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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02 90년대 여성만화의 어떤경향, 작품리뷰 « 이전글 | 다음글 »
 
[캥거루를 위하여] 이강주- 완벽한 얼굴로, 저기 캥거루가 간다
| 2004년 06월 16일에 매울신 쓴 글
 
 

 

 

 [캥거루를 위하여] / 이강주
 연재 : [나인](월간) 1998-1999  
 단행본 : 서울문화사(!-3)

 

 

 

 

 


‘내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 안에서 그 답을 찾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보여지는 나’를 찾아보기도 한다. 90년대 중 후반, 특히 젊은 도시영혼들의 소통과 자의식에 관한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 가운데, [나인]에서 선보인 이강주의 [캥거루를 위하여]는 캥거루 얼굴을 한 진진홍이라는 이색 캐릭터를 비롯해 ‘마법에 걸린 소년’ 이라는 동화적 모티브의 소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이 ‘여성만화’ 라는 점에 이견이 있다면 주인공이 (캥거루의 탈을 쓴)19세 남성인 동시에 캥거루 얼굴을 한 남성이 여성을 욕망(한다기보다 소통하고 싶어 하는)하고 있다는 점일 터이다. 여성 주인공 다만 이 작품은 [나인]이라는 여성만화잡지(를 표방한 것) 안에서 만화가의 성별 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성을 부여키 위해 들어 온 남성 만화가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 ‘여성만화’가 취해오던 관례적인 소재와 문법을 달리해 여성성이나 여성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은 채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동시에 캥거루의 탈을 쓴 남성과 마법을 풀어주는 여성으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 류의 동화 구도를 뒤집어 놓고 여성만화 범주의 동심원을 확대시켰다는 의미도 분명하다. 이 작품에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 캥거루는 소년 진진홍의 자의식인 동시에 자기표현이기도 한다.

캥거루 껍질로 돌아보라

이 작품은 여성이 주인공인 다른 순정만화들과 달리 큰 눈을 가진 캥거루 얼굴(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저주받은 캥거루 형 얼굴은 말하자면 진홍의 자의식 내지 ‘속내’를 말해주는 존재다. 즉 남들 앞에서 캥거루가 될망정 캥거루 껍질을 벗겨 줄 진정한 연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벗지 않겠다(못한다)는 진홍의 속마음이다. 말하자면 ‘마법에 걸린 공주’ 모티브에서 성별이 뒤바뀐 형태를 보이는데, 진홍의 내면은 캥거루의 껍질 속에 가려 있지만, 차츰 성숙해 간다는 면에서 여고생의 모습에서 여인으로 자라는 ‘마녀’와 흡사하다.

캥거루 얼굴로 변한 진홍이는, 처음엔 자기 모습에 깜짝 놀라 울먹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가장 걱정인지라, 캥거루인 자기 자신을 아무도 불편해 하거나 의식하지 않는 데 대해 놀라면서도 걱정을 거둔다. 즉 캥거루 껍질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어딘가에서 마법을 풀어 줄 왕자님(공주님)과 독자들이며 캥거루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나만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캥거루라는 존재는 쿨 하고 대범한 듯 보이지만, 순정적이고,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못한 시대의 젊은이를 대변하기도 한다. “네가 나를 아름답게 보아주기 때문이야” 라는 마녀의 대사가 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관계 맺기의 한 방식을 보여주며, 노련하지는 못하나 결국 관계 맺기에 성공한 진홍의 이야기는 순수하고 흥미롭다.

독자들은 여자 인물보다 진홍이의 감정과 더 가깝게 된다. 심지어 그런 마법을 풀어주는 존재도 진홍의 곁에 늘 머물던 여자친구 톰(영희)이다. 진홍이가 톰을 바라보고 익숙해질 만큼 가까워지는 동안 독자의 시선은 진홍이의 시선과 감정의 변화를 따르게 된다. 내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소통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나, 지구상의 단 한사람 그 존재감을 읽어주는 이가 캥거루인 나를 사랑한다는 진리.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본질은 너무 가까운 곳에서 허물없이 지내던 여자친구 ‘톰’ 에게서 찾는다. 먼 길을 돌아돌아 진정한 사랑을 찾기 까지 마녀는 또 다른 진홍 자신이다. 또한 캥거루 껍질 속에서 진정한 진홍의 본질을 발견하고 ‘꺼내주는’ 소녀 영희(톰)는 진홍의 사랑을 알게 해 준다. 내가 제 아무리 캥거루 얼굴을 하고 있을지라도 그 안에 있는 영혼을 읽어낼 줄 아는 존재는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만들고 지키면서 가꾸어 가는 사람이다.

마법을 통해 풀어지다

진홍을 따라다니는 ‘마녀’ 는 진홍의 연애를 도와주는 듯 하면서 약을 올리고, 방해를 놓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진홍이가 진정한 사랑을 찾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캥거루의 껍질을 벗겨주는 동안, 마녀는 진홍이의 곁에서 함께 성숙해간다. 톰을 만나기까지 진홍이가 만난 여자 소정이 누나, 영주, 여고생 소녀들은 조연이라서가 아니라, 진홍을 통해서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자의적이지는 못하다. 다만 진홍이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는 길동무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진홍을 만나는 순간, 진홍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오히려 진홍과 가장 공통점이 없는 존재는 영희다. 다만 영희를 만나는 진홍이 놀라고, 불편해 하고, 불만스럽고, 질투를 느끼는 가운데 그 모든 감정을 버무려 가면서 조금씩 사랑을 키워간다.

앞서 밝힌 자기 고백적 존재감 드러내기의 방식은 90년대 중, 후반 영화와 만화 속에서 즐겨 다뤄지던 소재였다. 건조한 독백조의 말투, 자신과 관계된 일 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냉소적인 주인공, 도시 젊은이의 일상적인 삶이라는 몇 가지의 공통적인 소재를 차용하는 데 있어서 이강주는 이색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등장시켜 흥미를 끌었다.

이강주의 전작에서도 공작의 꼬리를 갖고 사는 남자나 거북이 등껍질과 파충류의 꼬리를 갖고 사는 여자(오월의 공원 단편)가 등장한다. 별스런 외모로 다른 이와 구별되는 개성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캐릭터는 이 작품 외에도 [오월의 공원]이나 [정수와 동주] 또는 [말라깽이 심슨]으로 거슬러 갈 수 있다. 다만 ‘마법’과 ‘마녀’ 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작정하고 마법을 걸어 ‘페이스오프’ 시킨 것은 캥거루가 유일하다. 캥거루 이후, 외계인 다니엘이 지구에 들어와 지구인들과 소통을 한다는 [다니엘'S Song]으로 이어지며, 더 단순하고 둥글게 구부려진 캐릭터로 변해간다. [오월의 공원]에 등장하는 공작새의 꼬리를 달고 살건, 거북이 등껍질을 지고 있건, 또는 캥거루의 얼굴이건 간에 원초적인 동물의 모양새를 선보인 소재의 신선함과 이를 통해 소통과 내면의식을 드러낸 묘사의 방식이 색다르게 읽힌다는 점에서, 또한 동물의 얼굴과 마법 모티브라는 동화적인 소재를 사용한 데 있어서 90년대식 감성 만화로서의 이강주의 의미를 찾아본다.

메리메리 : 오렌지 펑크머리의 도발적인 스타일과 세상에 대한 거리두기가 곧 내면의 깊이와 상처의 증명서였던 하루끼 감수성의 만화. 하지만 캥거루를 좋아하는 톰의 진득한 매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
깜악귀 : 이 작품으로서, '환상세계 속의 현실'에서 '현실세계 속의 환상'를 그리기 시작한 이강주. 그와 함께 그녀의 10대 문화에 대한 선망도 괜찮은 방향으로 결실을 맺는다. ★★★★ (1998년의 [나인]은 이 작품과 이향우의 [우주인] 연재 시작으로 젊은 층의 가장 세련되고 수준높은 정서와 교감했다. 판매는 뒷받침되지 않았던지 오래가지 않았지만.)
pinksoju : 칸과 호흡을 리드미컬하게 요리하는 몇 안되는 만화 중 하나. 사실 이후의 행보가 더 궁금했다. (별은 안달겠음)


○ 작품목록
[오월의 공원] 단편집, 도서출판 대원, 1996
[세븐틴 락] 11-완, 대원씨아이, 1997-2000
[149 콤플렉스] 단편집, 서울문화사, 1998
[노래하는 카나리아] 단편집, 서울문화사, 1998
[타르타르] 3-완, 도서출판 대원, 1998
[캥거루를 위하여] 3-완, 서울문화사, 1998-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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