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에 대하여.

 

Q: 일본만화의 제작현실에 대해서...
A: 우리나라는 출판물을 대하는 태도도 일본과는 판이하게 달라. 일본 원판만화 보면 알겠지만, 페이지 앞뒤의 카트 수마저 일치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청계천 등지 등, 출판물 개념이 쌍놈들이나 하는 날라리 정도로 취급당하고 있어. 텍스트물은 상관 없어도, 만화는 그림이 들어가기 때문에 인쇄가 더 복잡하다고. 스스로 필름도 못만들어서 항공, 엑스레이 필름으로 하고 있으니 원. 전에는 그 필름도 구하기 힘들어서 김포나 미군부대에서 버리는 항공 촬영필름을 쓰레기통 뒤져서 잘라서 쓰고는 했어. 얼마전까지만해도, 지금까지도 어쩌면 그러고 있겠지. 지금도 그런 필름은 정식으로는 없어. 그에 비해서 일본은 출판사 자체가 필름, 인쇄까지 하나로 갖추고 있어.
...일본은 하루에 100타이틀 이상 나오는 나라야. 길이 다 깎여 있고. 7월부터 완전개방되면, 국내 출판업자한테 맡길 필요도 없고. 일본애들이 한글을 우리나라보다 잘 만드니까. 기술력이 뒷받침되서, 같은 잡지라도 윤전기로 한글로 즉시 교체해서 찍어낼 수 있을 정도야. 책을 보는 기본이 우철과 좌철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조치를 취했고. 지금 좌철 어려워 하는 독자 없잖아. 한때 만화를 필름 찍어서 뒤집어서 다시 하고 할 때, 일본만화는 전부 왼손잡이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문화침투는 이미 확실하게 진행됐어.

Q: 80년대까지는 한국만화와 일본만화가 차별화가 가능했지만, 90년대는 말만 바꾸면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지요.
A: 중간에 된서리가 한번 있었어. 우리 위에서 일본꺼 많이 배꼈다가... 창수라는 사람 등이 있었는데, 치바 데쓰야 ('내일의 죠') 만화 등을 많이 베꼈어. 일본에서 잡지 밀수해와서 말이지. 단행본이 일본보다 먼저 나오기까지 했다니까. 물론 그것도 한계에 부딪혔어. 두 작가가 똑같은 작품을 그린 적이 있었을 정도니까. 데즈카 오사무의 '꼬리인간'이라는 작품이었지. 관계자들이 만화계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 안가지고 있다가, 그런 일이 드러나자 마자 일본만화 밀수루트를  차단했어. 그러니까 갑자기 이야기꺼리가 줄어든거야. 그런 상황에서 내가 입문했지. 당시에는 이거저거 만들었어. 그냥 만들어도 300원, 배껴도 300원이었던 때니까 베낄 생각을 하게 되지. 그때 쌀 한가마니가 8000원이었고, 단행본 한권이 50쪽이었어. (정리자 주: 독자 여러분, 한번 계산해 보시기를)

Q: 선생님은 까메오나 패러디를 즐겨 하시던데요. 그런 것 밝혀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A: 그런데 어차피 옆에서 보는 사람이야 어떨지 몰라도 만드는 사람은 그냥 지겨워서 그런 거야. 만화가 재미가 있어야지. 만날 먹고 하는 게 그리는 거니까. 두통, 치통, 허리통 기타 등등 다 생겨도 이거만 하니까. 보통 천 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한 가지 아이템에 한 두 개만 썼는데, 지금은 한 가지 아이디어에 한 가지 아이템이면 금방 잊혀진다고. 쓸모없는 이상한 지식이라도 다 섭렵을 해야 해. 그런데 일본은 기본이 박리다매니까, 싸게 하니까, 어린 작가들은 노하우가 정립될 시간도 없고, 완전히 일본 출판계의 노리개지. 거기서는 담당자하고 작가하고 붙어서 작가가 죽쑤면 담당기자도 절단난다구.

Q: 그런 상황을 다룬 일본만화도 꽤 있지요.
A: 거기는 문제점 투성이라서,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닮아가면……. 거긴 지옥이야. 우리나라에서 만화를 한다는 건 행복인지도.

Q: 닮아가고 있는 걸요.
A: 작가가 닮아가는 건 별 문제 없는데, 판이 닮아가면 어떤 결과가 생기냐면 내가 봐온 동안 잡지에 연재하는 작가들 수가 몇 천이고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작가들 수가 수십 만명이야. 인기가 없어지면 학습만화나 이런 데로 보낸다고. 창작 각색 능력은 있으니까. 소위 인력 배치를 하는 거야. 출판업자들은 거의 관제 출판업체 비슷하게 보는 게 거기 사고방식이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사고방식은 그런 것도 아니거든. 많이 배출해서 일본애들은 그런 식으로라도 쓰지만 지금은 그것도 한계야. 교육만화는 하나도 안 나가니까. 지금은 내가 들은 정보는 그런 잡지사에 연재하는 게 젊었을 때 할 거 없으니까, 이거나 한 번 해 봤다가 안 되면 그만두고, 그런 걸 전업작가라고, 목숨을 걸고 한다고, 할 수는 없는거지. 몇몇이 죽어라 하는 게 없는데, 그러는 일본에서도 별종으로 취급한다구. 그 전에 한 번 협회 초청으로 일본 만화가들이 와서 강연하고 그러는데, 일본에도 속된 만화들이 많은데, 거기 있는 친구들은 정통 만화가들인데, 아무 소리 못하더라고. 우리나라 같으면 '그런 더러운 놈들이 많어요'라고 하겠지만 일본 애들은 절대 그런 소리 못 한다구. 자기 나라 판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하면 본토에 돌아가서 굉장히 이지메 당하니까. 함부로 말을 못 해.

Q: 만화의 힘은 만화가 아닐까요...좋은 만화를 보고 몰려서 만화를 하고.
A: 지금은 왜색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어. 그래서 그 스타일이 아니면 안 보고. 안 보는데는 약도 없어.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도 '무료로 와서 봐라'라는 거야. 하지만 혼자 하니까 어려운 면이 많지.

Q: 이미 한국만화가 지나치게 망가화되어 있지요.
A: 옛날에는 우리만화가 거의 미국, 유럽식 만화였어. 망가화다, 미국화다가 아니라, 자기 색이 없다는 것이 문제야. 자기 색이 없으면 작가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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