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턱시도가면

 

 

TONO - Dusk Story(노을 이야기)

  제게 있어 토노의 작품은 잔잔한 맑은 물에 이는 파문의 이미지를 지닙니다.  해적판으로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되었다고 하는(T_T) [카르바니아 이야기]는 보지 못했지만, 이전에 출판되었던 [카오루씨의 귀향]이 그랬고 이번의 [노을 이야기] 역시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예요, 토노는. (웃음)  연륜이 배어나오는 만화랄까.  물론 본인은 자신이 그림을 못그린다고(도대체 어디가?-_-+) 페이지가 남을 때마다 "지금 그림은 이거니까 좀 봐줘요.  지금은 그래도 이전 그림보단 조금 나아지지 않았어요?"를 열심히 주장하고 계십니다만([카오루씨의 귀향])...저의 편협한 눈으론 뭐가 얼마나 달라졌는 지 알 수가 없군요^_^;  겹선으로 동글동글하게 단순화시킨 캐릭터에, 하얗게 비워놓아도 묘하게 꽉 찬 듯한 느낌의 공간에, 그것만으로는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허하면서도 따스한 표정과 단아한 대사.  기묘한 반전.  그것이 토노의 만화입니다.

  토노의 장편은 보지 못했으니 할 말이 없지만, 단편에 강한 작가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토노의 단편들은 마지막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그의 상상력은 사람들이 대강 이렇겠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들을 과감히 비껴나 버립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란 것에서 상당히 어긋나 있되, 어긋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한 결과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시면 당장 달려가서 만화책을 사 보시기 바랍니다:)  이 작가의 만화는 따뜻합니다.  목소리도 높지 않아요.  나직하지만 분명하고, 가끔은 실없이 개글개글하기도 하고(웃음), 그러면서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건지, 어떤 것이 잊혀져서는 안되는 건지를 잘 알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번에 나온 신작 [노을 이야기]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가 보는 것은 소위 우리가 말하는 '귀신'이란 것이죠.  귀신이나 혼령에 대한 만화는 많습니다.  [죽음과 그녀와 나]가 있고, [백귀야행]이 있고, [팻숍오브호러즈], [아일랜드], [동경바빌론] 등등등.  (역시 특성상 기억에 남는 퇴마물은 일본작품이 압도적이군요^^;)  그러나 기존의 만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아무래도 '요괴'란 이미지가 더 강한 데 반해, 토노가 바라보는 혼령들은 그 색을 달리합니다.  이 작가의 눈을 거치면 혼령은 순진한 어린아이가 되어 버려요.  심지어 강렬한 사념조차.  억울하게 죽은 혼령은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좀더 따스해 보이는 곳으로 본능적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혹은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죠.

  [노을 이야기] 6화에서 주인공 다크토는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해 전쟁사진집의 처참한 사진들을 보는 연습을 하죠.  그러다가 친구 라토르에게 붙어 다니는 어린 혼령을 발견합니다.  일그러진 양쪽 눈과, 얻어맞아 퉁퉁 부은 얼굴.  심지어 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어린 유령.  다크토는 말합니다.  5살 때 슬퍼보이던 귀신의 손짓을 따라갔다 겪었던 참담한 충격과 아픔, 고통과 후유증에 대해서 차근차근, 나직히.  그리곤 충고하죠.  "그 애에 대해서 네가 혹시 뭔가를 보거나 듣더라도 모르는 척 하는 게 좋아."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진행코드입니다.  대개의 퇴마물(?)에 나올 법한 줄거리와 대사.  적당한 유령의 제시까지, 정말 일반적이죠.  토노의 위대함은 그 다음에 나타납니다.  그렇고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전환하는 방식에서 토노란 작가의 진수를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작가의 연륜과 인품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사람이 되지 못하면 저런 전개를 해낼 수 없어요.  향이 묻어나는 이야기란 어디까지나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데서 시작되는 거니까.

...그래서, 토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웃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찾는, 혹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을 내밀어보는 류의 작품이 좋아집니다.  가끔씩 살아가는 것이 힘겹고 삶에 지쳤다면 토노의 작품에 손내밀어 보세요. 세상이 아주 조금은 따스하게 보일 런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단편만화평'이 '책소개 코너'로 변해버렸는 지 모르겠지만(웃음) 아무렴 어때요.  좋은 작품을 많이 보고 많이 전파한다면, 앞으로의 세상도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