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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 한혜연 - 일상적 디테일, 디테일의 힘
여성만화프로젝트 - NO.03 04/10/21 07:27 매울신
여자들은 대부분 머리 끈 하나를 고르는데도 온 신경을 집중한다. 머리핀 취향에 있어서도 씨줄과 날줄처럼 기호와 욕망의 복잡한 코드가 있다면 한혜연은 그것을 즐겨 읽어내는 작가다. 그리고 그 섬세한 관찰력은 독자에게 “맞아 그래” 라는 반가운 동감을 얻어낸다. 일상 구석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하찮은 것들을 발견해 그것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거기서부터 여성들의 복잡하고 아픈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초기 한혜연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던 유령, 뱀파이어, 다중 인격자, 죽어 간 영혼 같이 비 현실적인 소재들도 일상적인 곳에서 나타난다. 일상과 환상, 무표정과 분노, 평온과 극한의 범주를 오가는 한혜연의 단편들은 그럼에도 격렬한 반전이나 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 편이다. 체리맛 캔디 한 병([체리맛 캔디]), 여인 조각상([The End of nightmare]) 액자 뒤 벽에 난 구멍([The eye catcher]) 심령사진([Montage]), 인형([The heart]). 판타지 형식에 기대고 있는 초기 단편의 스토리는 발표됐던 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할 때, 형식과 내용에 있어 그리 새로울 것은 없으나 하나의 공통된 정서를 보여준다.

과거의 추억을 잊지 못해 떠도는 영혼 또는 유령이 아직 현세에 떠도는 것은 이승에서 관계 맺은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이다. 이들 유령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접근해 의도적으로 그의 삶에 끼어든다. 또는 현세의 사람이 과거 자신과 관계 맺었던 사람을 추억하기도 하는데 그 방식이 상호간의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법일 때가 많다. (단편 [Forever], [Halloween Bride],) 이들의 감정은 죽음이나 세월조차 뛰어 넘을 만큼 다만 그들 유령이 원하는 것은 관계 회복이나 시간을 되돌리는 것 보다, 다시금 추억을 되새기고 몇 마디 인사를 건네는 정도에 머무르는 편이다. 단 그런 완결을 짓는 과정에서 사건의 발단과 배경을 과거로, 원인을 비현실적인 이유로 돌리고 있는 한혜연의 초기작품은 그 때문에 예측 가능하고 진부한 결과로 종종 끝을 맺기도 한다.

과일의 추억

한혜연이 판타지적 세계에서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으로 전환하는 작품은 과일을 소재로 한 [푸르츠 칵테일]에서다. 각자 사랑하는 사람과 뜻 깊은 재회를 하기 위해 레몬이 꼭 필요한 몇 명의 사람들에게 지혜롭게 결론을 내려주는 주인공의 이야기 [레몬과 솔로몬]이나 우연히 만나, 비슷한 상황에 처한 현실을 위로하면서 친구가 된 두 여자의 이야기 [코팅 오렌지], 결혼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의 사연을 듣고 스스로의 삶을 택하기로 한 [복숭아 샤베트]에 이르면 배경과 상황은 여성인 인물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갈등을 말하는 방식이 동세대 여성들의 공감을 산 것은 사실이다. 일상에서 잡은 소재를 이야기로 엮는 과정에서 한혜연은 (아마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 매료된 탓인지) 중요한 몸말을 주인공의 입을 통해 쉽게 내뱉는 경향이 보였다. “이렇게 너는 살아서 오렌지 빛 머리를 하고 있잖아”([코팅 오렌지]) “나를 데려가 줘. 아니 내가 가는 길을 함께 가 줄래”([복숭아 샤베트]) 같은 대사는 끌어올려 고조된 이야기의 분위기를 식히고 꺼내어진 주제를 다소 맥없게 한다.

한혜연이 꺼낸 이야기가 힘을 얻는 순간은 [금지된 사랑] 에서 각자 금기시된 사랑을 해 나가며 힘겹게 세상과 싸워가는 여성들이 영위하던 일상에서의 작은 싸움들이다. 대사를 줄이고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던 일상에서 튀어 오르는 과거나, 현실의 금기와 부딪쳐 견디고 싸우던 순간과 상황이 인물의 상처, 여성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더 잘 드러낸다.

최근작 [자오선을 지나다]([계간만화] 연재 중)에서 인물의 표정은 더 다양해졌고, 배경의 입체감은 이전보다 현장감과 입체감을 더한다. 대사와 지문은 줄어들었고, 소재는 일상의 자잘한 것에서 시작해 욕망, 운명, 배신처럼 더 다양해졌고 더 큰 범주의 것들을 포함하게 됐다. 일상에서 시작한 섬세한 묘사의 끈은 놓지 않았으되 여기엔 더 괜찮아진 구성력이 있다.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어떻게 독자의 관심 있는 호감을 끌어내느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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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목록

..단편 [마네킨] 1993, [터치]
[HEART TO HEART], 신화(2권), 1997
[ILLUSION], 대원(2권), 1997
[또 하나의 환상] 대원(단편집), 1998
[체리맛 캔디], 대원(단편집), 1998
[신 사미인곡], 대원(단편집), 1998
[금지된 사랑], 서울(2권), 2000
[후르츠 칵테일], 서울(단편), 2000
[M.노엘], 대원(3권), 2000
[공포 단편 콜렉션], 서울(단편), 2000
[아.마.존], 서울문화사,1권, 2000
[금지된 사랑], 서울문화사,2권, 2000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서울문화사,1권, 2002
[어느 특별했던 하루], 시공사, 2003
[자오선을 지나다], 시공사, 2004
(1)
: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77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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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일상을 견디어가다: 누구나 20대 초중반에서 후반의 나이로 넘어가면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 듯 하다. 신문이나 잡지를 봐도 더 이상 흥미진진한 지식을 얻기 어렵다. 연..  09/02/0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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