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현 (Soph )
'총몽'이라.... 1995-05-22 19:50 51 line
저 역시 보았던 만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만화를 꼽는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겠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이후로, 자아에 대한 가장 쇼킹하고 충격적인 물음을 만화에서 발견했을때 맛보았던 전율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하이트 캔을 하나씩 들고 친구와 나는 학교앞 만화가게에 갔었습니다. 아줌마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한잔씩 하면서 본 만화가 이 '사이보그 엔젤'이라는 해적판이었는데, 정말 정신 없이 보았던 것 같습니다
. 누구나 자신에 대한 물음을 합니다. 나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춘기시절 누구나 해 보았던 물음이지만 보통 시간과 사회의 바쁜 일정속으로 물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갑니다. 전 대학 4년까지도 이런 생각속에 살아왔습니다. 본다는 것, 듣는다는 것, 느낀다는 것 모든 것이 전기적인 신호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이 무엇인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환상일 가능성 또한 배재할 수 없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지금 생각하면 참 재밌어지는데, 그 당시에 그러한 문제는 중2때부터 9년간을 집요하게 나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고 괴롭게 만들던 문제였습니다.
그러한 문제의 정곡을 너무나도 냉소적으로 파헤치는 '총몽'을 보았을 때의 기분이 어떠했을까요... 정말 이건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자아와 인격, 인간이란 존재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는 그 당시 읽었던 책인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에서 더더욱 복잡해 졌습니다.
이 책에서도 자아와 정신에 대한 문제를 정말 '무섭도록' 파헤칩니다. 나란, '뇌'에 거하는가? 그렇다면, 뇌와 몸을 분리한다면 나란 어디에 존재하는가?
(-공각 기동대가 생각나는데...)
엔젤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저 별들과 자신이 일체가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알 수 있습니다. 우주적인 정신과의 일체감, 그것이 진정한 자아이고 참 존재라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