 지점에 관심을 가진다. 물론 여성문화를 무조건 긍정하거나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반드시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표방한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만화 역시 여성문학이나 여성영화처럼 사고될 수 있다. 두고보자에서 여성만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이처럼 여성만화를 보다 폭넓은 시선으로 정의하고자 함을 표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학이나 영화 등 다른 장르와는 달리, 만화에 있어서는 남성과 여성의 영역에 뚜렷하게 나누어졌다. 여성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만화는 순정만화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순정만화는 작품의 생산, 독자들의 소비에 있어서 남성들이 소비하는 만화들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작가의 팬을 자처하면서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인데, 그 결과 순정만화에 대한 담론들은 다른 장르들에 비해 활발하게 생산됐으며 순정만화 자체의 특징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90년대 초중반부터 활동한 PC통신 동호회들이나 우후죽순으로 창간된 순정만화잡지들은 순정만화에 대한 말들이 오가는 주 공간이 됐다. 팬클럽들의 막강한 역량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담론의 증가는 대부분 순정만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물론 호의적인 평가는 일차적으로 본격적으로 순정만화의 장르적 법칙인 로맨스에만 얽매이지 않고 시대적 상황이나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그린 작가들이 꾸준히 등장했다는 것에 근거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작품 역량에 비해 과도한 긍정적 시선이 등장해도 별 무리 없이 수용된 상황은, 작품을 선호하는 팬적 마인드와 작품을 평가하는 시선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한편 순정만화의 장르적 특성과 구조가, 여성 독자의 감정 이입을 통해 은폐된 여성의 성적 욕망을 간접적으로나마 펼쳐낸다는 페미니즘적 시각이 등장하면서, 순정만화 장르의 코드 자체에 대한 지지가 이론적 근거를 어느 정도 얻게 된다.

여성만화라는 단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순정만화가 여성들이 소비하는 대중적인 상품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여성들의 욕망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장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97년 창간된, 여성만화를 캐치로 내건 잡지 [나인]은 그 간의 순정만화가 이룩한 성과를 종합하는 시도이자, 순정만화와 여성만화를 분리하겠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런데 [나인]의 시도, 즉‘진정한’ 여성만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시도는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시각이 혼재된 양상을 보였다. ‘나인’이라는 이름은 제 9의 예술이 만화라는 주장에서 따왔다. 예술로서의 만화를 주장한다는 것은, 여성 만화에 작가주의적인 경향을 포함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래서 순정만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김경호의 만화 등 만화 전체적으로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거나 작품적 가치를 지닌 만화들이 연재됐다. 한편 [나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한혜연, 이진경의 작품을 볼 때 ‘여성만화’는 여성들의 현실적인 삶과 욕망을 담아낸 페미니즘적인 만화를 포괄하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나인]에는 한승원이나 황미나 같은 정통파 순정작가들 역시 연재했다. 그래서 장르적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순정만화와, 도발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작가주의적인 것으로 읽히는(정확히 말하면 B급 문화 감성의) 남성 작가만화들, 그리고 작가주의적이자 페미니즘적인 만화가 공존하게 됐다.

사실 여성만화가 ‘어떠해야 한다’라는 정의 보다는, 여성만화는 ‘어떠한 경향들을 가지고 있다’ 라는 분석이 실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여성만화라는 명칭을 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여성이 생산하고 수용하는 만화로서 느슨하게 정의할 경우, 순정만화부터 시작해서 순정의 장르적 법칙에 맞지 않는 만화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손쉽게 포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작업은 여성이 생산한 만화범주에 속하는 작품들이 과거와 비교해서 어떠한 성취를 이루었는가 라는 장르의 통사적인 흐름에 대한 질문과 여성 집단의 어떠한 문화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사회적인 질문을 모두 포함한다. 페미니즘적 작품 비평에 있어서도, 순정만화의 코드가 제약하는 한계를 넘어서서 작품을 비평할 수 있다. 가령 순정만화라는 틀 안에서 페미니즘적 비평을 할 경우 순정만화의 코드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성만화 프로젝트는 하나의 만화가 여성만화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주제적 차원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여성들의 시대적인 상황이나 경험을 어떻게 반영했는가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개별 작품에 대한 비평, 작품이 과거에 비해 무엇을 성취했는가, 작품들이 어떻게 영향 관계를 주고 받았는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여성만화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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