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이번호는 이것으로 끝..

 

       9. 만화의 그림은 어떻게 그리나?

 

 

 

 

 

 

 

 

 

 

 

 

 

 

만화는 그림의 마술이다.

예술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지만 사실은 마술이다.

 

물론 예술적 취향이 다분히 있지만 대중 문화나 대중 예술로 분류되려면 고전적 예술성향에서 벗어나야하고 그렇게 되면 예술이라는 고답적인 문자에서 빗겨가야하므로삼류라는 명칭을 부여받게 된다.

 

결국 만화 그림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위상을 세우는 수 밖에 없고 또 대중 예술로서 서구적인 고전예술의 굴레에서 독립해야하므로 따로 이론과 정통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죄책감에 휘말리게 된다.

 

전에도 가끔씩 강의 형식의 글에서 말했듯 만화 그림도 서구 예술의 찌꺼기이다.

 

서구 예술이란 직설적으로 풀어놓으면 백인의 문화 형식이고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파생된 대중적 사생아가 만화이다.

 

예술이란 대중이 이해하기 힘들게 심오한 척 하며 오만과 거만, 기만 등등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면서 아무나 접근하기 힘들게 만들어 나름대로의 기반을 딱아왔다고 보는데 대중의 지적 수준이 놀랄만큼 빨리 극상승해서 이제는 오히려 작가의 수준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왔으므로 앞으로는 만화그림이라고해서 호락호락 넘어가리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 되게끔 됐다.

 

만화 그림에도 전부터 장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이론서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만화가 사이에서(외국에선 어떻게 분류했는지는 모른다) 구전으로 이어지는 얘기로 대충 네 가지로 아래와 같다.

 

1, 만화체     : 신문연재 네컷만화 등과 같은 아주 단순선으로 이루어진 그림.

 

2, 반 만화체 : 아직도 선호하고 있는 현재 만화체라고 부르는 만화들의 그림.

 

3, 반 삽화체 : 반 만화체보다 조금 늦게 등장한 인체비례가 비교적 정상인 그림.

 

4, 삽화체     : 신문의 소설 등에 들어가는 삽화 그림같은 복잡한 선과 미술의 스켓치 형식을 도입한 그림.

 

그런데 요즘은 만화체와 극화체로 단순하게 이분법을 펼치는 바 이것은 극히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분히 일본적이라서 오래 써먹을수록 혼란만 가중되기 십상이다.

 

본인 생각으로는 위 네가지의 분류 방식이 상당히 실리적이고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장르구분으로 여겨지지만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화를 내용으로 구분하느냐 그림으로 구분하느냐는 앞서 말했듯 따질 가치가 없지만 그림 위주의 만화로써는 당연히 그림 자체로 장르구분이 되는게 바람직하고 또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훨씬 부담이 덜어진다.

 

만화체 그림에서는 과장이 심한 스토리가 제격이고 삽화체 그림에서는 무게있는 스토리가 제격이라는게 당연한 논리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만화가는 위의 4가지 그림을 다 그릴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과연 다 잘해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쨌든 만화라는 심상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다 한 번씩은 거쳐야하는 - 그려봐야하는 - 과정중의 하나로써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편리한대로 어느 한가지만 그린다면 반쪽 만화가가 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 취향을 맞춰주기가 극히 어렵게 되므로 자기계발의 한도를 스스로 정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 뿐이지 만화를 잘 만든다는 소리는 아니라는걸 오해하면 아까운 재주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

 

만화 그림에서는 천재적인 재주를 타고나는 사람도 가끔 본다.

 

그러나 만화는 그림만 잘 그린다는 - 잘 그린다는 용어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모르겠지만 - 것만 가지고는 아무 쓸모가 없는 작품이므로 갖가지 대중적인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면 만화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그림을 다 한 번쯤은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연구나 실험해볼 시간이 없다고 임계치도 모른채 핵폭탄을 터트려버리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개인적인 비극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모든 일은 순서와 과정이 있고 그걸 뛰어넘으려 한다면 천재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는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다.

 

희망이 없는 미래와 광속은 돌파되지 않는다.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