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청강 만창 스토리 강좌 과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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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5521 i반 오지홍 / '아직은모르지만'
오지홍  2004-12-09 19:43:38, 조회 : 49,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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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직은 모르지만

/장르
-서스펜스 미술(기초)학 추리물 스릴러

/작품주제
불안과 의뭉점으로 부터 오늘 인간의 내면적 심리. 그리고 탈출에의 욕구.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독자층
-고등학생에서 20대 초반 정도의 나이에 두뇌활성이 활발하고 새로운 환경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포용적인 젊은 독자층이 주 독자층으로 잡겠습니다.

/개재방식
-주간지 연재. 서스펜스란 본디 긴장감을 극대화 시킴으로서 재미는 부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흐름이 격주간이나 월간으로 끊긴다면 맥이 풀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주간지 만화잡지에서 서스펜스를 쭉 보다 한 주 구입하지 못해 그 긴장감이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컨데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을 지킬 시 효과는 극대화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분량
160페이지 단행본 1권분량. 몬스터라는 작품이 주간지에 연재되었다고 들은바가 있습니다만, 제가 몬스터를 읽을때는 완결까지 다 나온상태여서 한번에 모두 보기에는 상당히 지친감이 있습니다. 서스펜스라는 장르는 흥미를 유발하는 연출을 사용해야 하지만서도, 상황이 타이트하게 전개되어 나가 순식간에 독자의 기를 빼앗는 작품이 서스펜스 스릴러의 정점이 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흐름이 길면 길수록 뇌리에서는 작품의 이미지가 서서히 지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량은 160페이지 단행본 1권 분량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관
-대햑 2007년쯤 되는 현대사회.과학 기술이 과도기적 성향을 보이고, 사회 구성원들이 폐해되어갈때즈음. 법이 모두를 공정하게 심판해 주지만 아직 집 뒷편쯤 되는 골목길 곳곳에서의 일까지는 감시하지 못한다. 사회는 법에 통치되는 깨끗한 모습과 법을 살짝 피해 연계되는 더러운 뒷골목이라는 두가지의 양면성으로 분열된다. 그리고 어느순간 부터인가 법은 더이상 뒤의 그들에게 손을 드밀지 않게 되고, 그들은 잠정적 자유를 가지게 된다. 여기는 그런 쓰레기들이 잔뜩 들어있는 사회폐해의 중점이다.


/등장인물
1. 김영의(20세)
이제 대학생활도 1년을 다 채워간다. 아르바이트 따윈 하지 않고 간당간당한 부모님의 용돈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한땐 천역색의 높은 하늘같은 꿈을 가진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단지 졸업장을 따기위해 대학생활을 연계해 나갈 뿐이지만, 그는 믿는다. 다시한번 자신이 날개짓할 기회는 언젠가 돌아온다고 말이다.

2. 고홍석(46세)
늙지 않은 나이에 명예퇴직을 당하고, 퇴직금으로 시작한 포장마차 장사또한 잘 되지 않아 그마저 남아 있지 않다. 집에는 딸이 둘 있으며, 바가지를 긁는 부인이 있다. 그는 가끔 회상한다. 자신이 가졌던 그 어마어마한 꿈들을 말이다. 하지만 이젠 다시 일어설 용기따윈 없다.

3. 오인교(29세)
휴학기간동안 군대를 다녀오고 뒤늦게 학업에 편류한 학생. 백수 생활을 전전하다 군대에 다녀와 딱히 할일이 없자 다시 대학에 복학하게 된다. 하지만 군생활로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학업에 충실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히 지낸다. 그의 꿈은 아주 소박하다. 전공공부로 단지 남이 사는 만큼만 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학과공부에 충실한다.

4. 김슬기(15세)
한없이 밝은 아이. 항상 웃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사회에 나가보지 못한 그녀는 아직 자신이 만들어 가는 머릿속의 세계에 만족하고, 또 새로운 세계를 설계한다. 많은 종류의 꿈을 꾸며, 그 어느것 또한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5. 사자필(29세)
베일에 휩쌓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 외모만으로 그를 평가해 본다면 얼굴엔 그늘이 잔뜩 드리워 분간하기 힘들며, 회색 긴 코트는 꾀죄죄 하고, 몸에선 악취 비슷한 냄새마저 난다. 간간히 보이는 그늘속에 숨어있던 그의 눈빛은 보는 사람을 잡아먹을냥 희번뜩인다. 왼손엔 뾰족한 송곳같은 무언가를 들고있다.


/프롤로그
한가한 대학생 김영의가 정신을 차렸을때 그곳은 아주 낯설은 누군가의 방이었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 방은 보통 방인냥 침대도 있고, 간단한 가구도 있었다. 이곳은 어디지. 그가 방을 나가기 위해 붉은색 문의 손잡이를 열었을때 그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은 끝이없는 낭떠러지. 황급히 문을 닫고, 그는 곰곰히 이전의 기억을 되짚는다. 그의 뇌리에 스치는 순간의 기억. 아! 라이터..

고홍석은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붉은 문을 열어봤지만 낭떠러지 임을 알고 황급히 문을 닫았을 뿐이었다. 방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체 여긴 어디지. 그 순간에도 심적으로 어려운 자신을 지탱해줬던 두 딸들이 생각났다. 그는 어떠한 사태가 일어날 떄까지 방한 구석에 앉아 막연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는 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한참동안의 그의 생각에 그에게 걸리는 것은 한가지 였다. 라이터..

오인교는 절망한다. 대체 이 방은 뭐란 말인가. 그는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들에 대해서 생각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아니, 그에게 중요한건 여기가 어딘가가 아니었다. 어떻게 여기에서 나가야 하지? 붉은색문은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는 침착하게 생각해 본다. 필시 들어온곳이 있으면 나가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자신이 가진 물품을 확인해 본다. 지폐 몇장과 동전들, 커터칼, 볼펜, 라이터.. 라, 라이터?

어린 김슬기는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그녀가 곧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자 신기하게도 어둠에 숨겨져 있던 녹색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가 녹색문의 손잡이를 돌리자 의외로 손잡이는 쉽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둠속에서 무덤덤한테 꼼짝하지 않는 사내가 있다. 회색롱코트는 어둠과 동화된듯 방을 더 음침하게 만들고 있을뿐이다. 단지 그의 왼쪽손에 쥐어진 송곳같은 뾰족한 무언가가 어둠 저만치에서 희번뜩일 뿐이었다.















..글이 겁나게 길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합시당..(재미도 없으니 마음을 좀 더 먹으세요..죄송합니다..)





























/스토리


-
슬기는 녹색문을 열었다. 자신이 있었던 방에서의 불빛이 희미하게 문을 열어낸 방까지 비추어 졌다.
"아무도 없나요?"
아직 어린티가 나는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슬기는 곧 스위치를 찾아내어 불을 켰다. '이건..' 슬기는 흠칫 놀랐다. 이 방은 마치 붉은 피로 가득찬 듯한 색깔. 온통 붉은색 천지의 방이었다. 슬기는 섬뜻 발을그 방에 딛을 수 없었다.
-
영의는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게 보통의 방과 같다면 스위치 같은게 있겠지..'
이성적인 생각만이 작게나마 이 방의 난해함을 해소할만은 실마리라도 제공할 듯 싶었다. 영의는 서서히 손으로 벽을 짚으며 스위치같은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지만 차차 눈이 적응하고 있는지 이내 스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딸칵'
이로서 보이지 않는 답답함에서는 해소 되었다. 한시름 놓은 영의는 놀랍게도 어둠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면 영의는 자신이 왜 여기 와 있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언제적부터 이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필시 먹을게 없을수도 있다. 물이 없다면 3일을 버티기가 힘들다. 이런 이성적인 영의의 생각은 곧 그의 행동을 부추겼다. 그는 눈에 보이는 녹색 문의 손잡이를 힘껏 돌렸다.
'끼익'
문은 마찰음을 내며 쉽사리 열렸다.
'아무도 없나요?'
영의는 어린듯한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어디지? 차근차근 영의는 목소리의 행방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한번쯤 더 들려오길 바랬던 목소리는 두번째로 들리지 않았다. 이로서 영의는 다른 방 어딘가엔 또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일단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두번째로 그는 필시 아군이 아닐수도 있는 하나의 불안감을 다시 가지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 목소리를 재차 확인하는 과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답변하지 않았다. 아직, 아직 모른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그리고 자신 스스로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영의는 다시금 이 방에도 있을법한 스위치를 찾았다. 한가지 깨달은것이 있다면 이 방의 가구 배치도는 이 전방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전에 자신이 있었던 방이 마치 여학생의 방 같았다면 이 방은 일반 가정의 방 배치와 비슷했다.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다. 스위치를 찾은 영의는 꺼리낌 없이 스위치를 켰다.
'달칵'
'쾅!'

"헙!"
문이 닫히는 소리에 영의는 놀랐지만 재빨리 깨달은 탓에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진 않았다. 간신히 참은 숨이 목에 막혔는지 탁탁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다시 한번 눈이 휘둥그레지는 놀라움을 보았다. 그가 본 방은 온통 붉은 색의 벽지와 붉은색으로 칠해진 가구들 이었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열고 들어왔던 문이 닫히면서 자신이 있는 방쪽에는 그 문을 다시 여는 손잡이가 없었다. 그리고 마치 그곳에는 문이 없었다는양 단지 다른 곳과 마찬가지의 붉은색의 벽이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영의라지만 이런 기이한 현상에 놀라움마저 참을수도 없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사이 그가 들어왔던 시점으로 왼쪽 벽 으로부터 빛이 들어왔다.
'끼익..'
그 소리는 자신이 문을 열었을때 났던 바로 그 소리였다. 영의는 황급히 시선을 그 문으로 돌렸다.

-
홍석은 초중학교시절 체력장 외에 그렇게 달려본적은 처음일 것이다. 그의 눈빛은 삼일쯤 굶은 사나운 암자 같았다.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냅다 달리는 홍석은 지금 자신이 어느 방까지 온 것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방이 파란방이었다가 다시 녹색방이 되었다가 홍석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가 아직도 내 뒤에 있을까? 홍석은 혹시나 그런 기대감마저 가질 수 없었다. 이미 그에게 당한 피가 흐르는 왼쪽팔을 오른손으로 부여쥔채 더욱 안심할 수 있을때까지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서서히 심박이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듯 했다. 대체 얼마나 달린걸까. 10분? 20분? 얼마를 달렸는가는 상관없다. 뒤에 자신을 쫓아오는 발소리는 들리는냥, 아니면 들리지 않는냥 자신은 처절하게 달릴 뿐이었다. 토끼가 이리에게 쫓기는 꼴이 문득 생각났다. 동물의 왕국같은 티비 시리즈에서 보았던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맹수다. 날 따라오는 것은 눈빛이 날카롭게 살아있는 맹수다. 자신은 한낱 토끼나, 혹은 영양같은 힘이 없는 초식동물일 뿐이었다. 다음방.. 다음방..
'철컥!'
끝이다. 그 다음방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애써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뒤를 쫓아오는 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내려 했다.
'저벅..'

-
'끼익..'
영의는 몸을 숨길 여유조차도 없었다. 제기랄! 이건 정말 큰일일지도 모르겠는데! 영의는 그나마 그 들어오는 누군가가 조금전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인 여학생쯤 되는 그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되내겼다. 심장이 목구멍을 뚫고 나올정도로 심하게 뛰어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것 같다!
"역시 사람이 또 있었네.."
안도? 영의는 맥이 풀렸다. 아니, 그렇다고 긴장이 다 풀린것은 아니었다. 지금 들어온 저 사람이 보통 사람들이 입는 복장을 하고 있고, 목소리도 안정적인 20대 후반쯤 되는 남자라는것에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영의는 그 사람의 이름조차 아직 모른다. 다리가 확 풀려버렸지만 주춤주춤 영의는 몸을 앉히지 않고 벽에 기대어 세웠다.
"아. 저, 대체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으면 나한테 설명좀 해주겠소? 뭐, 그다지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아.."
이로서 한거풀 더 마음은 놓였다. 이 사람도 나와 같다? 나와 같은 표류자(?) 일지 모른다. 뭔가 말을 하고 싶었으나 쉽게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흠, 잠깐만요, 상태가 좀 이상한거 같은데, 내가 좀 봐드리지. 어디 아픈곳 있는거 아니오?"

"가, 가까이 오지마!"
영의는 그래도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한발짝 내딛는 그를 향해 소스라치며 그의 행동을 저지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영의는 애써 침착하려 애쓴다.
"나, 나도 모릅니다. 지금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누군지도"

'하아.. 하아..'
영의는 왠지 숨이 가빴다.
"그렇군요. 아, 내가 놀라게 한것 같군요. 뭐, 일단 모르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나?.. 그래도 뭐, 나야 살인자나 그런건 아니니 걱정 마시오, 음."
살인자같은건 아니라고?
"아, 뭐. 그럼 서서히 의심이 서로 풀릴때까지 내가 이만치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그럼 괜찮죠? 나도 일단 당신이 누군지 모르니까."
일단 영의는 그의 제안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에 흔쾌히 승락했다. 럼에도 어렵사리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이야기를 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 영의는 서서히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조, 좋소."

-
슬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녹색방에서 나와, 붉은방으로 들어가, 붉은문을 여니, 다시 자주색의 방이 나왔다. 그래도 한가지 눈치챈 것이 있다면, 녹색방에서는 녹색문이, 붉은 방에선 붉은 문이, 그런식으로 각자 방의 색과 같은 문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식으로의 끈임없이 방문이 열린다는 것. 그 외에 방마다 마치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사는것 같다는것. 어린듯한 그녀의 나이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고, 눈치채지 못한 부분이 여러군데 숨어있었지만, 그런것을 모두 깨닫기에는 혼자라는점이 크게 그녀의 생각을 억제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목소리로 다른 방에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불러본다.
"아무도 없어요?"

-
'끼익..'
회색코트 남자가 열었던 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방은 다시 어둠으로 가득 찬다. 의식을 잃어가는 홍석은 자신의 인생실패와 그나마 간당간당 남아있던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대채 왜.. 왜 자신이 이렇게 죽어가야 하는가. 송곳같은것에 수차례 찔린 자신의 몸은 이미 망신창이가 되어 움직일줄을 모른다. 까마득히 의식이 벼랑 아래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들며 홍석은 자신의 부인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래도 첫 결혼식때의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며, 홍석은 의식을 놓아 버린다. 아련히 멀어지는 기억속에 두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
"아, 바로 이 목소리!"
영의는 이제 마음을 편하게 열게된 인교에게 말했다.
"아, 나도 맞아. 그래, 이 목소리를 듣고 이쪽 방향으로 일단 문을 열었지."

"아마, 우리 외에도 그 누간가가 또 있다는 것이겠죠? 이 여학생 같은 애 말고도 또 있을수도 있구요."

"그렇겠지.. 뭐, 이제 서서히 다음방으로 넘어가 볼까? 아, 잠깐 아직 이 방은 기록을 안했군. 어디보자.. 아까 칸에서 청록색 문을 열고 북쪽으로 나왔지?.."
마침 인교의 주머니에 있었던 볼펜으로 방 서랍을 뒤져 찾게된 수첩에 일단 자신들이 거쳐왔던 방과 새로 방문을 열고 난 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영의는 인교를 만난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해 내기에 급급하고 도전정신이 없는 타입이라면 인교는 생각해 내는 부분에서는 조금 약할지라도 자신이 부족한 무언가의 시도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보완을 해 주는 자신과 죽이 잘 맞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의 인교는 자신보다 상당히 많은 횟수를 더 살아온 것으로 정신적으로도 위안이 되고 있었다. 인교가 기록을 마치고 서서히 둘은 다음방으로 옮겨 가 보기로 했다.
'끼익..'
자신들이 있던 청록색 방에서 청록색 문을 열자 이번엔 또 다시 청록색 방이 나왔다.
"어레.."

"또 청록색이군요.."

"그러게, 방문이 방의 벽지 색깔과 같은 것이 열린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제껏 계속 다른색의 방으로 이어지다 이번엔 같은 색의 방으로 왔구만."

"어.. 그러게요, 일단 이런 패턴도 있구나.. 식으로 기록하면 될까요? 아니면.."

"아!"
인교는 뭔가가 생각난듯 볼펜과 수첩을 주머니에서 빼내 스윽스윽 뭔가를 재빨리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가 이제껏 텍스트로 기록했었던 것을 간략한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인데 간략한 기호와 그 도식안을 영의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걸 봐봐.. 이렇게 우리가 처음 이 빨간 방에서 만나서,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주색 방이 나왔고, 다시 자주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청록색 방이 나왔다는 거야, 그리고 청록색 방의 북쪽 문을 열고 들어갔지? 그래서 다시 청록색 방이 나왔으니.. 이런식으로, 제일 위로 가면 다시 제일 아래로 나오는 형식이 아닐까?"

"아, 글쎄요. 아직 그렇게 확정 지어 보기에는 너무 성급하지 않나요? 아직 몇몇 방을 돌아 보지도 않았는데.."

"아니, 내 말의 요점은 그게 아니야, 이 방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거지. 이 도식안을 잘 봐봐, 이게 일단 우리가 지나온 방들인데, 너와 내가 같은 줄에 있어, 네가 처음 출발했던 방의 색은 녹색, 그리고 내가 출발했던 너와 같은줄의 출발지점도 녹색 방 이었어."

"어? 가만 보니 그렇네요, 게다가, 형이 지나쳐서 내가 있던 빨간 방으로 왔을때 그 같은줄의 형이 먼저 있었던 방역시 빨간 방이군요!"
영의는 무릎을 탁 쳤다. 아주 저 멀리서 머릿속에 광명을 밝혀 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마리가 하나 잡혔다! 무턱대고 무작정 걸어가기만 했던 그들에게 한가지 단서가 주어진 것이었다. 영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아직 밝혀낸건 아주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왠지 모르게 다시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일단 여기까지 알아냈다고 해서 우리가 이 방들이 가득찬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뭐, 나도 그렇다고봐. 그래도 일단 한가지는 알아냈잖아, 내 추리가 맞다면 분명 같은 가로줄의 방은 같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리고 천만 다행인것은 이 방들이 모두 네모낳다는 거야. 동, 서, 남, 북 한가지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이 쉽다는 거지. 'a regular hexahedron'라는 영화 본적 있어?"
(*a regular hexahedron는 음.. 영화 Cube입니다. Cube라고 쓰면 너무 베낀것이 티나기 때문에.. 살짝 제목을 바꿔서 쓰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다지 베낀건 아닙니다만, 구도가 그쪽으로 결국 흘러가게 되더군요ㅠ 창작의 한계인것 같습니당.. cube의 인물구도와 매우 흡사해져 버렸습니다..절대 때려 베낀건 아닙니다..;)

"아, 물론 봤죠.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상황이 그 영화와 매우 비슷하군요. 방마다 색이 다르고.."

"그렇지, 자, 여기까지 알아냈으니 어쨌든 반절 정도는 풀린게 아닐까? 이제 나머지 열쇠를 한번 찾아보자구. 다음방은 어느쪽이지?

"아, 청록색 문이 있는 쪽으로 가야죠. 북쪽에 청록색 문이 있네요."
영의는 손가락으로 북쪽 방향의 문을 가리키며 영의에게 문의 방향을 알려 주었다. 영의는 주체할 필요 없다는듯 문쪽으로 다가가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동작을 취했다.
'끼익..'
그리고 그때 동쪽의 문이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순식같에 영의 향해 돌진해 왔다.
"으악! 뭐, 뭐야!"
영의앞으로 돌진한 검은 그림자는 회색 롱코트를 입은 후질근하고 꾀죄죄한 차림의 남자로, 그의 왼손에는 날카로는 송곳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영의는 순간 그것이 무기라는것을 알아 차리고 거의 가까쓰로 몸을 그것으로 부터 피해냈다.
"대체 뭐야, 저녀석! 영의! 위험하다 빨리 이쪽 문으로 와!"
인교는 재빨리 청록색의 문을 열고 영의에게 오라는 신호를 다급하게 해댔다.
"이 썅! 넌 뭐야!"
영의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제끼며 태권도의 앞돌려차기로 자신을 공격해 오는 사람을 발로 휘갈겼다. 확실히 발차기가 들어 갔다는 느낌이 전해져왔지만 몇대 더 완전히 눕혀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위급한 상황에 재빨리 몸을 피해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곧 영의는 몸을 날려 인교가 열어둔 청록색 문으로 들어가고 인교도 연이어 그 문으로 들어간뒤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인교가 문을 밀고 있는 사이 영의는 가구들을 끌어와 문을 막았다.
"꺄악!"
이건 또 뭐야! 영의는 재빨리 비명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쾅!쾅!'
발차기 한방으로는 쓰러지지 않았는지 문을 치는 소리가 들렸고, 그 한편으로 비명소리의 주인공쪽으로 눈을 돌려 신원을 확인했다. 그나마 영의는 한숨을 내리쉬고 다행이라는 제스춰를 취했다. 그곳에는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소녀가 있었다.
"누, 누구시죠?"

"아아, 한명 또 발견.. 아니, 두명 발견 한거군. 영의, 안심할 수 없으니까 일단 꽉 밀고 있자."
영의는 이제 힘이 다 빠져 버렸는지 아주 기진맥진한 상태로 간신히 문에 댄 옷장에 등을 기대고 버티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곤 그래도 어린 여학생은 처음부터 안심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었다. 제까짓게 뭘 할 수 있겠어. 흔히 길거리에서 학교길에 가끔 보이는 그런 여느 교복입은 어린 학생이었다. 제법 조숙한 티가 나지만 그렇다고 행여나 어른으로 착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볼에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중학생께나 되는 아이였다.
"미안, 놀랐지? 하아, 왠 미친놈이 흉기로 찌르고 들어오는 바람에, 제기랄! 그 미친자식은 도대체 뭐야!"

"아, 영의 진정해. 일단 침착하자구, 자, 나는 오인교. 스물아홉살. 이쪽은 김영의 스무살. 이 외에 남자라는거 외엔 서로 아는게 없지만, 일단은 동료지. 이쪽 아가씨도 간단히 소개를 해 볼까?"

"전.."
아직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표정의 그 소녀는 급작스레 어떤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듯 잠시 망설이다가 곧 말을 꺼냈다.
"아, 전. 김슬기라고 하구요, 나이는 열 다섯살입니다."
간신히 만을 꺼낸건지 할말만을 하고서는 다시 입을 다문 슬기에게 인교는 타이르듯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 그래. 슬기야. 너도 그러면 우리처럼 눈을 떠보니 갑자기 이 이상한 방에 있던거니?"

"아, 네. 그러면 아저씨 들도.."
영의는 아저씨라는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색하며 말했다.
"이봐, 난 아저씨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너도 혹시 이 이상한 방에 온 이유같은건 하나도 몰라? 난 도대체가 내가 왜 지랄같은 방에 떨어져서는.. 아, 실수. 미안."
영의는 어린 아이에게 욕지거리를 했다는게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말을 정정했다. 슬기는 이내 이 상황을 다시 이해한듯 서서히 말을 정리해 냈다.
"그럼, 오빠들도 저처럼 눈을 떠보니 갑자기 이곳에 떨어지게 되서, 방색깔과 같은 문을 열고 여기까지 오게 된건가요?"

"맞아, 계속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방금 전에 있던 방에서, 별 미친, 에, 아니. 미안, 그러니까 왠 이상한 녀석이 송곳같은걸로 나를 찌르려고 오는 바람에 황급히 이 방까지는 일단 오게됐지."
슬기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곧 상황을 재 정리 하기 시작했다. 인교는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아, 음. 슬기.. 슬기야, 너 네가 이제껏 거쳐왔던 방 색깔이랑 어느쪽으로 왔는지 방위같은거 다 기억해 낼 수 있니? 우리가 왔던 길은 쭉 기록해 왔으니까.."

"아, 당연하죠. 꽤 많이 건너온것 같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다 기억은 날것 같아요."

"그래? 아, 다행이군. 그럼 이리로 와봐라, 여기에 서서히 기록해 보게."
슬기는 인교가 손짓하자 그쪽으로 가서 펼쳐진 수첩을 보며 자신이 거쳐왔던 방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가 상당히 많은 방을 거쳐왔음에도 그 방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것에 인교는 놀라며 차근차근 슬기의 행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유심히 보고 있던 영의는 무언가가 떠오르는듯 오른주먹을 왼손바닥에 탁치며 영의에게 말을 했다.
"형! 그러고 보니, 이제껏 우리가 지나쳐 왔던 방은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히기 때문에 쭉 외길이었다는 소리네요?"

"어, 그렇게 되나?"

"그러면, 만약에 방금전에 다른쪽문으로 들어왔던 그 나를 공격했던 그 녀석은 우리가 들어왔던 문이 닫혔고, 자기가 들어온 문이랑 이 북쪽 문이 닫혔으니, 그 방에 고립된 셈이네요?"

"음.. 그런가. 아니, 그건 아니지. 그 방을 중심으로 치면 들어오는 문이 두개 있고 나가는 문이 두개 있다고 치면.. 음, 필시 그 방과 다른 색깔의 문도 꼭 열리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잖아? 게다가.."
둘의 말을 듣고 있던 슬기는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둘의 사이에 끼어들을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제가 거쳐왔던 방중에는 방 안쪽에서 열 수 있는 문이 4개인 곳도 있었는데요? 제가 들어왔던 문도 다시 열 수 있게끔 되어 있었구요."

"뭐?"
슬기가 말한 사실은 영의로 하여금 다시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제껏 지켜졌던 규칙이 다시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인교는 그 전부터 한참을 뭔가에 골몰하며 수첩에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적어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복잡한 수학계산이라도 되는양 어지러운 영어들과 숫자로 가득찬 것이라고 영의가 언뜻 보기에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잠깐. 풀렸다. 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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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 컴 다운되서 한시간 넘게 써 놓은거 날라갔당…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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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롱코트를 입은 사내는 클클클 웃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는 청록색 방에 동쪽편에 나 있는 파란색의 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열고 다음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전히 클클클 웃으며 방을 쭉 둘러봤다. 그의 눈초리는 마치 성난 암사자 같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엇가를 덮치기에 충분한 것이 그의 눈을 설명하고 있었다. 자주색 다음방에서 다시 그 사내는 북쪽편에 나 있는 자주색 문을 열고 파란색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클클클 웃으며 자연스레 벽쪽으로 다가가 귀를 벽에 바싹 붙였다. 잠시 귀 귀울이며 조용히 있자 작게 소곤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개중에 조금전에 방에서 만났던 그 두 남자가 있었고, 아까부터 소리를 치던 어린 여학생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마치 그 사내는 이 방들의 비밀을 모두 다 눈치챈듯 자연스레 방 색깔과 다른색의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은 여유롭다는 듯, 클클클 거리는 웃음소리만을 남긴채 원래 그가 있던 파랑방은 덩그러니 아무런 사람도 담지 못한채 남아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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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셀기호?”
슬기는 의기양양하며 그런것도 모르냐는 듯 영의를 쳐다봤다. 그리고 인교는 놀랍다는 눈으로 슬기를 바라봤다.
“아니 슬기 네가 먼셀기호도 알아? 이거 제법인데 정말.”

“에헴, 당연하죠- 예전에 백과사전에서 읽은적이 있죠. 아직 오빠가 해낸 추리와는 딱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잠깐, 둘만 대화하지 말고 나에게도 알려달라고! 대체 먼셀기호가 뭔데?”
영의가 보채자 슬기는 연신 에헴거리며 영의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좋아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먼셀기호(Munsell Signal)이란 모든 색체를 색상(hue), 채도(chroma), 그리고 명도의 3가지 속성으로 분석한 거에요, 모든 색채를 정량적이고, 계통적이고, 공간적으로 배치, 분류한 것인데요, 이중 색상은 '적(R)', '황(Y)', '녹(G)', '청(B)', '자(P)'의 5가지 색채로 특정지어 지는거죠."

영의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러니까, 그중에 빨강R(ed), 파랑B(lue), 녹색G(reen)이 일치 한다는 거군!"

"바로- 그거에요, 그 외에 두가지 색이 일치 하지 않는건 설명 해 드릴 수 없지만요."
인교는 대단하다는듯 슬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와핫핫, 이거 정말 대단한데! 백과사전에서 본 것만으로도 따로 공부하지 않고 이렇게 알아낸건가? 정말 대단해."

"에헴, 뭐 이정도야 말이죠. 그런데 오빠, 제가 설명한게 맞나요?"

"으음, 뭐 거의 맞았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내가 추리한 것은 조금 더 원초적으로 생각한 거야."

"원초적?"
영의는 지금까지 들은 내용만을 정리하느라 애썼다. 그에 반해 슬기는 그 추리에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기에 급급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인교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자, 물론 원초적이라는 것도 먼셀기호에서 파생되긴 마찬가지긴 하지."
그제서야 알았다는듯 슬기가 힘차게 대답했다.
"아! 혹시 빛의 삼원색!"

"맞아! 바로 그거지! 역시 거의 맞았어."

"빛의 삼원색?"
영의는 아직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우뚱 했다.
"빛의 삼원색이 뭐지? 바로 빨강, 파랑, 녹색이란 말야. 지금 여기 표에서 보듯이 이 가운데 가로 세줄과 일치해. 꼭 그렇게 빛의 삼원색으로 보지 않아도 돼. 내가 추리하는 이 방은 빛의 삼원색 이후의 바로 디스플레이 표시장치로 많이 쓰는 요새 현대사회의 이야기야."

"디스플레이? 그거 모니터 같은 그런건가."
영의의 물음에 인교는 곧 대답했다.
"맞아, 대표적으로 컴퓨터 출력장치인 모니터를 들 수 있겠지. 그 디스플레이 장치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색이 바로 이 세가지 색 Red, Green, Blue 줄여서 RGB라고 흔히 말하지."

"아- 그렇게 말하니까 좀 알겠네. RGB는 알지. 그러면 형, 여기 청록색과 자주색은 뭐지?"
영의에 따라 슬기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영의의 다음 질문에 인교가 대답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 이 가로로 색이 일치하는 세 줄이 디스플레이 출력장치라면, 또 다른 출력장치를 생각해 보자. 뭐가 있을까?"

"인쇄기?"
영의의 대답에 인교는 바로 그거라는 듯이 씩- 웃으며 영의에게 말했다.
"그래, 맞아. 바로 그 인쇄기 라는 출력장치에 쓰이게 되는 색이 CMYK, 바로 청록C(yan), 자주M(agenta), 노랑(Yellow), 검정(blacK). 이 네가지 색이지. RGB는 감산법을 쓰고 이 출력장치인 인쇄에는 가감법을 써서 그런식으로 분류되는 거야."

"어, 그렇다면, 지금 보이지 않는 이 나머지 칸이.."

"그래, 바로 노랑과, 검정색이 되겠지. 자 표로 그려보자. 이렇게."(자료3)
영의와 슬기는 다시한번 영의의 추리에 감탄했다. 같은 방을 지나쳐 왔는데, 이 사람은 이정도의 추리까지 해 낸 것이다. 영의는 아까 느꼈던 그 광명을 다시 한번 느끼는듯 싶었다. 나갈 수 있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어느샌가 자신은 인교에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고, 또 충분히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자, 이제 남은건 뭐지? 바로 다음방으로 가는 거겠지. 일단, 여기까지 풀었으니, 해볼 수 있는 행동은 모두 다 해 보는 것이 좋아."
그리고 그들은 동쪽편에 나 있는 파란색문을 열고 다음방으로 들어갔다.


-
"꺄아아악-!!"

"뭐, 뭐야! 이건 혹시!.."
다음 방으로 들어간 영의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여진 시체에 기겁을 했다. 이게 뭐란 말인가.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는가 싶더니 무엇인가에 수십번을 찔린듯한 처참한 모습의 시체라니. 인교는 슬기의 눈을 가리고 반대편 벽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까 그새끼!"
영의는 알았다는듯, 아까 자신을 공격했던 그 사내를 공표했다. 인교도 이내 그를 떠올리게 영의의 말에 동의하는 듯 했다.
"이 사람이 마지막일까, 혹시 다른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형?"

"글쎄. 내 생각에는 아마 거의 확률적으로 낮다고 봐. 이때까지 우리가 거쳐온 방의 수를 보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영의는 문득 방을 휭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아, 형! 파란색 문이없어!"
놀랍게도, 또 한번 이제껏 지켜졌던 패턴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자신들이 들어왔던 문은 닫혔고, 동쪽편으로 난 자주색문 외엔 다른 문은 없었다. 분명, 파란색 방에서 자주색의문은 열리지 않는다. 영의는 다시 한번 억장이 무너지는듯 했다. 대체, 이따위 룰을 만들고 우리를 가둬서 사람까지 죽이는 이 게임같은건 뭐란 말인가! 차라리 그게 뭔지라도 알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영의는 화가난 나머지 벽을 주먹으로 세게 치며 소리쳤다.
"제기랄! 이 엿같은 상황이!"
인교는 그런 영의를 타이르며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방법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오빠, 빨리 이 방에서 나가면 안돼요? 나 시체같은거랑 한방에 더 있으면 미칠것 같아!"
슬기는 금방이라도 쓰러질냥 창백한 모습으로 간신히 인교에게 기대 서 있었다. 이제껏 잘 풀어왔던 인교지만 지금 이 상황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반은 좌절한냥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체에서 나는 피비린내와 그 모습으로 인해 구토마저 몰려오는 상황이었다. 영의도 마찬가지였다. 머리는 점점 하애지고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 없게 되어, 더이상 이 방에 있으면 자기 자신도 미쳐 버릴것 같았다. 영의는 자주색의 문을 쾅쾅 치며 마치 문을 부수려는 기새로 달려들었으나 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안타깝고 분한 마음에 영의는 문의 손잡이를 잡아 채워 흔들며 사정없이 좌우로 돌려볼 뿐이었다. 그런데 문이 열렸다.
"어레레?"


-
"잠깐, 이게 왜 열렸지 형?"
영의는 자주색 문을 열고 들어온 옆방의 다시 파란색의 방에서 다시 닫혀져 벽이된 곳을 바라보고 자신도 의아해 하며 인교에게 물었다. 질문은 받은 인교도 황당해하며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다. 슬기는 힘이 없는지 방의 구석에 있는 2인용쯤 되보이는 듯한 침대에 몸을 뉘어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혹시 아무 문이나 지 마음대로 잠겨있고, 열려있고 그런거 아냐?"
영의는 파란방의 북쪽편에 난 자주색문의 손잡이를 마구 돌렸다.
'철컥, 철컥,'

"제기랄, 안열리잖아! 대체 어떻게 된거야-!"
남쪽에 난 빨간색 문도 열리지 않긴 마찬가지 였따. 다시 방에 고립된 세 사람은 서서히 절망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영의는 시체와 같이 있는것 보다는 낳다는 생각이었다. 인교는 뭔가 생각난듯 황급히 주머니를 뒤졌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것은 담배. 그리고 붉은색의 라이터.. 라이터?

"제기랄, 이 라이터만 아니었어도! 가만 생각해보니, 이 라이터를 줍다가 강변에 빠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여기였어!"
인교는 이제서야 생각났다는듯 그 이야기를 영의에게 말했고, 영의역시 그 라이터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져서는 그 라이터를 낚아챘다.

"아! 이 라이터! 썅! 내가 이 라이터 줍고, 이 라이터 주인이라는 녀석이랑 싸워서 기절한 뒤에..!!"

"아, 저, 저도! 그 라이터를 어떤 아저씨가 쥐어주는 바람에!!"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영의에게 다가와 슬기가 말했다. 이 라이터 때문이었다. 셋에게는 똑같은 동기가 있었다.
"하, 참! 이깟 라이터 하나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거야! 씨-바알!"
인교는 허탈하다는 듯이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인교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결국 한가지 매개체로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다는 것은 누군가 배후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무이 영의의 머리에서는 그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 잠깐 형! 이거 문이 갑자기 열리는데!"

"뭐?"

"네?"
슬기와 인교는 동시에 영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열리지 않았던, 그 동쪽편의 자주색 문이 다시 열렸다. 무엇보다도 문을 연 당사자인 영의가 제일 어리둥절 해 있었다.
"형,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글쎄다. 일단 열렸으니 들어가긴 해야겠군."
인교와 슬기는 열린 자주색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영의는 무언가 떠오른게 있는듯 황급히 인교에게 질문을 던졌다.
"형, 형이 미술 전공했다고 했지! 그러면,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무슨 색이 되지!?"

"어? 빨간색이랑 파란색? 그건 왜?"

"아, 그러니까 빨리 말해봐! 빨간색이랑 파란색을 섞으면 무슨색이 되냐고!"

"그러니까 그 두 색을 섞으면.. 아!! 영의!"
슬기와 인교는 크게 알았다는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니까, 아까 시체가 있던 파란방은 빨간색이랑 파란색이 섞인거군! R+B=M! 빨강과 파랑이 섞이면 자주색이 되지! 바로 그거야!"

"그리고, 방금전에 있던 방에서도 오빠가 빨간 라이터를 꺼냈으니까 갑자기 문이 열린거고!"
슬기가 인교의 말을 거들었다. 영의는 회심에 찬듯 다시 북쪽에 나 있는 파란색 문으로 다가갔다. 인교와 슬기도 이내 영의를 따라 들어갔다. 그럼 이 방은 이제껏 우리가 기록해 온 것에 의하면 녹색 방인가? 얼만큼 더 이곳을 돌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영의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설명 이 다음방에 그에게 절망을 주는 방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그 희열은 무엇으로도 대변할 수 없다. 영의들은 북쪽에난 파란색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제기랄! 형! 조심해!"

"우왓!"
방은 예상대로 녹색방이었다. 그리고 들어간 방의 동쪽편에 절벽이 있었고, 그 중앙즈음에 아슬아슬한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다리 끝에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흰색의 문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영의가 가장 놀란것은 바로 그들이 이리로 올 것임을 알고 있는양 기다리고 있던 바로 그 사내! 회색코트를 입은 그 사내가 갑작스레 인교를 덥친 것이다. 인교는 가까쓰로 그 범인의 공격을 피해 벽면으로 몸을 붙이고, 영의와 슬기도 다른편의 벽으로 붙었다.

"제기랄! 형! 흰색문이야, 저건 어떻게 열지?"

"모, 몰라! 이 녀석부터 어떻게 해봐!"
롱코트의 사내는 눈을 희번뜩이며 마치 인교를 잡아먹을듯한 눈초리로 쏘아보고 있었다. 맹수와 한낱 초식동의 싸움이 처음부터 성립될리 없었다. 인교의 눈에는 그 사내가 마치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온통 녹색뿐인 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문은 저편에 있는 흰색 하나 뿐이었다.

"제기랄!"
도저히 인교가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감지하고 곧 영의는 무언가 수를 쓰기 위해 꾀를 생각해냈다. 잠시 인교와 그 롱코트의 사내가 대치하는 사이 영의의 머릿속에는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대체 저 살인마를 어떻게 인교에게서 떼어낼까. 마땅히 무기같은것도 없었다, 무거운 가구들뿐. 방법이 있다면 오직, 저 흰색의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영의는 침착하게 생각해 내려 애썼다. 저 흰색의 문까지는 다리가 하나있다. 저 문이 열린다면 모르지만, 열리지 않을게 거의 분명하고, 저 문까지 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저 살인귀는 필시 후퇴할 곳이 없는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확실히 문을 여는 방법을 어떤게 있을까. 미술에 있어서 문외한인 영의는 제 아무리 쥐어짜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녹색과 빨강이 섞여도 무슨색이 되는지도 모르는 영의였다.
"오빠! 희, 흰색! 희, 흰색은, RBG를 모두 섞으면 흰색이 나, 나와!"
겁에 질려 가까쓰로 말해주는 슬기에게 잠시 한눈이 팔린 사이, 영의는 탁장에 놓여있는 스탠드를 힘껏 롱코트의 사내에게 던졌다. 다행히 인교에게서 그 사내는 표적을 바꿔 영의 자신을 쫓아왔다. 영의는 밥을 빙빙 돌며, 인교에게 소리쳤다.
"형! 빨리 빨간색 라이터를 꺼내! 방이 녹색이니까! 라이터랑 제기랄! 내 속옷이 파란색이니까!"
영의는 그 와중에도 조금 쑥쓰러운양 얼굴을 붉히며 롱코트의 사내를 견재했다. 인교는, 아! 하며 자기 자켓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소리쳤다.
"제기랄! 라, 라이터가 없어! 이전 방에 그대로 두고 왔나봐!"

"뭐, 뭐!? 이런 제기랄! 그럼 어떡해!"
그러는 사이 그다지 넓지않은 방에서 영의가 코너에 몰리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롱코트의 사내는 클클클 웃으며 그 상황을 즐기는듯이 서서히 영의와의 간격을 좁혀 나갔다.
"혀, 형! 어떻게좀 해봐!"
궁지에 몰린 영의는 어떻게 할 새도 없었다. 가만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딱히 움직일만큼의 힘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단지 방 귀퉁이에서 그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인교는 아까 영의가 던졌던 그 스탠드를 움켜쥐고 살금 롱코트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가 영의에게 다가가는 보폭보다 조금 더 넓은 보폭으로 사내가 눈치 못채게 서서히 다가갔다. 운좋게도 그 사내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영의에게만 단지 클클거리며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번뜩이는 송곳같은 흉기가 들려 있었다. 인교가 스탠드를 휘두를 간격이 되자 양속으로 스탠드를 쥐고 힘껏 사내를 내리치려난 찰나! 롱코트의 사내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뒤로 몸을 훽 돌려 송곳으로 인교의 배를 찔렀다.
"끄읍..컥.."
배에 무언가가 쑥 들어오는듯한 느낌에 아픔이 갑자기 급습했다. 폐까지 찔렸는지, 숨의 쉬는게 만만치 않았다. 이게 무슨 꼴인가.
"으아아악-! 형!"
영의는 미친듯이 스탠드를 집어들고, 롱코트의 사내의 머리를 강타했다. 나뒹굴어진 사내를 아직 성이 차지 않았는지, 발로 채고, 사정없이 짓밟았다. 그리고 재빨리 인교에게 다가가 인교를 일으켜 세웠다. 인교의 입으로 울컥 피가 한뭄큼 쏟아져 영의의 옷을 적셨다. 하지만 그런것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는 상황에 인교는 자켓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한장을 찢었다. 그리고 그것을 영의 손에 쥐어주며 힘겨운듯이 입을 열었다.
"달려, 라이터대신 빨간색이 채워졌으니까, 빨리 슬기랑 달려서 문을 열고 나가. 저기가 출구인게 분명해. 저 개자식은 내가 잡고 있을테니까 빨리 나가!"
영의는 분명 대의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신파극 영화가 아니다.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셋이 모두 죽는수가 있고, 인교의 희생 하나로 둘이 사는 방법이 있다. 제기랄, 영의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에서는 서로 상충하는 모든 생각들이 그를 더이상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어 헛된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 살고싶다! 영의는 슬기의 손을 잡고 냅다 다리로 달렸다. 연신 쿨럭거리던 롱코트의 사내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일어서서 영의의 뒤를 쫓아려고 했다. 하지만, 인교는 그런 사내의 잘못을 잡아채 더이상 그가 영의를 쫓아가지 못하게 했다.

-
영의가 문을 열려는 찰나 슬기는 인교가 있는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까지 발목을 놓지 않는 인교를 그 롱코트의 사내가 송곳으로 더 찔러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흰색문이 열리고 빛이 보였다. 밖으로 통하는 진짜 광명의 빛이.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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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와 슬기는 그 일이 있은 후 같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 딱히 그 둘이 연인사이가 된것이 아니라, 마치 이제 한 가족인듯이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풀어야할 과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을 그곳에 처넣은 그 인물은 누구인가. 마치 그것이 숙명이 된듯 둘은 꽤 오랜시간동안 그 과제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 의문이 풀렸을때. 그 둘은 다시한번 허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영의오빠!! 빨리 나와! 풀었어! 풀었다고!"

"어? 뭘 풀어? 시험봤냐?"

"그게 아니고! 이거! 인교오빠가 마지막에 줬던 쪽지!"

"뭐?"
영의는 화들짝 놀라며 달려가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아픔도 느낄 새 없이 영의는 후다닥 슬기에게로 달려갔다. 슬기는 곧 탁자쪽으로 몸을 옮기더니 펜과 지우개를 준비해 쪽지보다 훨씬 큰 연습장을 꺼냈다.
"자, 이제 드디어 풀어내는 건가."

"그래, 나도 떨려 죽겠단 말야, 호들갑좀 떨지마."

"아, 알았어. 그래 어디 카이스트(KAIST)가 과연 어떤 꼼수를 숨켜놓고 있었는지 한번 볼까?"

"알았어, 하아. 잠깐, 마음좀 진정시키고. 진짜, 이 쪽지 하나 알아내려고, 몇년이야 대채.. 7년, 참 오래도 갔다. 그치? 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결국 카이스트까지 입학할 줄이야.."

"하하, 그래, 너 대단해. 역시 슬기가 최고 라니까, 그러니까 빨리! 빨리 해독좀 해봐!"
영의는 성난 아이마냥 슬기를 다그쳤다. 슬기또한 잔뜩 볼이 상기된 상태로 어쩔줄을 몰라했다.

"자, 그래, 우리가 여기에 써 있는 대로, RGB, CMYK의 단지 약어가 풀어져 있는 스펠링까지 해독을 했었지. 그러니까
Red,
Green,
Blue,
Cyan,
Magenta,
Yellow,
blacK,
그리고 옆에 3이라고 써 져 있지. 아주 단순했어 여기까지는, 각 단어에서 3번째 글자들을 쭉 따보면, 데이어글라(deuagla). 바로 여기까지였잖아."

"그래, 그래, 거기까지였는지는 나도 다 알고 있잖아. 그래, 그래서 드 데이어글라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데?"

"맞아- 데이:어글라. 이 인물은 '상대국 국가 보안법의 의거해서, 각 국가의 고위급 기관이외에는 그 어떤곳에도 누설해서는 안되는 역사적 비밀이지.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그 보관 수단으로 가장 경비시스템이 잘 갖춰진 카이스트에 의뢰하게 되었고, 바로 내가 그곳에서 일하게 되기까지의 대 장정이 펼쳐진거지. 하아, 아, 정말 이건 만화같은 스토리아냐? 하하, 그리고, 결국에! 오늘에서야! 그 기록을 빼냈단 말씀!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법이 되지! 왜냐하면 그곳에 기록된 모든 기록들은 어떤 나라에 심한 모욕을 줄 수 있어 철폐한 후 단지 기록으로만 남겨둘 뿐인 이야기들 뿐이니까!"

"그래서! 대채! 데이어글라라는 인물이 뭐냐고!"

"꺅- 지금 감히 내가 말씀하시는데 어딜 끼어들어!"

"궁금해서 미치겠단 말야!"
이날을 위해서 7년을 참고, 공부하고, 그리고 일을해 돈을 벌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왔던 둘이었다. 둘은 지금 잔뜩 흥분된 상태에서 좀처럼 헤어나오고 있질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슬기는 사실에서 입을 열었다.

"데이어:글라(deuagla) 저스펠트! 그래! 이 인물은 B.C. 396년경 로마에서 고위 관료급에 황제와도 가까운 인물이었지. 하지만 데이어글라는 미술을 사랑하고, 또 많은 돈을 미술에 투자했어. 비록 미천한 미술학도들은 천시받고 일수였고, 그 당시 로마에선 미술을 하찮은 것으로 여겨 천민 계급 외에는 허용치 않았지. 그랬기 때문에 데이어글라는 숨어서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림을 그리던 그가 발각 되었을 때, 로마의 황제는 이는 고위관리라 할지라도 자신의 말을 무시한것으로 간주하여 심한 처벌을 내리기에 이르렀지. 당시 로마법에는 데이어글라처럼 고위 관료에게는 직접적인 처벌을 내리지 않고, 그의 가족들을 몰살하는 처벌이 있었어. 그리고 데이어 글라가 바로 그 처벌법에 내려진거지. 생각해봐, 어떻겠어. 자신은 벌주지 않은채 가족들을 모두 죽여버리는거야. 데이어글라는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는 반역을 꾀했어. 그가 움직인것은 군대가 아니라, 바로 시민들 이었는데, 물론 그 수는 군대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지만, 그 반역은 단지 헛된 피를 뿌리는 시도였지. 당시 로마에서는 대 학살이 이루어 졌어. 데이어글라는 물론 군대는 반역이 꾀한 시민들을 모두 죽여버렸지. 그렇게 반 이상의 시민이 죽었어. 바로 그게 데이어글라의 기록된 이야기야."

"자, 잠깐,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거잖아? 로마의 역사가 새로 씌어져야 하는거 아냐?"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국가법으로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이러한 사실을 숨기는거야. 물론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바꿀 수 없는 역사로 기록되어 있지. 서로가 수치스럽기 때문에, 서로 묵인하고 있는거야. 실상, 지금 기록된 역사는 거의 모두가 지어낸 허구라고밖에 할 수 없어."

"그, 그런데. 이 이야기가 형이랑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지?"

"그, 글쎄. 나도 아직여기까지 풀진 못했는데, 그래서 지금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이렇게 펜이랑 연습장을 준비해잖아, 쨘-!"
슬기는 의기양양하게 연습장을 펼치면서 펜을 쥐었다.
"짐작가는 부분이 있는데, 오빠랑 같이 풀려고, 꾹 참고 여기와서 푸는거야."

"그, 그래? 그럼 빨리 풀어봐. 어서-"
슬기는 알았다는듯이 펜으로 숫자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자, 일단 RGB는 웹 색상이므로 16진수를 사용하고 있어. 그러니까 00,01,02...0E,0F,10...FE,FF이런 진수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이론적으로 풀어보면 16x16=256, 256x256x256=16,777,216이 되는거지. 나는, 그 메모가 이런식의 진수법을 쓰지 않았나 싶어. 예를 들면 빨간색은 #FF000000이고, 녹색은 #00FF00이 되는거야, 그럼 파란색은 #0000FF, #FFFFFF는 백색, #000000은 검정색이 되는 식이지. 어때, 이에 대해서는 공부 했으니 이젠 좀 알아듣겠지?"

"당연하지, 임마. 색상에 대해서는 이제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니까, 그래서 그 진수가 어쨌는데."

"그래, 잘봐보자, 그러니까, 내가 아는 바로는 보통은 우리가 10진수의 숫자 표기를 사용하잖아, 그러니까 여기에 영어를 대입해 보면 영어는 쉽게 10진수로 풀어낼 수 있어. deuagla같은 경우는 10진수 변환이 쉽지. 단지 숫자로 바꾸었을 뿐이야. 그리고 영어 스펠링은 16진수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일단 10진수로 변환한뒤 다시 16진수로 바꿔주는 수가 있지. 그, 그리고.. 자, 잠깐.. 잠깐, 진정좀 할게.."

"아,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커피라도 타올테니."
영의는 곧 주방으로 가 차를 타기위해 포트에 물을 올렸다. 사실 자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였다. 7년이나 기다렸기에. 영의는 당장에라도 슬기를 다그치고 싶었지만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서로가 자신 스스로를 위해 서로에게 충실했다. 역할을 나누고 지금까지 왔다. 그냥, 그런 위기에서 탈출했으니, 잘 살아보는 방법도 있다. 물론.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그 살인마의 발목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 인교에게 답하는 길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포트의 물이 끊는 소리가 들리고, 그와 동시에..
"꺄- 악-!"
슬기의 비명소리!
"슬기야 왜그래!"
황급히 테이블로 달려간 영의는 잔뜩 겁에 질린듯 연습장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슬기를 보고, 황급히 연습장으로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영의의 왼손에 들려있던 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연습장 마지막에 풀이가 된듯 이렇게 답이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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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2EFE05E0D2 = in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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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들은 픽션인 경우가 많고,
모태는 큐브에서 땃습니다.
캐릭터 구도는 제가 설정한게 맞습니다만은, 결망등이 상당히 큐브와 닮았네요..
큐브를 베낀건 절대 아닙니다. 만들고 나니 비슷해진 경우입니당.. (그게그건가..)

혹 이 글 다 읽으셨다면 대단히 수고가 많으신 겁니다..;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12-06-07
23:30:54


고홍석
음..좋은작품같은대..한가지 부족한게 있다면 고홍석이라는 등장인물이 너무 과장되어있어..더욱 멋진모습으로 만들어주길..ㅎ 2004-12-09
22:31:34

 


오지홍
형은 현실에서 빛이나요, 이야기는 픽션일 뿐이에요. 2004-12-09
22:37:43

 


capcold
!@#...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을 다 읽어서, 수고가 많았다는... (문제의 논리적 오류가 한두군데 정도...;; 대세에는 지장없음) 2004-12-17
06:52:33

 


capcold
!@#... 몇가지 코멘트...좀 늦었지만 여튼 와서 읽는다고 가정하고;;

1) 시나리오로서 쓸 때는,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예를 들어 "아직 어린티가 나는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라고 할 때, 그 어린티가 나는 목소리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지? 상황설명 역시 과거형이나 일반적인 설명은 극중에서 써먹기 힘듬. 현재, 실제로 눈으로 보이는 사건과 행위로 모든 것을 치환해야 함... 하다못해 나레이션이나 자막 처리로라도. 2) 각각 등장인물들의 소지물품 목록을 정리해봐야 할 듯. 표를 그려서 설명한다든지 하려면 볼펜과 종이? 이외에도 누가 어떤 도구를 갖추고 있는지가 전체의 논리 흐름에서 매우 중요 (특히, 폐쇄공간이니까!). 3) 데에필로그에 등장하는 데이어글라 등의 인물은, 이전에 아무런 단서나 복선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뜬금없음. 모험 와중에서 이 사람에 대해서 중요하게 언급이 되거나 하는 등의 사전 작업 필요. #0F2EFE05E0D2 = inkyo 의 경우, 이것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의미인지? 즉 색으로도, 숫자로도, 이름으로도 의미가 있을 경우에만 전체 결말에 어울리는 하나의 강력한 코드가 될 수 있음. 이것 역시 가능하면 모험 중에 이미 단서들이 여러번 주어질 수록 좋고. 사전포석작업을 좀더 정교하게 짜야할 듯... 4) 캐릭터들이 모두 합심(?)하여 문제 푸는 데에 혈안이 되어, 캐릭터들 사이의 갈등과 드라마가 부족. 큐브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각 캐릭터들의 권력관계와 역할변화 등이었던 것을 상기해야.
2004-12-27
22:25:33

 


오지홍
아. 그렇군요. 감사드립니다. 항상 수고하십니다! 새해복!
(이 글을 볼지에 대한의문.)
2004-12-31
23: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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