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성 작가의 영안실을 다녀왔습니다. 사진 속의 모습은 건강 그 자체라 폐렴때문에 가야했다는 걸 믿기지 않게 했습니다. 사진을 보자 눈물이 나왔습니다. 정말로, 저 사진 속의 웃는 얼굴을 더는 못보는 거구나- 저는 여전히 실감나지 않습니다만.
만화가 송채성, 겨우 1년을 알았던 것이지만, 연락없이 지낸지 벌써 4년이 되어가지만, 얼마전에 만났기라도 한 듯 선명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본 송채성 선배는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활기찼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사는 사람 참 드물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순정만화 외에는 그릴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감성이 지닌 맥은 한국 순정만화에 닿아있었으니까요. 설마 남자가 순정만화를? 믿기지 않았지만 선배를 처음 만난 뒤 알면 알수록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송채성이란 작가로 인해 한국 순정만화가 더 폭이 넓어져서 한국 순정만화를 아끼는 저에겐 큰 기쁨이었습니다. '나인'이란 잡지가 있었기에 선배에게 기회가 왔지만 기회를 잡을 능력과 운은 애초에 선배에게 있었습니다. 열심히 그리던 선배에게는 애초부터요.
기대했던 데로의 좋은 반응에 저는 선배를 향해 질투를 느끼기보다 사심없이 기뻐하며 축하해줄 수 있었습니다. 험난한 길이겠지만 선배라면 씩 웃으면서 즐겁게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누구보다 선배는 잘 될 거라고. 연락이 끊어진 뒤에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잡지를 통해 만나는 선배는 제가 알던 그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었으니까요. 사진 한장 없어도, 작품이 선배를 말해주었습니다.
'오후' 창간 전 선배가 참여 작가 명단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으면서도 올 것이 왔구나 기뻤습니다. 선배에게 드디어 기회가 주어졌다고, 이제 원하는 작품을 실컷 그릴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는 사람이라서, 선배가 열심인 걸 알기 때문이라서 더욱 선배를 믿고 응원했습니다.
그랬기에 오후 5호의 작가노트를 읽어도 "어휴, 술 좀 고만 마셔라!"라고 생각했지요. 앞길이 창창한 이 사람이 이렇게 쉽게 갈 줄 몰랐으니까요.
1년 가까이 아팠다고 합니다. 10분 거리를 걸어오고서도 숨차했다고 합니다. 힘들어서 전화 통화도 못했을 정도라 합니다. 그런 사람이 그간 '오후'에 꼬박꼬박 마감을 했습니다. 마감을 지키지 않고 좀 쉬었다면 선배가 버텼을까요. 이런 이야기 쓸데없는 줄 압니다만.
선배는, 끝까지 열심을 다했고-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무기였던 만큼 그랬기에 선배가 떠난 뒤, 많은 독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프다고 마감을 지키지 않았더라면 'Mr. 레인보우'가 사랑받지 못했겠지요.
선배는 비록, 자신이 오래 전부터 그려보고 싶어했던 작품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온 걸 모른 채 떠났지만- 떠나기 전 힘들게 만들어온 작품을 마무리해서 우리 손에 건네주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열심이었던 선배, 정말 고맙습니다. 겨우 1년이었지만 선배가 어떻게 만화를 대하는지 봤기에 선배의 마지막 작품이 고맙습니다. 끝까지 변치 않는 모습이어서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고맙습니다, 만화가 송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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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Read : 1035, IP : 211.44.116.19 2004/03/14 Sun 23:27:55 |
| 양여진 |
눈물이 나서 다시 못읽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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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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