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구독 URL : http://www.dugoboza.net/wc/index.rdf

 

 

 두고보자 반독립 기획 여성만화프로젝트입니다.
www.dugoboza.net/wc

 

                                        MAIN  |  모든 글 열람  |  프로젝트에 대하여  |  자유게시판  |  링크

 

카 테 고 리

 

업 데 이 트

코 멘 트 업

 



주제설정과 논의 « 이전글 | 다음글 »
 
인터뷰| 여성만화프로젝트의 2인을 인터뷰하다
| 2004년 09월 20일에 여성만화프로젝트 쓴 글
 
 

* 서울대 여성주의 자치언론 '쥬이쌍스'(www.jouissance.pe.kr)에서 여성만화프로젝트의 메리메리와 난나를 인터뷰했습니다. 사이트 소개차원에서 게재합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쥬이쌍스에 감사드리며.

인터뷰 날자 2004년 8월 20일


누구나 한번쯤은 수업시간에 만화를 돌려보다가 만화책으로 머리를 한 대 맞는다거나 압수당한 만화책을 되찾으려고 교무실을 얼쩡거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큰 맘 먹고 독서실에 등록해놓고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앞서 통과의례처럼 만화책부터 보던 경험도 간혹 있을 것이다. 예전의 소녀들은 [테스]를 가슴에 품고 먼 산을 바라봤다지만 90년대를 한국에서 보낸 소녀들은 [블루], [쿨핫]과 같은 만화책을 보며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느꼈다. 확실히 순정만화는 소녀들이 전유하는 문화였고 소녀문화를 이야기할 때 순정만화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풍부한 여자를 만나면 항상 기분이 좋다. 그건 풍부한 남자를 만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다. 서로 다른 여자들이 만나는 지점은 실제로는 그다지 많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을 자각하고 나름대로 멋지게 꾸려나가는 여자들을 보면 알게 모르게 몸 속 부족한 이프로가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지난 6월 출범한 [여성만화프로젝트](www.womancomics.net)는 만화비평 사이트 [두고보자]의 하위페이지이며 동시에 반독립사이트다. 또한 앞서 언급한 ‘풍부한’ 여자들이 주로 모여 여성문화로서의 여성만화를 이야기하는 매체였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여성만화가, 그리고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interview.bmp

사진용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메리메리와 난나


쥬이쌍스(이하 쥬이) : 안녕하세요. 일단 두 분(메리메리, 난나)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 어떤 분들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난나(이하 난나) : 73년에 태어났고 지금은 서른 두 살이에요. 처음에 [밍크]라는 아동지에 단편을 내면서부터 데뷔했고, 그 이후로는 여러 웹진과 잡지([이프], [문화일보], [am7]) 등에서 단편만화, 삽화 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성주의 운동을 했던 친언니의 영향으로 여성만화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이프]를 통해서 여성만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네요. 가끔 글을 쓰고,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컬티즌]에 연재를 할 예정인데, 올해말부터 더 열심히 하려구요.

(옆에 있던 메리메리, 난나씨가 만화와 소설을 비교해서 쓴 석사논문이 고등학교 독서 교과서에 실렸다고 귀띔)

메리메리(이하 메리) : 80년생이에요. 원래 과에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3학년 때 학내 언론사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다가 여성주의에 더욱 관심이 생겼어요. 그 사이에 쥬이쌍스도 만들었죠(편집자 주: 메리메리는 쥬이쌍스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당시 관악여모에서 매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던 건데, 4호까지 편집장을 했어요. 현재 작년 5월에 창간한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글을 쓰고 있지만, 본업은 비교문학협동과정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입니다.

쥬이 : 두 분께서 [두고보자]에서 2002년 여름에 처음 만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두고보자]에 들어가게 된 경위가 있다면?

난나 : 만화의 열정적인 소비자로서 수다로 뱉는 담론들을 좀 더 커다란 틀 안에서 정립해보고 싶었어요.
메리 : 산업문화적인 관점에서 만화가 어떻게 유통되고, 독자에게 어떻게 수용되느냐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마음에 들었구요. 글 쓰는 걸 배우고 싶고, 만화 특히 순정만화를 워낙 많이 보는 편인데다 이것을 글로 쓰면 좀 더 생산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쥬이 :[여성만화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메리 : 이 프로젝트는 여성만화 리뷰에 대한 필요성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두고보자] 내에서 순정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여성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에서 시작했어요. 순정만화에 대한 비평을 읽어보면 여성주의 담론이 지속적으로 존재했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 전문적인 평을 쓰려고 하고 있어요. 흔히 여성만화가 곧 순정만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경우엔 순정만화가 아닌 여성만화는 이런 흐름에서 자칫 배제될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순정만화가 지배적이지만, 일본에선 ‘레이디코믹스’라고 해서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만화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여성만화를 좀 더 큰 틀로 보고 그 안에 순정만화와 다른 만화를 넣는 게 맞는 거죠.

난나 : 순정만화 독자들은(다른 만화 독자에 비해) 담론 생성에 열의가 있었어요. 특히 PC통신 하이텔, 천리안을 중심으로 여성만화 담론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도만 보였지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전개된 적은 없었어요. [만화바로보기]라고 만화비평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도 90년대 중반에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순정만화였고 연구자도 대부분 여성이었죠. 시도는 좋았지만, 활동은 미비한 거죠. 그런 시도들이 분명 존재해왔기 때문에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해 처음이라고 선뜻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성만화프로젝트]처럼 이런 식으로 체계를 만드는 작업은 처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비평글들을 모아서 단행본도 낼 생각입니다. 여성만화를 비평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필요한 이슈를 선정해서 그 아래 세부 비평들을 정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쥬이 : 앞으로 새로운 필진은 어떻게 모집할 생각이신가요? 그리고 [여성만화프로젝트]의 현재 활동상황과 업데이트가 느린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웃음).

메리 : 관심있는 사람들은 메일을 보내기도 하구요, 비정기적으로 새로운 필진들을 여기저기서 영입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닥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두 번은 회의를 하는데, 글이 나오면 회의를 좀 더 하고, 업데이트를 하고 그러죠. 그리고 필자들이 각자의 생계를 꾸리느라 바빠서 업데이트가 느린 거랍니다.

쥬이 : 글들이 대체적으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는데요. 독자를 어떻게 상정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메리 : 독자를 굳이 염두에 두고 쓰기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인지를 좀 더 생각하는 편이에요. 독자들에게 어떻게 얼마나 쉽게 다가갈 것인지 그다지 생각하지는 않아요.

난나 : 저는 만화독자만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건 아니에요. 만화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죠. 만화독자만을 대상으로 상정하면 너무 한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만화독자가 비평에 꼭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니까.

쥬이 : '여성만화'는 '여성문학'이나 '여성영화' 등과 비슷한 용어로 보아도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여성'과 '만화'가 문학이나 영화같은 다른 문화영역에 비해서 어떤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뜻일까요?

난나 : 여성만화가 넓은 개념이고 그 안에 순정만화가 들어있는, 즉 순정만화가 여성문화의 부분집합이라고 생각해요. 대개 사람들이 여성만화와 순정만화라는 개념을 혼용해서 쓰거나,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성문화 안에서 순정만화를 보는 방식이 앞으로 전체적인 만화 비평에서도 하나의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념 정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메리 : 여성들이 소비하는 장르 중에서 여성만화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해요. 보통 문학에서는 작품 자체에만 집중이 되는데, 여성만화 같은 경우에는 만화의 유통과정, 독자의 수용형태, 만화의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거죠. 원래 담론의 역사를 보자면 여성영화나 여성문학이 훨씬 길지만, 생산력은 여성만화쪽에 더 있는 것 같아요. 굳이 여성만화에 대해 정의를 하자면, 주로 작가와 독자, 타깃이 여성이고 더 나아가 여성주의적 관점까지 포용할 수 있는 만화 정도 되겠네요.

난나 : 순정만화가 비록 여성의 판타지를 그려내고 있긴 하지만, 순정만화가 반영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현실에서의 정직한 욕망인 경우가 많아요. 여성이 그러한 현실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메리 : 전체적으로 페미니즘 비평이란 것이 그 작품이 여성의 욕망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여성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처럼 그 작품이 단지 여성주의적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여성의 삶을 좀 넓게 조망하는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그래도 여성들은 열심히 산다, 가 아니라 여성들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거죠. 여성주의적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보다 여성의 자의식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쥬이 : 현재 [여성만화프로젝트]의 반응은 어떤가요? 그리고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으신지.

난나 : 사실 잘 안알려졌어요. 좀 더 적극적인 홍보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 팀 자체가 인원이 적어서, 아는 사람 찔러서 보라고 그러는데. 그렇지만 이런 개인적인 루트보다는 공식적인 루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주로 [두고보자]에 들어오는 독자들에게 광고를 하고, [언니네]. [이프], [쥬이쌍스] 등의 매체와 배너를 교환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메리 : 게시판에 올라온 반응들은 주로 좋은데 글이 좀 딱딱하다, 만화비평다운 색깔을 원한다는 내용이죠.

난나 : 그런 평가는 별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 만화비평이라고 해서 만화처럼 재미있고 웃길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메리 :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만화비평이 될까, 가끔 글 도중에 그림이라도 하나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했어요(웃음).

난나 : 이 작업이 만화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수익구조로 연결되기는 힘들어요.

메리 : 만화도 힘든데, 여성만화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쥬이 : 이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을 바라고 있나요?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한계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메리 : 주제를 하나씩 잡고 있잖아요, 처음엔 80년대 순정만화를 다룰 땐 순정만화에서 발견하는 여성만화의 가능성을 짚어봤었고, 그 다음으로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여성만화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자의식 혹은 개인주의를 살펴봤었고, 지금은 여성만화 내에서 순정만화를 제외한 다른 여백을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단 팀원 자체가 너댓명 정도인데, 그것을 바탕으로 주제를 뽑아내는 것이니 엄밀히 말하자면 검증되지 않은 것일 수 있어요. 이에 대해 사람들이 활발히 얘기해준다면 수정의 여지가 분명히 있을 텐데, 피드백이 좀 안돼서 아쉬워요.

난나 : 저희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 그다지 폭이 넓지 않아요. 필요한 얘기는 많은데, 그걸 드러내줄 수 있는 작품은 별로 없는 거죠. 약간의 침소봉대랄까, 작품에서 보여지는 어떤 작은 가능성에서도 여성만화의 의의를 끄집어내야하는 점이 한계라고 생각해요.

쥬이 :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순정만화를 8, 90년대로 구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난나 : 88년에 [르네상스] 발간이라는 사건이 있었죠. 이전에는 작지만 꾸준히 순정만화의 성장이 있었는데, 잡지라는 것이 발간되기 시작하면서 시장, 작가층도 넓어졌고 독자층도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순정만화에 대한 목소리가 그 무렵 뚜렷하게 생기기도 했지요. 7, 80년대까지는 미대를 못가서 만화를 그렸다면, 그 시점을 계기로 만화라는 장르에 대해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가들이 생겼어요. 또한 90년대부터 만화 자체에 어떤 전문성을 띈 작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구요.

메리 : 80년대와 90년대 작품들 사이의 성향이 분명히 달라요. 단행본 발매가 주된 통로로 자리잡으면서 작가들의 관심사랄지, 다루는 내용 또한 현저한 차이를 보였구요.

난나 : 80년대 중반까지는 독자들의 감각을 따라잡기에는 작가들이 그것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80년대 후반부터 동시대의 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작가가 부쩍 늘었어요.

쥬이 : [여성만화프로젝트]에서 다루는 여성만화는 한국만화에만 국한된 것인가요?

난나 : 한국만화를 하면 좋은데, 일본만화를 따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만화는 한국만화 이상으로 절대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암암리에 같이 하는 거죠.

메리 : 원래는 세계만화를 다뤄보자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으나, 번역상의 문제로 좌절하고 말았죠. 그러나 일본만화는 여성만화 관련해서도 다루어 볼 가치가 있어요.

쥬이 : 만화에 대해서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만화를 무척 사랑하신다는 뜻일까요? 만화에 관련된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난나 : 저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니까요. 서너살 때부터 낙서를 많이 해왔어요. 글을 몰랐을 때부터 보던 [소년중앙]까지도 조금씩이라도 기억을 해요. 그림만 보다가 글자를 배우게 되면서 만화가 눈에 확 들어오던 때의 환희도 생각이 납니다.

메리 : 하다보니까 계속해서, 또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만화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봤어요. 그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왜 피아노 학원에는 [보물섬]이랄지 그런 만화들이 쌓여 있잖아요. 사실 중학교 때까지도 순정만화는 거의 안 봤어요.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애들이 순정만화를 돌려 보길래 옆에서 같이 보기 시작했어요. 지금 제 전공이 문학이긴 하지만 소설보다 만화를 훨씬 많이 봤어요(웃음).

쥬이 : 왜 유독 순정만화에는 판타지가 무성할까요?

메리 : 그렇지도 않아요. 소설의 경우에 하이틴 로맨스가 있잖아요. 인터넷 소설도 그렇구요. 영화는 극장에 가야만 볼 수 있고 제작과정이 다른 장르보다 복잡한데 비해, 그리고 하이틴 로맨스는 장르를 구사하는 일정한 법칙 같은 게 있는 편인데, 보다 대중적인 유통과정을 갖는 만화의 경우에선 판타지가 더 많이 개입될 여지가 있었겠죠.

난나 : 만화는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한정적이에요. 말랑말랑한 판타지를 갖는 작가들이 활동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요구되는 성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구요.

쥬이 : 만화의 재미는 어디 있을까요?

난나 : 저 같은 경우엔 만화를 워낙 많이 봤었고, 만화가 문화의 일부라는 생각을 자기주장없었던 시절부터 몸으로 느껴왔던 것 같아요. 특별히 만화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영화, 공연에 대한 애정과 비슷한 정도로 좋아해요. 만화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익숙한 거죠. 그렇지만 내 경험을 비추어 보건대, 글을 모르는 시기의 여자애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인 거고 그래서 여러 이야기들을 제한 없이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이 많죠.

메리 : 그림 보는 게 좋아요. 만화가 갖는 장르적 특성이 있고, 그림과 이야기가 긴밀하게 하나의 내러티브를 형성하잖아요. 그게 재미있어요. 또 일단 편하게 볼 수 있구요. 배 깔고 누워서, 아님 지하철에서 봐도 되잖아요.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들에게 무거운 주제를 전달하기도 용이하죠. 실험적인 지점도 있고.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만화는 만화대로의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쥬이 : 쥬이쌍스의 만화리뷰를 보신 적 있나요? 어땠나요? '여성만화 프로젝트'의 리뷰가 다른 웹진이나 잡지의 순정만화리뷰(이를테면 블라투점넷)와 특기할 차이점이 있을까요?

난나 : ([여성만화프로젝트]에서) 여성만화를 부각한다는 것 자체가 특기할 만한 점인 것 같아요.

메리 : 쥬이쌍스와의 다른 점은, 쥬이쌍스의 독자들은 필자의 경험, 이야기, 정서적 흐름, 이런 것을 보고 싶어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확실히 비평적 글쓰기를 요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이쪽 글쓰기가 편한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에 쥬이쌍스에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글쓰기를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블라투점넷(www.bla2.net)은 만화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웹진인 것 같아요. 그게 장점이죠. 이런 웹진 생긴 거 좋아요.

쥬이 : 좋아하는 작가와 추천작품은?

메리 : 나나난 키리코, 카우리 오노주카, 토오메 케이, 변미연, 유시진, 한혜연.

나나난 키리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 직업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20대 여자들의 일상과 함께 보여주는 그 여자들의 정서가 좋다.
토오메 케이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 이것도 변두리 감성.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 속에 따뜻한 일상이 정서와 어울려 잘 표현되었다.
한혜연 [금지된 사랑] - 여자들의 다양한 사랑을 보여준다.
변미연 [미스티] - 이야기가 전개되는 맛이 괜찮아요. 캐릭터들이 막 얽히고. 현실적인 부분을 잘 잡아내는 것 같아요.

난나 : 메리메리 추천작에 대체로 동감하는데, 하나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 김지윤을 좋아해요.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재밌어요. 작품으론 [사이드 스토리], [축제의 날], [마이 퍼니 레이디], [마이 퍼니 베이비] 등이 있어요. 순정만화 1세대와 2세대 사이에 낀 1.8세대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이전 작가들처럼 고생한 것도 아니고 2세대 작가들처럼 자의식과 실험정신이 충실한 것도 아닌데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잘 나타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어요. 자기 이야기를 절반 정도만 허구로 만들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결혼 후 작품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워요.
한혜연씨 같은 경우는 재충전의 시기를 잘 활용해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작가에요.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쥬이 : 두 분께서는 앞으로도 만화에 대해서 이러한 작업을 계속해나가실 건가요? 두 분께서 현재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으시다면.

난나 : 순정만화는 감각에 많이 의존하는 장르에요. 그 점이 비관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감각이 90년대 이후로 성장하지 않았다고 봐요. 더 이상 만화가 추억이지 현재진행형이 아닌 것 같은 거죠. 제 나이에 맞는 감각, 이야기를 발굴했으면 하는 개인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메리 : 중, 고등학생 때 봤던 만화들, 예를 들어 [풀하우스]는 대중적인 가치를 표현하고 눈도 즐겁고 한데, 계속해서 볼 수는 없어요. 한 가지에만 어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순정만화는 한 가지만 충족시키고 다른 부분에서 채워지지가 않아요. 로맨틱하면서도, 주제의식이 있다든가 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게 아니면 최근의 모드를 보여주는 소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게 보여요.

난나 : 만화는 노동이 집약된 작품이에요. 하지만 시장도 영세하고, 그런 노동을 보상받기 힘들어요.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못나오게 되는 상황이에요. 이게 심각한 것 같아요.

쥬이 : 만화 외에 두 분께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난나 : 굶어죽지 않고 사는 것, 그렇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물질적인 것도 배제할 수 없죠. 만화 강의를 해요. 전주대에서 했었고, 이번 학기부터 인하대에 출강해요.

메리 : 학부 때만 해도 그런거 생각 안 하고 살았는데, 대학원 오니 졸업하면 뭐 하고 살 것인가, 생각을 하게 돼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서, 최소한의 물질적인 것이 보장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난나 : 돈 문제가 해결된다면 미술공부(fine art)를 하고 싶어요.

쥬이 : 여성으로서 쥬이쌍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난나 : (잠시 쥬이쌍스의 뜻에 대해 물어보셨음) 하고 싶은 일을 안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것 같아요.

메리 :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좀 힘들잖아요. 일단 역할 모델도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는 자신이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갖고 사는 게 좋죠. 

난나 : 서른살이 되기 전까지는 여성억압이 관념적으로 다가왔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그게 너무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아무리 의지가 있다 해도 자아실현 자체가 육아와 연관되면 의지와 열정과 관련 없이 좌절되거든요. 사실 젊은 여자는 빠져나갈 구멍이랄까, 그런 게 있는데 나이 든 여자는 그런 것도 없어요. 그게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거죠. 이런 면에서 치열하게 어떤 현실적인 고려나 계획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쥬이 : 성실한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

쥬이 : 뜬금없는 질문 우선 첫 번째. 드라마화하고 싶은 만화가 있다면?
난나 : [순만사]라고 한때 유명했던 하이텔 동호회가 있었어요. 그때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 만화는 단연 [별빛속에]였어요. 이야기가 상당히 재밌어요.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구조와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메리 :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건, 김진의 작품이에요. 길이를 고려해볼 때 그 중에서도 [불의 강]. 
난나 : 나도. 아주 실제적인 캐릭터라 사람들이 연기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진짜 길이가 딱 영화 타입이다.
메리 : 역사적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를 보여줘요. 한이나 증오 같은.
쥬이 : 뜬금없는 질문 두 번째. 최근 [풀하우스]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나 : 원수연은 꾸준히 사랑에 대한 것을 주제로 구현해왔어요. 그래서 인기 있는 것 같아요. 비랑 송혜교가 사귄다니까 거기에 관심있는 게 아닐까요. 웃음.




 

Comments
 

Copyleft by 여성만화프로젝트 | 이 사이트의 컨텐츠는 출처와 필자를 밝히는 한에서 링크 및 이동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