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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르미안의 네딸들'/신일숙- 예측가능한 운명과 싸우다
여성만화프로젝트 - NO.01 04/07/01 06:54 매울신
   
[아르미안의 네딸들] / 신일숙
연재 :  
단행본 : 아트펜(1-20) 1986~1995, 도서출판 대원(1-14) 2000

  


“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작가 신일숙을 대하 서사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발표 당시부터 10년이 넘은 최근에 이르기 까지 화제가 돼 왔다. 특히 엇갈리는 애정 관계 일색이던 순정만화에 신물 난 독자들을 끌어들이며 꾸준히 인기를 모아 온 작품이다. 개성적인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해 운명과 한판 승부를 벌여 간다는 스토리 자체의 흥미로움과 함께, 고대 신화 일부를 차용하되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스토리에 사실성과 역사성을 부여한 점, 국가의 최고 통치자로서 여성지도자의 부각 등 당시로서는 드문 소재와 배경으로 회자됐던 작품이기도.

딸들, 운명과 싸우다

아르미안 국가의 네 황녀는 각기의 운명을 갖고 있다. 추상적 명제인 ‘운명’은 이 작품 안에서 네 딸들에게 있어서 ‘달란트’ 내지는 ‘무기’정도로 보인다. 그것은 사용, 개발 여하에 삶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운명과 싸우는 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예측 불허’ 한 역동적인 사건들과 마주할 때 그녀들의 삶은 이미 ‘누구의 아내’ 가 되고 싶어한다거나 ‘누구에게 선택 받은 입장’ 을 넘어선다. 그녀들은 날 때부터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다. ‘그’ 들의 의사나 선택과는 관계 없이 그녀들은 ‘그’ 를 주체적으로 사랑한다. 또한 자신의 운명과 싸워 나간다. 그러한 순간들이 그녀들의 생은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읽힌다.

주인공의 삶이 격하게 요동 칠 때, 그 고통의 무게에 관계 없이 그녀들, 딸들은 그것을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문제다. 전쟁, 운명, 죽음, 파멸 등 무겁고 장중한 추상적인 개념을 이 작품은 다루고 있다. 그에 반해 운명과 끊임없이 싸워가며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동적인 리더로서의 여성성의 부각은 작품 자체가 지니는 역동적 재미보다 큰 동시에 90년대 여성만화 안에서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다. 다만 그 여성성은 여성이 가진 장점이나 노력, 연대가 아닌 이들 네 황녀가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운명’에 가까운 것이 한계다. 또한 이 ‘딸들’ 은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 보다 처음부터 ‘민족의 지도자’ 로서 또는 ‘황녀’ 로서 다른 이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들을 온실 속의 화초 처럼 내버려두지 않는다. 새로운 적을 만나 싸워야 하는 게임 속의 주인공처럼 그녀들의 인생은 만경창파에 휘둘리고 고통 당하고 싸워간다. 큰 딸 마누아가 지도자의 권위로 아르미안을 통치하면서 의회의 늙은이들과 갈등을 일으킬 때, 또 스와르다가 다른 나라로 시집 갈 때 , 셋째 아스파샤가 첫사랑의 상대를 늙으막에 까지 사랑으로 지켜볼 때, 또한 넷째 샤르휘나가 불새의 깃털을 찾아 돌아오는 동안 에일레스와 사랑을 나누고 신들의 세계를 온통 휘저어 놓아 응징을 당하면서 거칠게 싸워간다. [리니지], [파라오의 연인] 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녀들이 작품 안에서 수행하는 임무는 ‘운명과의 한판 승부’다. 행복, 사랑, 가정, 연인 등 무엇을 목표한 것이 아닌 운명 그 자체가 그녀들의 의무이자 삶의 의미 자체가 되는 것.

사랑하라, 그리하여 운명을 바꾸라

철의 여인 레 마누. 그녀를 한결같이 사랑한 것은 테네스요, 그녀가 사랑한 것은 국가 아르미안이다. 왕으로서의 권위를 위해 핏줄을 희생시키면서도 눈물을 삼킨 그녀는 8년 간 강인한 왕으로서 소임을 다 한다. 그리고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두었던 테네스의 품에서 죽어간다.

목숨을 내 놓고 리할을 사랑했고, 그런 자신만을 사랑한 나머지 단칼에 목을 베어 버린 크세르 크세스 사이에는 미녀 스와르다가 존재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나라를 위해 시집은 갔으되, 죽을 줄 알면서도 사랑을 꺾지 않는다. 그녀는 리할에게 반한 나머지 운명을 거부하고 죽음을 당하지만, 온미남 리할은 마누아와 스와르다의 사이에서 갈등하나 마누아만을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고 사랑하던 마누아의 최후조차 지키지 못한다.

은근과 끈기로 바헬을 차지하는데 성공한 아스파샤. 그를 되찾는 데 30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 나름대로 운명을 지키는 데 성공하는 캐릭터. 한결같이 자신만을 사랑한 여인을 기억조차 못 하는 온미남 바헬은 아테네 최고의 지성인이 되나, 그 우유부단성에 있어 리할 버금가는 위치다.

아르미안 최고의 매력남 에일레스. 샤르휘나는 파멸의 신 에일레스의 희생적 도움 외에도, 배다른 오빠 글라우커스, 미카엘의 희생적인 사랑을 받고, 미카엘을 짝사랑하던 불의 고양이 칼리엘라의 도움을 받아 자신과 에일레스의 운명을 이겨내는 데 성공한다. 신조차 이기지 못하는 샤르휘나의 역동적인 모험은 게임을 방불케 할 만큼 극적인 것이다. 인간인 샤르휘나가 죽음을 맞은 뒤에도 ‘긴 잠을 자고 다시 깨어날 것이다’ 라며 영원한 사랑을 암시한다.

신일숙이 만든 네명의 딸들과 이들의 활동무대 아르미안.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가는 운명과의 한판 승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 운명을 흔들어 놓는데 딸들의 능력은 번번이 그 ‘운명의 괴물’ 보다 살짝 못 미침으로서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역경을 헤쳐 나가는 동시에 운명을 더욱 흥미진진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생은 그 과정으로 인해 더욱 ‘의미’ 있게 되고, 예측이 가능한 결과보다는 그 싸움의 과정에서 생생한 재미를 맛 보게된다. 이로서 아르미안의 딸들은 끝끝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생의 승리자가 된다.

운명과 죽음을 이겨내는 것은 ‘사랑’이라는 점이 이 작품에서 강조하는 주제의식. 자신의 힘으로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딸들의 존재감은 4각5각 애정관계 안에서 휘둘리는 순정 캐릭터에서 한층 성숙된 의미를 지닌다. 운명의 상대가 딸들의 삶을 바꿔놓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들의 운명이 남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상대와의 관계는 ‘운명’ 으로 묶여 있다. 고통을 안겨주는 운명의 ‘괴물’ 이 존재하면 반드시 그 반대쯤 되는 곳에 그녀들을 돕는 존재들이 있다. 역시 ‘운명’ 으로 묶여있다. ([카르마]에서는 이를 ‘업’ 이라고 하기도) 이들의 한계는, 그 사랑과 의지 조차 거대한 세월의 무게와 운명 안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여성만화프로젝트)

난나 : '딸'과 '운명'에 대한 얄팍한 고민, 과잉 환상, 지리멸렬한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인 의미에서의 순정만화적인 특성을 대표하는 작품. ★★★
깜악귀 : 당시라면 셋 반쯤 되었겠지만 지금은 2000년대이므로 ★★☆ (사실 난 다케미아 게이코의 [천마의 혈족] 같은 것도 비슷한 의미에서 별로다)
메리메리 : 여자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나라를 다스리고 칼을 휘두르고 남자를 선택하다고 해서 페미니즘적 만화는 아니다. 운명이 풍기는 숙명론적 분위기에 도취된 나머지 모두들 운명의 장단을 맞춘다. ★★★



○ 작품목록
[라이언의 황녀] 3-완, 서울문화사, 1984
[사랑의 아테네] 5-완, 서울문화사, 1985
[아르미안의 네 딸들] 20-완, 아트펜,1986 ~1995 / 14-완, 도서출판 대원, 2000
[1999년생] 2-완, 도서출판 대원, 1987
[정령을 믿으십니까?] 1-완, 도서출판 대원, 1988
[나의 이브] 1-완, 서울문화사, 1989
[카르마] 1-완, 도서출판 대원, 1990
[에시리자르] 3-완, 서울문화사, 1990~1993
[리니지] 10-완, 도서출판 대원, 1993~1996
[크리슈티] 1-완, 도서출판 대원, 1995
[천사가 내리는 숲] 2-완, 서울문화사, 1996
[프쉬케] 1-완, 도서출판 대원, 1998
[파라오의 연인] 16-완, 서울문화사, 1997~2003
[아라비안 나이트] 2-출간중, 달궁, 2004

미발표작 [다프네] [베이비 퀸]
: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72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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