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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화는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것은 아무도 명확한 해답을 갖지 못한 것 같은데 실은 만화라는 게 글과 그림을 동시에 병행해야하는 작업이라 단순히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논하면 심한 불균형에 처하기 때문이리라 본다.
전부터 본인의 강의를 눈여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면 깊숙히로 들어가서 사전식대로 인생의 비평을 운운한다면 글과 그림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도 웬만한 노력가가아니면 평생 입문하기도 힘들 것이지만 다행히도 만화는 신 문화인 대중문화에 속하기에 그닥 많은 천재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걸 위안 삼을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모든 알려진 대중적 작품들이 결코 천재성이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서문에서 얘기했듯 궁리와 임기응변이 만화라는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리라 생각하는바 바꿔 말하면 1%의 노력과 99%의 재치가 있어야 한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시작은 '호기심'으로 부터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호기심이라는 것을 철저히 죽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교육으로 인해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하는게 아니고 어떻게(?)라는 실무적인 사항에서부터 시작하기에 사태가 심각해지는 걸 수시로 보아 왔다.
당신은 왜 만화가가 됐냐는 질문보다 어떻게 만화가가 됐느냐는 질문이 더 우회적인 질문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대답은 완전히 딴판이 된다.
예를 들어 자기가 어떤 목적지를 어떻게 가느냐를 알아냈다고 쳐도 그 목적지에 왜 가느냐라고 물을 때 아무 의미가 없다면 애써서 그 목적지를 가는 방법을 알아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한참을 목적지를 향해 갔는데 혹은 어려운 길을 간신히 알아냈는데 갑자기 왜 거기가야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황당한 일도 없을것이니만치 미리 궁리를 좀 해두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꼭 필요한 기초 과정이다.
만화란 실물이 존재하는게 아닌 마음 즉, 정신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이름 그대로 누구나 시작하기는 쉽다고 착각하기 십상인데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취미생활이 아닌 직업으로 붙잡기에는 다른 창작적 일처럼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알 수 없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기에 임기응변의 테크닉도 꼭 익혀가면서 진입하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어서 좋을 것이다.
사실 위에 언급한 궁리와 임기응변은 창의적인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기본 소양이지만 창의적 요소가 필수인 만화가들에게도 마찬가지 필수 소양이 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면서 만화가가 되겠다면 본인의 경험상 결코 전업작가 즉, 프로가 될 수 없다.
여태 만화가에 대한 만화는 없었기에 여기에 예를 들만한 몇가지 만화를 첨부한다.
(오른쪽 도판을 클릭할 것 : 편집자 주)
위에 본 만화들처럼 만화가의 안목은 참으로 예리하다 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해서 인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비평할 수 있게 되는지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시작은 사물(만화가 아니다)의 관찰(남의 것은 이 정도에서 멈추는게 신상에 유리하다)과 응용(모방이 아니다)이라는 것부터 하는게 좋으리라 본다.
만약 여기까지 읽고나서 자기가 생각하던 혹은 되려던 만화가의 위상이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끝까지 이 강의를 읽을 결심을 단단히 하든가 여기서 읽기를 그만두고 딴데로 눈을 돌리기 바란다.
배울 것 알아야 할 것 해야할 것 등이 너무 많아 짧은 인생을 빡빡한 일정으로 버텨야하기에 시간은 널널하다 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이 강의를 읽어 봤자이기 때문이다.
시작을 잘못하면 다시 되돌이킬 여유가 없는 세상이 되가므로 비참하게 목숨을 이어나가는 불치병 환자가 될 가능성이 많고 아무도 도와줄 수도 없고 동정조차 해줄 수 없기에 보기 딱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정말로 결심을 단단히 하지 않는다면 만화가의 길에 입문하는 것은 제발 참아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얘기해도 아무 느낌없이 그저 어떻게 되겠지 하는 단순한 심정으로 발을 내딛었다가 나중에 판깨는 인간으로 전락한다면 그것만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사태가생기기 때문이다.
시작은 모든 창작적 작업처럼 팽팽한 긴장감속에 죽을 각오가 되있는 상태에서 해야한다.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있을 때 비로서 얻기 시작할 것이다.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 |